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L베링코리아, 성인 B형 유전자 치료제로 정식 허가
또 다른 원샷 치료제 등장…임상 현장 반응 이목 집중
1회 투약 비용이 47억원에 달하는 또 하나의 초고가 치료제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제약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로 과연 약값 논란을 이겨내고 국내 임상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CSL베링코리아의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를 성인 B형 혈우병 치료제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헴제닉스가 승인받은 적응증은 혈액응고 제9인자 억제인자가 없는 성인의 중증에 가까운 중등증 및 중증 B형 혈우병(선천성 혈액응고 제9인자 결핍) 치료다.
여기서 B형 혈우병은 단일 유전자 결손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천성 출혈 질환으로, 간에서 주로 만들어지는 혈액 응고를 돕는 단백질인 응고인자 IX(혈액응고 9인자)의 결핍으로 발생한다.
헴제닉스는 혈액응고 9인자 생성을 활성화하는 기능성 유전자를 전달해 환자가 스스로 9인자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기전이다.
특히 단 '1회'만 주입해도 장기간 지속적으로 출혈을 감소시킬 수 있는 '원샷' 치료제로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임상적으로는 현재까지 B형 혈우병에 대해 시행된 최대 규모의 임상연구인 HOPE-B 연구 결과에 근거한다. 해당 연구는 중증에 가까운 중등증 및 중증B형 혈우병을 앓고 있는 성인 남성 B형 혈우병 환자 5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 오픈라벨, 단일용량, 단일군 임상연구다.
연구 결과, 헴제닉스를 환자에게 주입한 후 6개월 평균 39.0 IU/dL, 18개월 평균 36.9 IU/dL의 혈액응고 9인자 활성이 나타났다.
주입 후 7~18개월 사이에 환자의 연간 출혈률은 1.51로 주입 전의 4.19 대비 64% 감소하면서 일상적 예방요법 대비 우월함을 입증했다. 또한 헴제닉스로 치료받은 환자의 96%(54명 중 52명)가 기존의 예방요법을 중단했다.
HOPE-B 임상연구의 24개월 분석에서도 효과는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CSL베링코리아 김기운 대표는 "헴제닉스는 환자 스스로 9인자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으로, 혈우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약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샷' 치료제인 만큼 치료제의 임상적 특성 보다는 초고가인 약값에 관심이 집중된 것.
실제로 헴제닉스의 미국 내 약가를 참고해보면 350만 달러, 한화로 약 47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국내 환자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없이는 투여가 불가능한 금액으로 봐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 국내 식약처가 헴제닉스를 허가함에 따라 향후 '급여' 적용을 둘러싼 이슈가 제기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참고로 2019년 혈우병 백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혈우병 환자는 총 2509명으로 이중 A형 환자가 1746명(69.6%), B형 환자가 43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샷' 치료제로 국내 임상현장에서 먼저 급여 적용된 척수성 근위축증 질환(Spinal Muscular Atrophy, SMA)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 혹은 유전성망막질환(IRD, Inherited Retinal Dystrophy) 치료제 '럭스터나(보레티진 네파보벡)'와 비교했을 때는 환자 풀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급여 요구도가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혈우병 최초 원샷 치료제로 사실상 약가가 가장 큰 허들이 될 것 같다"며 "임상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허들'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