의협, 전면휴진 앞두고 불매운동 등 국민 여론 격화
"의대 증원 1~2년 만에 끝날 문제 아냐 지지 얻어야"
개원가 전면 휴진이 오늘부터 시작됐지만 참여율이 높지 않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사단체들은 휴진 및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일 휴진하겠다고 사전 신고를 한 의원은 전국 3만6371개 중 1463곳 4.02%에 불과했다.
정부 명령에 반발해 휴진 신고 없이 참여하는 회원이 있다고 가정해도 참여율이 10% 안팎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의협 투표에 7만800명이 참여해 응답자의 73.5%가 전면 휴진에 찬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중 개원의 응답률은 35.3%다.
의료계에선 그 원인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이고 환자 예약을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려운 개원의 특성 때문도 있지만, 전면 휴진에 대한 국민 반발이 예상보다 더 커 위축됐다는 진단이다.
2020년 집단행동 때와 달리 휴진일이 휴가철을 빗겨 간 것과, 시작도 전에 의협과 전공의 간 불화가 관측되는 상황도 부담을 키우는 모습이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불매운동도 전개되는 상황이다. 특히 학부모 입김이 강한 동네에선 맘카페 회원들이 주변 병·의원에 전화를 돌려 휴진 참여 여부를 따져 묻고 있다는 것. '노재팬' 불매운동을 따라 해, 휴진을 선언한 빅5병원 및 동참 병·의원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노조선의료' 이미지도 돌아다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우리 병원도 환자나 보호자들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 국민이 언제는 의사 파업을 좋게 봤겠느냐만, 2020년 집단행동 때보다 반발이 더 큰 것 같다"며 "특히 맘카페 영향을 많이 받는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이 휴진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개원의들의 투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휴진에 참여하기보단 성금 납부 등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
이와 관련 경상남도의사회 김민관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직접적인 회원 참여가 필요하다는 대회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의사 특성상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보다, 금전적인 지원을 할 테니 투쟁은 의사회가 하라는 성향이 많다"며 "성실히 회비를 납부하고 많은 성금을 내주는 회원에겐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겠지만, 직접 행동하고 참여하는 회원이 더 필요한 현실이다. 많은 관심과 직접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의협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회원들의 전면휴진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매일 1~2개의 문자로 동참을 촉구하는 한편, 협회 통계를 위한 포털 휴진일 등록 등 필요한 조치를 안내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의협은 "우리 협회는 회원 권익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리며 행정기관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받는다면 협회가 적극 나서겠다"며 "교수,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할 것 없이 그리고 의대생까지 우리 모두 하나 되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가족 및 지인과 함께 와도 좋다"고 전했다.
또 의협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휴진을 강행하게 된 것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그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 회생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라는 호소다.
일각에선 이 같은 국민 반발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00명 의대 증원은 국민 입장에서도 쉽게 납득할 수 없어 의료계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의대 증원은 1~2년 만에 끝날 문제가 아닌 만큼, 휴진 이후 여론을 달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의대 증원 사태 초기 설문조사에서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0%에 가까울 정도로 국민도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에 와선 의사들이 휴진할 수밖에 없는 현실엔 관심 없고 휴진에만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동안의 투쟁 과정에서 의료계가 이런 국민 공감대를 끌고 가는 것에 미흡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국민과 의료계가 정부의 갈라치기에 당하지 않을 정도로, 원래부터 깊은 신뢰 관계에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본다"며 "의대 증원 문제는 1~2년 만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향후 의료계가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휴진 이후 국민 반발을 달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