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4개 학술대회·세미나 모두 '전공의·개원가' 중점
"빈자리 없다" 인기 높지만 재정·학술적 문제에 의사회 우려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로 향하면서 관련 술기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의사단체들도 사직 전공의를 위한 개원가 학술대회·세미나를 연달아 개최하는 등 수요에 발맞추고 있다.
27일 의료계에서 개원가 관련 학술대회에 대한 사직 전공의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전공의 발길이 뜸했던 의사회 학술대회에도 인파가 몰리는 한편, 아예 사직 전공의 주도로 세미나가 열리는 상황이다.
이는 사직서가 5개월간 수리되지 않다가, 전공의들이 일시에 취업 시장에 풀려 나온 것이 원인이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존 대형병원 위주 수련으론 당장 개원가에 취직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관련 술기를 익히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
특히 이날 사직 전공의 주도로 '일차의료 101' 세미나가 열렸다. 닥터프레너·투비닥터가 공동 주최한 이 세미나에선, 복통·감기 등에 대한 병력 청취·진단 및 치료·처방을 주제로 개원의들의 강연이 이뤄졌다. 세미나 참석 대상은 사직 전공의, 공중보건의, 의대생이었다.
이 세미나엔 똑닥·키메디·의사랑의 후원의 이뤄지기도 했는데, 특히 의사랑의 경우 영업담당자가 나서 전자의무기록시스템 교육을 진행했다. 전공의들의 개원가 관련 학술대회 수요 증가에 의료플랫폼·기기업체들도 관심을 가지는 모습이다.
같은 날 이뤄진 3개의 의사회 추계학술대회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전공의 등록이 모두 무료로 이뤄지고 참석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의사회들의 설명이다. 이에 의사회들은 이를 정례화를 고민하면서도, 비용 문제로 의정 갈등 해소를 촉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학술대회는 전체 참석자 500명 중 300여 명이 전공의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통증 질환 관련 신경외과 최신 지견에 대한 전공의들의 수요를 대변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신경외과의사회 지규열 총무이사는 "많은 전공의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학술대회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며 "전공의들은 휴일에도 병원 콜을 받아야 해서 평상시엔 20~30명 정도만 참석하는 것에 그치는데, 이번에는 정말 많이 왔다"고 말했다.
신경외과의사회 고도일 회장 역시 "이번 학술대회는 전공의들 등록을 무료로 했고, 이들이 좋아할 만한 강의가 많았다. 통증·주사·도수치료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이나 개업 후 의료광고나 간판에 대한 내용 등 많은 강의를 마련했다"며 "오늘 전공의들의 반응을 보고, 선호도 조사를 진행해 다음 학술대회 프로그램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27일 열린 한국건강검진학회 학술대회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개원의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초음파 핸즈온 코스를 전공의 대상으로 진행했고, 150여 명의 전공의가 신청했다는 설명이다.
한 환자당 5명의 사직 전공의가 배정돼 상복부·갑상선·심장초음파 교육이 이뤄졌는데, 강의와 실기가 함께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 건강검진학회 조승철 홍보부회장은 "빈자리 없고 열의가 대단한 상황이다"라며 "각 테이블에서 여러 전공의가 직접 검사를 해보며 어느 부분 스캔해야 하는지 등의 지식 습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 만에 초음파검사를 숙달할 수는 없지만, 전공의들이 실제 인체를 검사함으로써 감을 잡을 수 있다"며 "또한 이런 교육을 단발성이 아니라 내과의사회 학술대회 기반으로 반복해 교육받으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도 기존보다 많은 50여 명의 전공의가 참석했다. 특히 이 학술대회엔 수련 이후 개원 노하우 및 병·의원 경영, 세부 전공을 활용한 개원 및 지역사회에서의 관계 형성 등 개원 아카데미가 열렸다. 참석률도 매우 높았는데 강의장이 만석이어서 뒷자리에 서서 강의를 듣는 참석자가 여럿 있었다.
이와 관련 신경과의사회 한영수 학술부회장은 "두통·어지럼증은 대학병원 수련 과정에 있지 않고 개원가 학술대회에서만 배울 수 있다. 내과의 경우도 수련 시 암 환자에 대한 치료는 많이 접하지만, 장염·소화불량 치료 배우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기초적이면서도 개원가에서 실질적으로 많이 이뤄지는 진료에 대한 수요로 전공의 참석율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공의 등록이 무료로 이뤄지는 만큼, 그 횟수를 늘리거나 정례화하는 것엔 의사회들이 재정적인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특히 검진학회의 경우 전공의 핸즈온 코스에 2000만 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더욱이 학술적인 측면에서 개원가에서 이뤄지는 강의로 대학병원 수련을 메꾸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의학의 질을 위해 의정 갈등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와 관련 신경과의사회 윤웅용 회장은 "너무 큰 사태여서 어떻게 해결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년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어서 우려가 크다"며 "의사이면서 보호자기도 한 입장에서 가족의 항암치료 계속 지연되고 증상 나빠지는 것을 보며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 환우 동호회를 보면 항암치료 지연에 수술 시기를 놓치는 등 이런 난리가 없다"며 "내년엔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고 응급실도 난리다. 반면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렇게 정부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동안 국민이 피해를 본다. 이런 피해가 없도록 사태가 잘 해결되길 바랄 따름"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