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협,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개최
"간무사 경력 인정 등 합당 대우와 적절한 보수 지급 환경 마련"
간호조무사 권리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칭 개선, 학력제한 폐지 등 자존감 높이고, 휴가 사용자의 대체인력을 파견해 주는 대체인력지원센터 운영 등 대안적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다.
29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 26일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주최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주영·이수진·김윤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2024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몇 년 동안 변화가 미비했던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 현황·실태를 고발하고, 더 나은 근로환경 조성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관련 실태조사는 지난 2월~3월 6450명의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노무법인 상상의 홍정민 대표는 '2024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에 대해 조사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간호조무사가 응답자의 11.8%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미만율 최대값인 12.7%와 유사해 직업군 중 간호조무사에 대한 최저임금 미만율이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또 기본급 수준 조사에서 최저임금 이하 비율이 55%로 조사됐고, 월 임금 평균이 237만 원으로 보건사회복지업 평균 대비 73.7%로 낮았다. 간호조무사는 모든 임금지표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홍 노무사는 "간호조무사 대부분이 정규직임에도 근속기간이 짧은 이유가 근속 및 경력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근로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파악됐다"며 "경력과 근속기간 등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위해서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 및 전문 교육 기관 설립, 그리고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조직화와 현장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건강보험 수가 적용 시 근속 경력에 대한 수당 반영 등이 필요하다. 간호조무사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의 68.1%가 인력부족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부분은 근무기관에 우선 책임이 있으나, 휴가로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 지역 등의 단위에서 간호조무사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정책 등을 연구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대한의사협회 강대식 상근부회장은 수가를 높여 간호조무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9.7%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일본이나 서부 유럽 쪽에는 GDP 경상의료비가 12~13% 정도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의료수가 부분에서의 상승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낮은 의료수가를 높게 설정되고 간호조무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조승연 경영위원장은 '간호조무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과제'를 이야기하면서 이들이 모호한 업무범위와 처우의 격차, 불안정한 고용, 부족한 교육훈련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간호조무사 문제는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지닌 문제점에 근본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조직문화 조성에 역점을 두고, 행위별 수가와 직역 간 이해 충돌, 기업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공인노무사회 김병관 청년위원회 이사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간호조무사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근무환경이 더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휴가 사용자의 대체인력을 파견해 주는 대체인력지원센터 운영 등 대안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이 전면적이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간호조무사 처우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노동관계 법령 강의 진행, 노동인권 교육 특강 등 노동관계법령 지식 및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 홍보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이승기 대표변호사는 간호조무사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 시작은 간호조무사라는 전근대적 명칭을 간호실무사 또는 실무간호사 등 현실적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건의료현장에서 '조무사'가 본래 의미가 아닌 특정 직업에 대한 비하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간호조무사 직군 전체가 비하되는 등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명칭 자체에 대한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간호조무사 시험응시를 위한 학력 기준은 1985년부터 40년간 '고졸'로 유지되고 있다"며 "대학 교육이 보편화된 현시점에서 유독 간호조무사에 대해서만 '고졸'만 가능하다는 학력 상한 규정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조무사의 적극적인 자기개발과 간호조무사 업무의 학문적·실무적 발전을 위해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상 학력 제한 규정을 철폐해야 한다"며 "간호조무사 양성 기관을 기존 직업계 고등학교와 간호학원에서 대학기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전동환 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의 현 실태를 이야기하면서 5인 미만 의원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경우 연차휴가도 없고, 주 40시간 근무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또, 시간외수당에 대한 가산도 없으며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조무사 정원 기준이 없어 무자격자와 동일 취급을 받고, 호칭이나 명찰 유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그는 "간호조무사 휴가 대체인력지원센터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며, 간호간병통합병동에 2030세대가 취업하고 싶어 하도록 정규직 채용과 적정수가 보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일차의료 및 방문간호에서의 역할 확대, 병원급 의료기관 정원기준 마련 및 야간근무수당 가산금 지급, 5인 미만 의료기관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고용노동부 하창용 근로감독기획과장은 "간호조무사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근로감독 신고 사건 비율을 보면 병의원의 위반 사례가 많은 상황이다"라며 "사업주들의 인식개선, 법령준수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인 간호조무사 스스로 근로계약을 함에 있어 꼼꼼하게 따져보고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그리고 노동관련 지식 습득을 위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서 지속해서 근로 및 노동 관련 교육을 진행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