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늘어난 의사 인력 재편 방안 및 의료 공급 변화
미래의료포럼 정책상임위원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대의원 조병욱
지난 3편에서는 '의료인력의 확충'이라는 아젠다를 두고, 수급, 양성, 배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제시한 실행방안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아무리 수급추계기구를 통해 과학적인 통계와 자료 분석을 통해 의사 인력 추계를 한다고 하여도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정치적 개입이 가능한 기구가 따로 존재한다면, 그러한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전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이번 4편에서는 정부가 늘린 의사 인력을 어떻게 재편하여 의료 공급을 바꿀 것인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여기에서는 지불제도 개편과 함께 종별 의료기관의 역할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공급자 중심 의료 체계 개편을 제시하고 있다.
2. 혁신적 의료 공급, 이용체계 및 지역의료 재건
1) 공급
OECD 대비 병상 공급이 많은 것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의 모순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문제 인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병상 공급을 많이 하여 진료량을 늘리는 경쟁을 한다고 문제 인식을 한 것인데, 공식적으로 환자 유인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현 의료법 체계에서는 환자의 자발적 의료 이용이 있지 않고서는 의도적 진료비 증가를 가져오기는 어렵다.
결국, 의료 공급자의 문제보다는 의료 이용자의 수요적 측면이 의료비 증가의 원인이 크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정부는 의료 문제만큼은 절대로 의료 소비자에 대한 통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2) 지역
아이러니하게도 병상은 과잉 공급이 되어 있다고 문제 인식을 하고 있지만, 지역의료의 인프라는 부족하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유출되고 있다고 하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의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는 인구의 감소로 인한 문제이다.
의료는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특히 상급의료기관일수록 필요로 하는 배경 인구와 의료인력이 더 많은 수가 필요한데, 지방에서는 그 숫자를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인구의 부족은 수익성 부족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인프라 유지에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KTX의 보급 이후 지방 환자의 수도권 유출이 심화되면서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의료 공급자의 만의 노력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개특위는 법과 재정으로 의료공급자를 지역에 묶어 놓는 방법으로 의료 공급 인프라만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는데, 민간 의료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가 유지될 수 있을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3) 이용
의료 이용자인 환자들은 언제나 선한 피해자로 의료 공급이 있음에도 정보 전달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합리적인 이용을 하지 못했을 뿐이고, 의료 공급자들이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 부분을 개선하는 실행방안으로 정보의 비대칭을 환자 중심으로 해소하고 비용구조를 재설계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무엇인가 문제 인식과 해결 방법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통해 어떤 방향성을 설정했는지 알아보겠다.
[1] 기능 중심으로 의료공급체계 재건
의료공급체계 재건 로드맵을 도표화한 것이다. 큰 특징은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현재의 각종별 의료기관을 기능에 따른 분류로 구분하겠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아급성 진료 의료기관이 신설되는 것이다.
현재는 1차 실행방안만 발표되었으므로 기능 A, 즉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실행방안만 구체적으로 준비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 도표에 나온 개념과 단어의 정의를 고려할 때 '지불제도'를 통한 의료기관별 장벽을 명확히 세우려는 복안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이미 예고된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이용하여 진단명에 따른 진료비 보상의 차등을 적용하게 되면 각 의료기관이 담당하게 되는 환자 군이 정립되게 되는데 이러한 환자군이 형성이 되면 자연스럽게 의료기관별 기능이 고정된다.
결국 앞서 지적한 대로 의료 소비자에 대한 제한이나 통제를 보건당국이 할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부분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의료 공급자를 강제적으로 조율할 수밖에 없는데 그 강력한 통제력은 바로 지불제도라는 것이다. 이것은 건강보험제도 출범 이후 단일 공보험 강제지정제도 하에서 지속되고 있는 의료 공급자에 대한 폭압적인 방법이다.
1. 기능 중심으로 의료기관 공급체계 재설계
1)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1차 실행방안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에서 제시하였던 '전문의 중심병원'의 일환으로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 가장 핵심으로 전공의 비중을 현재의 40%에서 20%로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문제는 이미 의대 정원을 증원해버린 상태에서 이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교수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의를 고용해야 하는데 그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전공의를 더 많이 수련시켜 전문의로 만들어야 한다. 이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다면 수련병원 내 전공의 비중을 40%에서 20%로 감축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전문의들의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유출을 막고 병원급 이상의 취업을 유도하는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기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물론 그만큼 전문의의 인건비는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수도권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은 현재의 전공의 공백을 틈타 병상 이용률이 낮은 틈을 타 다인실 병실을 2·3·4인실로 축소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에서 요구한 10%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 중이다.
게다가 간호법 통과와 함께 각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전문간호사제도를 이용하여 진료보조인력으로 의료인력으로 간호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전공의 의존도를 확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들 상급종합병원은 전문간호사를 활용한 진료지원 간호사들에 대한 업무분장을 재설계하고 교육훈련 계획을 수립하는 등 내년 간호법 시행 전까지 부단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러한 상급종합병원의 적극적인 협조는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에서 적극적으로 제시한 필수의료 특히, 중증질환 등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지불제도에 대한 기대감에서 나타나는데 이에 대한 보상기준(안)은 다음과 같다.
