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의료개혁안 파헤치기(9편)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위원
발행날짜: 2024-11-25 05:30:00
  • [연재칼럼]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무용성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정책상임위원

의개특위 1차 실행방안에서 마지막 각론으로 의료분쟁에 대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필자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 당시부터 꾸준히 이와 관련된 대책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근본적으로 의료행위에 대하여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상해행위가 아닌 의료행위 즉, 상해 목적과 같은 의도성을 가진 의료행위가 아닌 일반적인 의료행위에 대하여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피해가 환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줄어든 것을 보상의 부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과거 지금보다 그 격차가 더 심했을 때에도 필수의료에 종사하던 의사들은 있었다. 소득이 턱없이 적더라도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소득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민형사 소송이다. 곡식 창고의 허공에 총을 쏘아대고 있으면 새는 날아들지 않는다.

의개특위가 바라보는 의료분쟁의 문제는 소통이 잘되지 않은 것이고, 의료진의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의료분쟁 조정제를 보면 공정성 부분에 '비의료 감정위원'이 포함되고, 투명성 부분에 옴부즈만 제도(이용불만), 불복절차 등이 신설된다.

그리고 민사 부분은 공제조합과 같은 책임·종합보험 등과 같은 보상, 형사 부분은 일종의 특례를 언급했는데 실제 실행방안은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환자-의료진 소통 활성화

1. 사고 예방
의료기관 인증평가 시 제출하는 '의료사고 예방체계 및 활동' 등을 의료분쟁조정 판단 근거로 활용

2. 소통 활성화
사고 발생 초기 환자-의료진(의료기관) 간 충분한 소통 및 신뢰 형성을 위한 의료사고 소통지원 법제화
-유감 또는 사과 등 수사,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명문화
-표준 가이드라인 제공, 교육 및 상담, 심리지원 병행

'의료사고 예방체계 및 활동' 서류가 도대체 의료분쟁 조정에 어떤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학습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시험 성적에 반영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분쟁과 관련하여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끼워 넣은 항목으로 보인다.

유감 또는 사과 등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방안으로 보이지만, 이와 관련하여 조정이나 중재와 같은 개입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제외되기 때문에 이때에는 유감 또는 사과가 불리하게 작용되고 오히려 불복으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부분 또한 보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2] 의료분쟁 조정제도 전면 혁신
1. 환자 조력 강화
환자 대변인 신설: 의학적, 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조력하기 위함
-시범 운영 후 제도화를 통해 전면 시행(25년 1월~, 3억원 지원)

환자 대변인 제도를 통해서 중상해를 입은 환자나 보호자로 하여금 의료분쟁을 더욱 야기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델 방안 예시이다. 대변인의 역할을 보면, 감정 쟁점 의견서에는 의료행위에 대한 감정이 필요사항으로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고도의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의사 그것도 의료감정을 수행했던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요건을 보면 단순히 의료전문변호사, 간호사, 중재원의 감정, 조정 참여 경력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해당 업무를 맡기는 것으로 오히려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소송이 아닌 조정 절차 과정에서의 대변인이라고는 하지만, 환자 대변인은 배상액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환자의 동의를 받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는 자이다. 위임을 받는 자의 자격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2. 감정 신뢰도 제고
컨퍼런스 감정 체계 확립

컨퍼런스 감정에서 의학적 감정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의료인 1인의 독단적 감정 결과가 아닌 복수의 의료인의 교차 감정을 실시하는 것은 적절한 개선안이다. 하지만, 비의료인 감정위원이 쟁점을 제기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감정 결론의 지연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의학적 감정에 대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다.

의학적 감정을 강화하기 위해 교차 감정을 실시하고 복수의 의료인을 배정하였다면, 비의료인 감정위원을 포함시키는 것 보다 차라리 감정위원을 공개하는 쪽이 좀더 신뢰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감정 전문성 제고
-분야별 감정위원 Pool 확충(300명 -> 1000명 이상)
비의료인 감정위원 포함 전문 감정교육 실시 및 인증제 신설

감정 표준화
-'표준 감정서 작성' 지침 개발
구체적 환자 증상 변화와 이에 따른 개별 의료행위별 감정
해당 의료행위와 표준치료법 비교
사고 원인 추정 발생 가능 요인 관련 기술

3. 합리적 조정
조정 협의 기회 확대 (1->2회), 조정 준비기일 신설
감정 불복절차 신설, 배상액 기준 표준화

현재는 조정부 회의를 통해 과반 찬성 시에만 재감정이 요청 가능하고, 재감정은 감정부 재구성하는데 시일이 소요되지만, 개정을 통해 당사자 요청에 따라 재감정뿐만 아니라 추가, 보완 감정이 감정부 재구성 없이 가능하도록 한다.

