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가정의학과·외과학회 내시경 인증의 교육 인정
내과 "국민건강 위해" 반발…가정의학과 "역량 충분하다"
정부가 내과 전문의로 한정돼 있던 암 검진 내시경 인증의 자격을 가정의학과와 외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자 의료계에서 심각한 내부 갈등이 일고 있다.
내과계에서는 암 검진의 질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가정의학과 등은 이미 충분히 내시경 스킬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반발이 독점일 뿐이라고 맞서는 모습이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암검진 내시경학 분야 평가 지표' 중 인력 평가 관련 지침을 개정해 대한가정의학회·대한외과학회 내시경 인증의와 연수 교육도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장내시경학회에 한정해 인정하던 범위를 확대한 것.
그러자 내과계는 암 검진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소화기내시경학회는 국가 암검진 질 관리가 역행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미 양질의 검증된 내시경 전문의가 배출되는 상황에서, 내시경 수련 과정이 불충분한 학회에 연수 교육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위해 된다는 것.
또한 이를 막기 위해 대한내과학회 및 소화기 연관 학회와의 협력을 통한 법적 조치와 함께, 대국민 세부전문의 제도와 내시경 질 관리 사업에 대한 홍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소화내시경학회 박종재 이사장은 "인증받은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는 현재 9466명으로 엄격한 수련을 통해 매년 300명 정도만 배출하고 있는 상태"라며 "충분한 수련이 이뤄지지 않은 내시경 의사를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와 동급으로 한다는 결정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내과의사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학회마다 내시경 인증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옥상옥이라고 반발했다. 이미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위대장내시경학회를 통해 충분한 수의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가암검진 대장내시경 검사 본격 시행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내시경 검사자의 인증과 질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 같은 정부 결정은 국가검진 내시경 검사 질적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관학회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그 어떤 타협이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이는 소화기내시경검사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자격만 갖추면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취득할 수 있는 인증의를 다른 기관에서 추가로 인증하고 관리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반면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미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내시경 검사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맞섰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5주기 공단 암검진 질평가에 있어 가정의학회의 교육과 인증을 정당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또 이를 위해 가정의학회,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외과학회와 끝까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정 과의 배타적 독점은 국민 건강에 좋지 않다는 비판도 내놨다. 국가검진 내시경 검사가 확대될수록, 그 질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오히려 관리를 개방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
내시경 검사 표준화 및 인증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적정 자격을 갖춘 모든 과의 학술대회·연수강좌가 동일 기준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현재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 명의 의사가 하루 30개 이상씩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경우도 아직 허다하다"라며 "국가검진 질 향상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불충분한 상황에서 소화기내시경학회가 가정의학회나 외과학회의 연수 교육을 인정한다면 평가 업무 자체를 보이콧 하겠다고 한 것은 국민건강 증진에 반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