상급종합병원이 그동안 경증질환과 중등증질환 그리고 추적관찰을 하며 진료량을 늘리며 유지해오던 진료량과 중증 중심으로 전환하여 보상받는 것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능 중심의 중증 질환 일변도의 환자군을 의료기관에 형성하게 되면 반대로 전공의에 대한 수련 교육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은 '다기관 협력 수련'인데, 이것은 타 의료기관 파견 근무를 의미한다.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은 전공의 교육의 질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 2차병원 육성–후속검토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뒤에서 설명할 지역완결 의료체계나 지역책임 의료기관 기준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종합병원 기준 100병상 이상 + 7개 이상의 진료과목은 훨씬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 250병상 이상 + 7개 이상의 진료과목 + 24시간 운영 응급실 + 10베드 이상의 중환자실 등)
그리고 이에 충족되지 못한 현재의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전문병원으로의 전환 또는 이번에 새로 제시된 아급성 의료기관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병원급 의료기관을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도, 겉으로는 기능이라고 하였지만, 종합병원은 DRG(포괄수가제)로 묶어 검사량의 증가를 제한하고, 전문병원을 육성하여 병상회전율을 올리는 대신 재원일수 감소를 유도하는 것이다.
3) 일차의료 혁신 – 후속검토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의 꽃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문의료 공급 제한이다. 박민수 차관이 밝혔듯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전문의료 공급은 과도하고, 비급여를 양산하는 불필요한 의료를 양산해내는 나쁜 의료라는 인식이 보건복지부의 관점이다.
따라서 의료개혁을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말 그대로 일차의료 기능만 수행하고 통합적 건강관리(만성질환이나 노령질환 등)과 같은 외래 진료만 하라는 것이다.
검사나 술기, 시술 같은 것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도록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진찰과 건강관리 상담 정도만 수행하도록 하고 그것에 따르면 보상을 더 강화해주는 그런 실행방안을 마련해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4) 아급성 체계 확립
앞서 언급한 대로 기존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종합병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의료기관들은 아급성 의료기관으로 전환을 유도당하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 의료기관의 정의나 기능이 정립되어 있지 않지만, 이미 진단은 내려져 검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는 않으나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거나, 의료기관에서의 재활을 위한 입원이 필요한 경우 그러한 역할을 할 의료기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필수의료패키지 및 의료개혁 관련 정책에서 유일하게 다음 세대가 도전 해볼 수 있을 만한 분야이다.
2. 기능, 성과 중심 공급 기반 정비
1) 중증도 분류체계 개편
앞서 위 로드맵 설명에서 얘기한대로 기능별 정립을 하고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수가를 보상하기 위한 중증질환을 환자군을 모으기 위해서는 분류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
2) 상종 제도 개선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이름만 바꾼다. 공모전을 통해 명칭변경을 추진하고 명칭변경을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을 해야하는데, 이 의료법 개정을 할 때 추가되는 개정 법령을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명칭만을 변경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중증질환 기능 중심을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강화하는 개편도 추진하는데, New-normal 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의료 공급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필수의료와 중증질환을 떠난 의사들은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민형사상 소송 즉, 법적 Risk가 가장 큰 문제인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 분야에 뛰어들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의대 정원을 아무리 늘려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종사하는 인력만으로 그들의 이탈을 막으면서 현재의 중증질환 의료 역량을 유지하거나 늘려야 하는데 과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강화했을 때 충족시킬 수 있는 의료기관은 얼마나 있을지. 이에 대한 걱정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가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3) 평가 및 보상 개선
종별 가산을 폐지하고 기관단위로 기능-성과 보상체계를 도입한다. 종별 가산은 로드맵을 보면 의원, 병원, 상급종합병원 체계를 지웠으니 사라지는 것이고, 기능-성과 보상체계는 지불제도 개편에서 예고되었던 대로 가치기반 지불제도로의 전환이다. 즉, 의료기관 별로 지표에 따라 가산율을 달리 적용하고 심평원의 평가 기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을 하는 것이다.
보험자 측에서는 합리적인 보상체계일 수 있겠지만, 의료 공급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의료 공급에 대하여 다른 보상을 받아야 하는 불합리를 받아들여야 하고, 보험자 측의 부당한 다른 요구들을 거절하기 어려운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는 피지배적인 보상체계이다.
그동안 이러한 부당한 것들을 상급종합병원들은 다 받아왔지만, 의원급을 대표하여 협상의 지위를 가졌던 대한의사협회는 큰 저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것들은 상급종합병원에 국한되지 않고 병원급 2차의료기관을 거쳐 1차의료기관인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모두 적용되어 왔다. 그러한 지불제도의 개편은 의개특위 2차, 3차 실행방안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