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비만약에도 목말랐던 임상의들…위고비 '단비'될까

발행날짜: 2024-10-17 05:30:00
  • [초점] 관련 임상만 28개 가동…일관된 효과로 기대감 상승
    비만 전문가들 "관심 이유는 효과…드디어 쓸만한 약제 나와"

위고비가 16일 출시되며 의료진, 환자뿐 아니라 대중으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리덕틸(시장 퇴출), 제니칼, 벨빅(시장 철수), 콘트라브, 큐시미아, 삭센다, 그리고 위고비(Wegovy)의 출시(2024년 10월 16일).

그간 쓸만한 비만치료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미 다양한 비만약이 상용화돼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었지만 이번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만큼 임상의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까지 관심을 끈 약물은 없었다.

신문 사회면, 경제지까지 위고비의 약물 효과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시장 성공 가능성, 경제적 가치와 같은 부수적인 면을 따질 정도로 앞서 출시된 약제들과는 대우가 달랐다는 것. 이른바 '위고비 현상'이 나타났다.

임상의들도 "드디어 쓸만한 약제가 나왔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비만치료 과정에서 기존 약제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미충족 수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위고비의 주요 임상 결과 및 최근 연구 동향, 비만 치료 전문가들이 본 비만치료 현황 등을 통해 위고비의 향후 전망을 정리했다.

■관심의 이유는 '효과'…관련 임상만 28개 가동

비만은 단순한 체중이나 개인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는 문제를 넘어 심혈관 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 다양한 만성 질환의 발병 요인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만 치료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체중 감량 치료의 혁신적인 방법으로 떠오른 위고비의 국내 출시는 의료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관심의 핵심은 역시 체중 감량 효과다.

위고비는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의 고용량 버전이다.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는 이 약물과 관련해 STEP 시리즈로 명명된 여러 임상시험을 자체 진행하고 있다.

STEP 1: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를 평가한 시험.
STEP 2: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시험.
STEP 3: 생활 습관 개선과 위고비 병용의 효과를 평가한 시험.
STEP 4: 위고비를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 체중 유지 효과를 평가한 시험.
STEP 5: 2년 동안의 장기적인 위고비 사용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시험.
STEP 6: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를 다른 GLP-1 수용체 작용제와 비교한 시험.
STEP 7: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를 다른 인구군(예: 소아, 특정 체질)에서 평가한 시험.
STEP 8: 심혈관 위험 요인을 가진 비만 환자들에 대한 시험으로, 위고비의 심혈관 보호 효과를 평가.
STEP 9: 간 기능 이상(비알콜성 지방간)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
STEP 10: 이전에 체중 감량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에 대한 재치료 효과를 평가한 시험.
STEP 11: 비만 환자들이 위고비를 사용한 후 다른 약물로 교체했을 때의 효과를 평가한 시험.

이외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STEP TEENS, STEP UP 등 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관련 임상만 28개가 가동되고 있다. 위고비가 돌풍을 일으킨 것의 핵심은 다양한 임상에서 증명된 일관된 효과로 요약된다. 대체로 당뇨병의 유무, 인종에 상관없이 15% 안팎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면서 기대주로 떠오른 것.

미국 국립 보건원 산하 임상시험 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등록된 세마글루타이드 관련 임상 건수.

STEP 1 임상은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는 성인 1961명을 대상자로 했다. 68주 동안 주 1회 2.4mg의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결과 환자들은 평균 체중의 14.9%를 감량해 위약군의 2.4%와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STEP 3 임상은 저칼로리 식단 및 운동 프로그램을 병행한 임상 시험으로,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에서 평균 16%의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해당 연구는 위고비가 단순 약물 치료를 넘어 행동 요법과 함께 활용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이사장은 "기존의 약물들이 적게는3~5%의 체중 감량을 보고했고, 삭센다는 8%, 큐시미아가 10% 안팎이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위고비의 15% 감량률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당뇨병, 고혈압 등의 주요 만성질환이 비만으로 촉발되기 때문에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면 많은 증상이 완화되거나 개선된다"며 "당뇨병의 경우 치료의 첫번째가 체중 감량이고 DiRECT 임상에서도 15kg 감량 시 80%가 넘는 당뇨병 관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자면 전당뇨병에 있는 체중 100kg의 환자가 위고비를 투약해 15kg를 감량하면 당뇨병 위험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다"며 "누구나 체중 관리의 중요성에는 동감하지만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고비와 같은 비만약 출시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펜터민과 토피라메이트의 조합인 큐시미아의 체중 감량 효과는 1년간 사용했을 때 체중의 6~10% 정도로 보고된다.

위고비는 5개 용량으로 출시됐다.

