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전공의 공백으로 인력난 겹치며 간호사 역할 확대 전망
복지부 시범사업에 '골수천자' 포함…간호법 담길 가능성 높아
대법원이 간호사의 골수 검사를 허용함에 따라 간호사의 업무범위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 이후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수도권 대형 대학병원 한 교수는 "간호사의 골수 검사 허용은 시작일 뿐"이라며 "이번 판결로 업무 범위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해당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은 2018년 4~11월 간호사에게 골수 검사에 필요한 골수 검체를 채취하는 '골막 천자'를 지시한 이유로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종양내과, 소아혈액종양내과 등 교수 12명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두고 1심에선 무죄, 2심에선 유죄에 이어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골수 검사'를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의사가 현장에 입회할 필요없이 골수검사에 대한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가 진료 보조행위로 시행한 의료행위로 구분한 것은 사실상 간호사에게 해당 의료행위를 허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일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탄핵 등의 이슈에 밀리면서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특히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대증원 사태로 전공의 사직 등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 기류가 급물살을 타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료계가 늘 예의주시하는 쟁점 현안. 앞서 국회 간호법 통과 당시에도 의료계는 전사적으로 방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의료계는 속수무책 상태였다.
게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진료지원(PA)간호사 시범사업에서도 '골수천자' 업무가 이미 포함돼 있다. 정부는 앞서 전국 대학병원 의견을 취합해 의료현장에서 PA간호사의 업무를 시범사업에 포함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복지부도 골수천자를 간호사의 업무범위로 구분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12일 대법원 판결까지 더해지면서 내년 간호법 시행령에 해당 의료행위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련병원 한 교수는 "평소 같으면 난리가 났을 현안인데 당장 윤석열 탄핵을 앞두고 상당수 쟁점이 묻히고 있다"면서 "탄핵 정국 속에서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가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현실적인 부분을 짚기도 했다. 당장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인력이 없는 상황. 당장 간호사 인력 없이는 병동, 수술장 등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간호사의 골수 검사에 대한 의료계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대학병원 원로 교수는 골수 검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비침습적 행위가 아닌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골수 체취는 백혈병 환자 등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보직자는 "과거 전공의 업무를 간호인력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면서 "의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간호사로 대체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