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김해림 교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환경 평가
'산정특례 및 조기치료 제한' 건강보험 제도 개선점 꼽아
류마티스관절염은 이제 흔한 관절 질환으로 인식되고, 그만큼 임상현장에서 의료진이 무기로 쓸 수 있는 치료 옵션도 다양해졌다.
특히 야누스키나제(Janus kinase, JAK) 억제제 등장 이후 류마티스관절염 분야 치료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불러왔다.
2일 건국대병원 김해림 교수(류마티스내과)는 경구제 JAK 억제제의 등장 후 임상 현장의 이른바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 최근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척추염 등 환자들에게 JAK 억제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해림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은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인 윤활막에서 이상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여, 그 결과 관절 주위의 연골과 뼈가 파괴돼 관절 기능을 잃어 영구적인 장애가 유발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주사로만 투여 가능한 생물학적제제와는 달리 경구로 투여하면서 거의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 JAK 억제제가 나오면서 환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관절염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상현장에서 JAK 억제제도 처방을 조심스럽게 하는 이슈는 존재한다. 바로 '안전성'이다.
지난 2021년 JAK 억제제는 심혈관계 부작용 이슈에 휘말린 바 있다. 미국 FDA는 JAK 억제제에 대해 심장질환, 암 등 위험을 경고했고 국내 식약처 역시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결국 FDA는 JAK 억제제에 주요 심혈관계 사건, 혈전증, 사망 등 위험 정보를 박스경고문에 포함하도록 결정했다.
약물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JAK억제제의 안전성 문제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이 때문에 김해림 교수는 환자 별 상황을 고려한 맞춤치료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김해림 교수는 "고령이거나 종양과 심혈관질환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 JAK 억제제 사용 전 다른 기전의 약물 투여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며 "JAK 억제제가 감염, 특히 대상포진의 발생을 높이기 때문에 이러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약물 사용 전 다양한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폐렴, 대상포진,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있겠고, 잠재결핵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치료를 선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마다 연령, 유병기간, 동반질환, 자가 주사 가능 여부, 합병증 위험인자, 경제적 사정 등이 모두 다르므로 개인별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약제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마티스관절염, 산정특례 개선해야"
이 가운데 김해림 교수는 건강보험 제도 상에서의 개선점으로 '산정특례'를 꼽았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세포의 신체 특정 단백질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에 의해 발생하며, 류마티스인자, 항 CCP 항체 등이 질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마티스인자 혹은 항 CCP 항체는 전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70~80%에서 발견되며, 나머지 환자들에게선 발견되지 않는데 이들을 각각 혈청양성 및 혈청음성 류마티스관절염으로 구분된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혈청양성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혈청음성 환자들보다 병이 더 심하고 예후가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정특례 적용 당시 양성 환자만 혜택에 돌아가게 됐다.
다시 말해, 전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20%에 달하는 혈청음성 환자는 산정특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김해림 교수는 "약 20%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류마티스인자와 항CCP 항체가 음성으로 중증질환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돼 치료비가 꽤 많이 들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며 "이러한 환자들도 산정특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해림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나 표적 합성 항류마티스제제의 사용 시기가 일차약제 사용 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가능해 조기의 적극적인 치료에 제한이 있다"며 "의사의 임상적 결정에 따라 약물 사용의 급여 기준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해림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조기 진단과 합병증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기 진단돼 치료에 바로 들어간 환자와 2년 이상 진단과 치료가 지연된 환자들 사이에는 굉장한 예후의 차이가 있다. 6주 이상 작은 관절이 이유없이 붓고 아픈 경우 반드시 전문의를 만나보는 것이 좋다"며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의외로 심혈관질환이다. 질환 관련 합병증의 위험도를 평가해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해림 교수는 "장기적인 약물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 가능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미리 대비하거나 조기 치료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인 검사와 진찰을 통해 약물 부작용을 함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