저용량에서는 6~8% 감량이 주로 나타나고 고용량을 사용할 경우 평균 10% 이상 감량이 가능하지만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인 펜터민 때문에 장기간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부프로피온과 날트렉손 성분 조합인 콘트라브는 1년간 사용했을 때 체중의 5~8% 감량이 보고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약물 사용을 중단한 후에도 일정 기간 체중 감량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약물 복용 후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메스꺼움, 구토 등이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 철수한 로카세린 성분의 벨빅은 1년 사용 시 체중의 3~5% 감량에 그쳤다. 벨빅은 체중 감량 효과가 큐시미아나 콘트라브에 비해 낮았으나,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지만 암 발생 위험 때문에 2020년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앞서 언급된 100kg의 전당뇨병 환자에게 큐시미아나 콘트라브를 쓴다고 해도 유의미한 체중 감소 달성 및 당화혈색소, 혈압 등 주요 지표의 개선은 어려웠다. 부작용과 장기적인 효과의 지속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쓸만한 약이 없었다는 것이 그간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였던 셈. 의료진과 환자 모두 위고비의 출시를 기다린 이유다.

■ 꿈의 비만약 맞을까? "기전상으로 삭센다와 동일"

위고비의 출시를 두고 꿈의 비만약이라거나 획기적인 신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으면서 대중들에게 오히려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효과가 좋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획기적이거나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는 아니라는 것.

세마글루타이드의 체중 감량 기전은 주로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로서의 역할을 통해 이뤄진다.

GLP-1은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사 후 분비돼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GLP-1 수용체에 결합해 식욕을 억제하고 음식물의 위 배출 지연 및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쉽게 말해 위고비는 GLP-1 RA 약제로 앞서 출시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같은 계열이라는 것. 기전상으로 보면 작용 방식은 동일해 위고비가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전상 교집합의 범위에 부작용도 들어간다는 점이다. GLP-1 RA 계열 약제는 소화기계 증상인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을 제외하고 대체로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일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자살, 자해 가능성 논란은 현재진행형으로 학계의 교통 정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2023년 7월 유럽의약품기구(EMA)와 영국 의약품 및 보건의료 제품 규제청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 충동 위험성에 대한 조사를 개시한 데 이어 미국 FDA도 유해사례 보고 시스템(FAERS)에 보고된 사례(2023년 9월까지 총 201건)를 기반으로 GLP-1 RA 계열 약제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약제의 부작용 발생 관련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올해 8월 EMA와 FDA의 조사보다 규모가 큰 세계보건기구(WHO)가 부작용 글로벌 데이터데이스를 분석, 세마글루타이드에서의 자살 충동 가능성을 언급해 재차 불을 지폈다.

위고비는 이제 막 출시됐다는 점에서 시간의 검증이 필요하지만 삭센다를 처방해 본 의료진들의 경험으로는 위해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위고비나 삭센다 모두 인체 천연 호르몬 GLP-1과 유사한 구조로 작용과 효과면에서 GLP-1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가정의학회 한병덕 홍보이사는 "GLP-1이 소화기관에 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위장관 부작용의 발현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서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전은 불분명하다"며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GLP-1 투약 후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우울증 병력이 있거나 현재 우울감이 심하게 있는 환자들에게 GLP-1 제제를 최우선으로 선택한다"며 "오히려 다른 비만 치료제들이 식욕을 억제하기 위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정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미국 59개 의료 기관에서 1억 명 이상의 환자 전자 의료 기록을 기반으로 세마글루타이드의 자살 위험을 분석한 결과 오히려 타 약제 대비 위험도가 73%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HR 0.27).

실제로 올해 초 네이처 메디슨에 공개된 세마글루타이드 대 비-GLP1 수용체 작용제 항비만 약물과의 자살 충동 관련 대규모 코호트 분석에서 위험도가 더 낮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 이어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감시위원회도 인과관계 없음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7월 공개된 영국 옥스퍼드의대 정신의학과 리카르도 데 조르지 등 연구진이 진행한 제2형 당뇨병에 대한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의 12개월 신경학적 및 정신의학적 코호트 분석 결과(doi.org/10.1016/j.eclinm.2024.102726)도 위고비의 무죄에 손을 들어줬다.

위고비를 타 당뇨병 약제와의 비교한 결과 신경학적·정신의학적 위험도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리얼월드데이터가 나오면서 각종 의혹에 쐐기를 박은 것.

결국 위고비는 효과가 크지만 부작용 위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의 안착 및 성공 여부는 오히려 약가와 같은 외부의 요인에 달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비만학회 관계자는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는 기존의 비만 치료 약물들과 비교해 매우 우수하며, 특히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충분한 체중 감량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제2형 당뇨병 환자나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다양한 환자군에게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위고비의 사용에는 몇 가지 현실적 한계가 존재한다"며 "고가의 약가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있을 수 있으며, 위고비를 중단할 경우 체중이 다시 증가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적이어서 장기적인 사용이 필요한 만큼 보험 급여 적용 여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0.25㎎, 0.5㎎, 1.0㎎, 1.7㎎, 2.4㎎ 5개 용량으로 출시된 위고비는 용량과 관계없이 공급가 37만 2025원으로 책정됐다. 의료기관의 적정 마진을 고려하면 환자들의 자부담 비용은 월 70~100만원선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장기 투약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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