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전의비 잇따라 성명서 내고 '의평원 무력화' 비판
1학기 의무 복귀라는 대통령실 발언 반박 "의도적 학칙 왜곡"
교육부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에 대한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는 상위법에 반하면서까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압박하는 일이라는 비판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3일 연달아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부 의평원 무력화 시도와 함께 대통령실에 의한 의대 학칙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 9월 25일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에 대한 반발이다. 이는 무모한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무시하는 일이라는 것.
이 개정안은 대규모 재난으로 의대의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교육여건이 저하되는 경우, 인정기관 불인증 전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또 평가·인증 기준 등의 변경이 있거나 관련 업무를 중단·폐지하는 경우 이를 미리 알리고, 기준 등의 변경사항이 중대한 경우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 같은 개정안은 의대 증원으로 대학들이 평가·인증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 우려돼, 의평원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의료계 비판이다.
교육부 입법예고 이후 이 같은 의료계 반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아무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의교협과 전의비는 "현재 입법 의견 게시판은 위 개정안에 대한 깊은 우려와 반대들로 넘쳐 나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의료계에서도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사자인 의평원 역시 의평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2일 성명에서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언급했다는 대학 학칙이 왜곡돼 있으며, 교육부는 학사 운영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비판이 담겼다.
지난 29일 대통령실 한 고위관계자가 "학칙상으로도 2025학년도 1학기에는 의무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의대가 '1회 2학기 이내'라는 내용을 학칙에 명시하고 있지만, 이는 한 번에 신청하는 학기 수를 명시한 것일 뿐이라는 반박이다. 추가 휴학 신청을 통해 2학기, 길게는 10학기까지 휴학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
즉 의대 학칙상 1회 휴학 한도가 2학기라는 것이지, 2개 학기를 초과해 연속으로 휴학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달 6일 교육부는 '의대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면서, 2개 학기를 초과하는 연속 휴학 제한 규정을 학칙에 추가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의도적으로 학칙을 왜곡하였거나,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바 현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므로 더 이상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근본적으로 교육부나 대통령실이 각 대학의 학칙에 간섭하거나 개정을 강요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인 자유를 역행하는 반헌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모한 의대 증원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진 상황에서 엉뚱한 조치만 남발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교육부와 대통령실이 대학 학사 운영, 입시 전형에서 손 떼고 대학 자율성을 보장해야 현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