4. 투명한 제도 운영

[3] 충분한 보상과 신속한 권리구제
1. 배상보험

민사부담 완화 및 신속한 보상처리
-보험료 지원
필수진료과 전공의, 전문의 대상 의료사고 배상 책임보험, 공제 보험료 국가지원 (50억원 지원, 25년부터)
-손해보상체계
-배상부담 완화를 위한
1)책임, 종합보험 상품확대 – 금융위 협조
2)공제 도입추진 (후속검토) – 의료기관안전공제회
→상대가치 산정 시 위험도 반영 강화 등 보상확대 검토

배상보험은 결국 민사소송에 대하여 일단 빠른 보상을 해주라는 것으로 소송제기자 쪽에 대한 불편 해소일 뿐이지 피소를 당한 의사나 의료기관에 대한 안전망은 사실상 아니다. 결국 빨리 주고 끝내라는 식의 방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일단 소송과 조정을 제기하고 보는 우리나라의 의료행위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 불가항력 보상 확대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국가보상금 한도 상향 (18억 원 지원, 2025년부터)
현재 최대 3000만 원에서 최대 3억 원으로 증액.
-해외사례, 의학적 근거 등을 고려해 분만 외 불가항력 인정 범위 확대, 지원체계 개선 검토 (후속검토)

분만 의료사고 국가보상금을 3억으로 증액하는데 국가 지원금을 18억 원 지원한다. 6명분 지원하면서 확대한다고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하는 실행방안 아닌가?

실제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국가보상금은 의사들이 분담금 형태로 기금을 조성하고 있는데 그 금액만 더 커지게 되는 것이고, 국가는 달랑 6명분 금액만 더 지원하는 셈이다. 한도는 올리면서 생색은 내지만, 정부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4] 수사절차 개선
1. 수사개선
기 시행 의료사고 사건 수사, 처분 유의 사항 준수
-응급의료법상 의료사고 형 감면 적극 적용
-의료 분쟁조정 제도 적극 활용
-사전 준비 없는 출석요구 자제 및 명백히 범죄 아닌 경우 신속 종결
-의료사고 형사조정 절차 의료인 참여
의료분쟁 조정 감정, 조정 결과 수사당국 공유
→의료진에 대한 불필요한 대면 소환, 조사 최소화

2. 형사조정
기소 전 의료전문가 참여한 형사조정을 통해 양형 참작 등 분쟁 해결 활용
(기소나 재판보다는 당사자 간 사적 조정을 통해 분쟁 해결이 가능한 사건을 검찰 및 전문가들이 함께 조정하는 제도 – 예: 투자금 등 금전거래로 인한 분쟁)

형사 소송에 있어 의개특위에서 제시한 개선방안은 기존의 '유의 사항'을 준수하고, 의료분쟁 조정을 최대한 이용하며, 결국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유도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제시했던 의료진의 사과나 유감 등의 표현이 형사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과는 다르게 그러한 표현을 했을 경우 분쟁조정이나 합의의 과정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실행방안을 해결책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민형사 소송 때문에 필수의료를 떠난 의사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유인책이 될 수 없다.

[5] 의료사고 형사 특례 법제화
1. 형사 특례 (후속검토)
-특례 적용 범위 설정, 입증 책임 부담 완화 등을 통해 형사 특례 법제화 검토
의료사고 설명 이행, 의료분쟁조정절차 참여, 배상보험, 공제 가입 등을 전제로 특례 적용 검토
-명백한 중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와 미용, 성형 등 특례 제외 검토

2. 형 감면/면제 (후속검토)
응급, 분만, 심뇌, 중증 소아 등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는 중상해 외 사망사고까지 형 감면/면제 검토
-사망-과실 간 인과성 인정 중과실은 형 감면/면제 적용 제외

의료사고 형사 특례 법제화는 모두 '후속검토'로, 사실상 제시만 되어 있을 뿐 의개특위 내에서도 논의가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례'라는 성격으로 인해 나타나는 거부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망이나 후유장애, 합병증 등과 같은 부분을 의료행위로 인한 결과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의료행위는 질병의 진행에 개입하여 이것을 되돌리는 것인데 이것이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그 대상이 동일한 대상이 아닌 각각의 다른 생명체에 적용되는 의료행위이다.

그 결과를 모두 같다고 예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이나 중상해, 경상해를 나누어 면책이냐 아니냐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환자를 사망 가능성, 중상해 가능성, 경 상해 가능성을 나누어 볼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의료분쟁은 이 각론의 도입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의 저변에 깔려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인식, 의료행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게 묻는 것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해결되기 어렵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필수의료나 중증의료,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는 아무리 의대 정원을 2000명이 아니라 10000명으로 늘린다고 하여도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 것이다. 아니 공급된다 하여도 다 교도소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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