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문제없다는 정부…"거짓 선동" 의료계 규탄 성명 지속
추석 연휴 지정 운영 병·의원에 의협 '진료 불가 신청'으로 응수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의료계의 응급의료 붕괴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선 벌써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눈 가리기식 대책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의료계에서 응급의료 위기를 경고하는 규탄성명이 계속되고 있다. 비상진료체계가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발언에 이어, 정부 역시 대부분 응급실이 24시간 운영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응급실의 99%가 24시간 운영하고 있으며, 6.6%만이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응급실 병상 역시 97.5%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통령실·정부 주장은 배후 진료과 이탈로 최종 치료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의료계 반박이다.
특히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14곳에서 분만이 안 되고, 46곳에선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여의도성모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단국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등은 응급실 폐쇄를 검토 중이라는 것.
또 전의교협이 여론조사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현재 의료공백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문에 67.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8월 31일~9월 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대위도 전의교협과 공동성명서를 내고 병원의 최종 치료 능력의 저하로 수용이 불가해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3차 병원이 해야 할 일이 2차 병원으로 넘어가면서 연쇄적인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단지 응급실 불이 켜져 있다고 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통계와 수치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응급실 부족 시,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병·의원을 연휴 기간 문을 열도록 지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파렴치한 행태라고 맞섰다. 의대 증원 등의 정책으로 현재의 위기를 자초해 놓고 그 책임을 의료계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관련 협회 및 단체를 통해 연휴 기간에도 운영할 병‧의원을 신청받는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필요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4조에 따라 필요시 당직의료기관을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의협은 협회 회원권익센터를 통해 '추석 연휴 진료 불가 신청'을 받는 등 각을 세우고 있다. 인력 부족과 배후 진료 붕괴로 24시간 진료가 어려운 병·의원이 환자를 받는다면 오히려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의협은 "응급실이란 곳은 문만 열려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실제 응급환자가 왔을 때 치료가 가능한 곳이어야 유효한 것이다"라며 "그간 의료계에서 협조를 해줬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정부 발언은 뻔뻔하고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 의료시스템 붕괴를 초래한 장본인이며 의료공백 사태의 주범인 정부가 할 소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주먹구구식 정책을 강행한 탓에 이미 망가지고 있는 응급의료는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응급의료의 붕괴로 인해 도미노처럼 우리나라의 의료 또한 무너질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며 "정부가 진정 의료 붕괴를 막기를 원한다면 실효성 없고 국민을 거짓 선동하는 비상진료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