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지인 소개로 유투브에서 요안 부르주아(Yoann Bourgeois)라는 행위예술가의 퍼포먼스를 봤다.
정말 파워풀한 퍼포먼스였다1분38초짜리 짧은 영상이니 꼭 보셨으면 한다.
요안 부르주아는 원래 서커스단에서 연기하던 분이라 우리네 평범한 인생을 잘 표현했다.
계단을 잘 오르다가 떨어지고 다시 계단을 오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정상에 서는 그런 퍼포먼스였다.
내 직장생활과 같았다.
한독은 올해(2024년) 70살이 되는 회사이니 퇴직한 직장선배도 많다.
그분들에게 듣는 얘기가"너는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다니니?” 또는 “한결같네"이다.
멀리서 보면 순탄하게 계단을 오르고, 한결같아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보면 요안 부르주아의 퍼포먼스처럼 들쑥날쑥하고 어렵고 갈등을 이고 사는 직장생활 40년째이다.
어느 한해도 그냥 편안하게 봉급쟁이생활을 지낸 적이 없다.
어느 날 이렇게 생각을 바꿨다,
"회사가 어딘가 '불편'하기에 '일'이 있고 그 일을 해결하라고 내가 있다"라고.
승진도 껑충 껑충 두 계단 세계단을 오른 것이 아니고 한 계단 한 계단씩 올라온 것이다.
기업에서는'아니면 말고는 없다'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디테일 하게 따박따박 일을 했다.
HR의 고객은 임직원이므로 대충대충이 없다.
섬세하게 접근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업무다.
지금도 카톡 대문에는 '한자한자 또박또박'이라고 적어놓은 지 오래다.
계단을 오르면 시야가 달라진다.
나는 춘천 촌놈이다.
강원도에서 제일 큰 춘천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나왔다.
초딩시절 그 운동장은 정말 넓었다.
며칠 전 다른 일로 그 근처에 갔다가 낮은 담장너머로 보이는 그 운동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넓었고 끝이 안보이던 운동장이 아담한 운동장으로 변해 있었다.
중입학시 153cm였고 지금은 173cm이니, 20cm, 한계단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말 한끝 차이인데 신기할 정도 작아 보였다.
그 한 계단 차이로 시야를 달라보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시야가 좁은 이들에게 "Bird's eye view를 해라"라고 주문하는 구나를 깨닫는다.
그레이존grey zone에 머물던 직원이 한 계단 승진하면서 완전히 달라진 사람을 많이 봤고
소대장 짓도 빌빌거리던 장교가 중대장이 되면 '아 사람이 달라졌네'하는 것도 수없이 봤다
한 계단 위는 안보이는 것이 많다.
까치발을 해도 한계가 있다.
윗 계단에 두발로 서 봐야 비로서 다른 것이 보인다.
고 정주영회장이 통천에서 가출하여 서울에 와서 처음 한 일이 건축 노동일과 쌀 가마니 배달이었다.
고려대 신축할 때 돌을 등짐으로 나르시던 그때,
자전거도 못 타서 질질 자전거를 끌고 쌀을 배달하던 그분이 그때,
향후 10,20 30,40,50년후 현대그룹을 만들고 세계 굴지의 회사로 만드는 비전을 꿈꾸고 그리고 있었을까?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쌀 배달하시다가 부가가치 높은 카센터를 발견(계단)하고 '아도서비스'를 설립하신다.
드럼통 펴서 찌그러진 관용차, 미군차를 고치고 그 수리비 받으려 관공서를 들락날락하다가
건설업체가 관공서에서 당신이 받아 가던 수리비의 약30-40배 많이 받아가는 것(계단)을 보고 건설업에 발을 들여놓으셨다.
쌀배달만 계속하셨으면 관공서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계단을 쌓고 올라가서 보니 다른 것이 보였고 그 다른 것을 하다 보니 더 높은 계단을 오르게 됐다
궁극적으론 세계속의 현대가 된 것이다.
회사에서 계단을 오르게 안 해준다?라고 불만할 수 있다.
그럼 이렇게는 해봤는가?
사원시절 내가 지금 팀장이라면?
팀장시절 내가 지금 CXO라면?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
그렇게 본인이 상상속에서 [의도적으로 한 계단]을 올려놓고 일해보기라도 해야 한다.
그 한 계단이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는 것이 '내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