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계에 한 수 접었지만…못 박힌 내년도 정원에 의협 반발
"전공의 향한 복지부 사과는 긍정적…신뢰 회복 위한 대책 내놔야"
정부가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분석하기 위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올해 안에 구성하기로 했지만, 의료계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의료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30일 대한의사협회는 브리핑을 열고 같은 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대통령 직속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올해 안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해 독립적인 추계위원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를 일정부분 수용한 것.
이와 함께 조 장관은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선, 현재 대학 입시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논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의협은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강행한다면 의학교육 파탄을 막을 수 없다고 맞섰다. 의료계가 논의 테이블이 앉으려면 의대 정원이 감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제 제한이 없다면서도 2025학년도 증원은 철회할 수 없다는 등 상반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것.
의사수급추계기구와 관련해선 자문기구가 아닌 독립적인 의결기구로서 역할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 과반을 의료 전문가를 포함함으로써 일방적 정책 추진이 아닌 전문가 중심의 논의구조를 법제화하고, 협의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다.
실제 일본 의사 수급 분과위원회는 위원 22명 중 16명이 의사고, 회의 결과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후생성 홈페이지를 통해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안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의료인력 수를 최종 결정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사과의 마음을 전한 것과 관련해선 "지난 7개월간 의사 악마화에 몰두해온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현 의료사태 해결을 위해선 의·정 간의 신뢰 회복이라고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현 의료대란은 '의대 증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2020년 9·4 의정 합의를 정부가 어겼기 때문에 초래됐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오늘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결국 중요한 것은 의장 간의 신뢰 회복이라고 했다. 의협도 같은 생각이다"라며 "9·4 의정 합의를 어긴 정부가 '다시는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신뢰 회복을 해줘야 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OECD 통계에서 우리나라 의사 수가 꼴찌라고 했지만. 의사 수가 2배 이상 많은 나라들도 우리처럼 좋은 의료를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 이런 의료를 정부가 붕괴시켰다"며 "국회·복지부·교육부·대통령은 지금 상황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지 다시 들여다보고, 의정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즉시 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