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원장 A씨, 입원환자 10명에 향정신성의약품 디아제팜정 104정 처방
법원 "20회 이상 처방하면서 유효기간 경과 인지 못 해…관리의무 소홀 인정"
환자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한 의사에 대한 1개월 15일간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송각엽)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을 기각했다.
A씨는 정형외과의원 대표자로 지난 2019년 6월 14일 입원환자인 B씨에게 유효기간이 경과한 향정신성의약품인 디아제팜정 2mg 3정을 처방했다.
이 외에도 2018년 6월 11일부터 2019년 4월 6일까지 10명의 입원환자에게 24회에 걸쳐 총 104정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해 사용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A씨가 변질, 오염, 손상됐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1개월 15일간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디아제팜정은 평소에 잘 처방하지 않아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디아제팜정은 8개월 만에 처방하다 미처 유효기간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고의로 처방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에게도 피해 사실이 접수된 내역이 없을 뿐 아니라 이번 일로 어떠한 부당이득도 챙기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에게 고의성이 전혀 없고 피해 사실이 접수되지 않은 사안까지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로 간주하고 면허정지처분을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며 "고의성 없이 실수로 발생한 사건에 지나치게 과한 불이익을 내리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한 처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의약품의 처방과 사용을 담당하는 의사가 유효기한 또는 사용기한을 경과한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의약품을 이용하는 환자의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의사의 지도에 따라 안전한 범위 내에서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으리라는 신뢰를 현저히 배신해 고도의 전문성과 직업윤리에 의해 뒷받침되는 의사의 직업적 위신을 크게 실추시키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처방한 약제가 향정신성의약품이라는 점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A씨는 약 10개월 동안 10명의 환자들에게 총 104정에 달하는 많은 양의 의약품을 처방 및 사용한 것으로 그 기간, 횟수, 태양 등에 비춰볼 때 위반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무엇보다 처방 및 사용의 대상이 된 의약품은 엄격한 취급 및 관리가 요구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라며 "의료인이 사용기간 또는 유효기간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는 법률로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의가 아니었다는 A씨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고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행정법규를 위반한 경우는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며 "A씨가 장기간에 걸쳐 100정이 넘는 동일한 향정신성의약품을 20회 이상 처방하면서 그 유효기간 경과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이는 그 자체로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A씨가 해당 사건으로 부당 이득을 얻지 않았고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에서 1/2을 감경처분했다"며 "해당 처분은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