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 앱 출시했지만…의료계 참여도 환자 반응도 시들
"의료계 몽니가 문제" 여론몰이에 의료계 "진짜 문제는 보험사"
보험개발원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의료계 불참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 편익을 위한 사업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식인데, 이미 실손보험 간편 청구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계에선 악의적인 여론몰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28일 보험개발원 실손보험 간편 청구 앱인 '실손24'가 저조한 의료기관 참여율로 시작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그 원인으로 의료계 비협조가 지적되고 있다.
기존에도 의료계가 보험개발원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반대하는 것에 비판 여론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지난 25일 실손24 앱이 출시되면서 있었던 금융위원회 발표를 기점으로 그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국 4235개 병원 중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참여를 확정한 733곳으로 17.3%에 불과하다.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 47곳 ▲종합병원 214곳 ▲일반병원 342곳 ▲요양병원 59곳 ▲한방병원 51곳 등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은 100%, 종합병원은 64.7%의 높은 참여율을 보인 반면, 일반병원 참여율은 24.4%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후 일반병원은 비급여진료 비중이 커 여기 참여하지 않는다거나, 의료계가 국민 편익을 위한 사업에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손24 앱을 이용하지 않는 병원들도 이미 민간 핀테크 업체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 반박이다. 실손24 없이도 실손보험 간편 청구가 이뤄지고 있어 의료계가 국민 편익을 침해한다는 식의 접근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
보험업법 개정안은 기존에 병원들이 이용하던 핀테크 활용 방식도 인정하고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실손24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실손보험 빠른청구 앱을 운영 중인 지앤넷에 따르면 28일 기준 1만7325 곳의 의료기관이 등록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중소병원은 참여가 저조하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1만7000여 개 병·의원들은 보험개발원이 개발하기 전부터 실손보험 간편 청구를 제공하고 있다"며 "법으로 강제하기 이전부터 환자 편의에 의해 원하는 의료기관만 참여했는데, 자율적이다 보니 거부감이 없어 올해 말 2만여 개 개원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개발원은 의원이나 약국 등을 대상으로 다시 시스템을 개발하고 연동해야 하지만, 민간 차트 회사들의 청구 간소화는 이미 많은 기관의 서류전송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며 "실손 청구 서식을 보낼 수 있는 의료기관을 모두 더하면 이미 2만여 곳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실손24만을 연동 기관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민간 핀테크 업체들의 불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민간 주도 실손보험 간편 청구 서비스를 평가절하해 공공으로 가져가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앤넷은 오는 연말까지 실손보험 빠른청구 등록 의료기관이 1만900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엔 실손보험 청구가 적은 내과·소아청소년과·피부과·성형외과 등의 진료과를 제외한 대부분 의료기관에서 간편 청구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실손24는 실손보험 청구가 크게 의미 없는 보건소나 치과·약국까지 청구 가능 기관으로 부풀려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시장을 속이는 일이라는 것.
이와 관련 지앤넷 김동헌 부회장은 "이미 민간 주도로 보험금 청구에 환자들의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 에코 시스템이 만들어진 상황이다"라며 "현재 간편 청구 등록 의료기관이 1만7000곳이고 이는 실제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의료기관의 90%에 육박하는 숫자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이를 전체 의료기관 10만 곳의 일부밖에 안 된다는 식은 민간 서비스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며 "시장에서 공공을 배제하고 민간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부 기조였는데 이는 거꾸로 가도 너무 심하게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여론몰이의 이면엔 보험업계의 속내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통해 환자 정보를 집적하려면 보험개발원으로만 청구가 이뤄져야 해, 민간 간편 청구가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미 시장에 안착한 민간 핀테크 간편 청구를 이 같은 목적으로 훼방 놓는 것이라면, 결국 국민 편의를 위한 사업을 가로막는 것은 의료계가 아니라 보험업계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의협 실손보험대책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애초에 실손보험은 보험사와 환자와의 계약이고 의료기관은 제삼자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국민 편의를 위해 여기 협조하는 것이다"라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목적이 국민 편의성이라면 진료 정보를 가진 의료기관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보험사들이 다른 속내를 가지고 사업을 쥐고 흔들려고 하니 상황이 어긋나고 있는 것이지만, 의료계 불참이 문제라고 호도되는 상황이다"라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목적이 진정 국민 편의라면 보험개발원을 통해서만 청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의료계와 협력하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