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간호사 골막천자 수행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파장 예고
"기습 공개변론…간호법 통과 따른 정치적 판단" 우려 높아
간호사도 골수검사를 위해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의사단체들의 규탄 성명에 이어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후보들도 일제히 이를 비판하고 나선 상황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2부는 서울아산병원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의료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해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2018년 대한병원의사협의회의 고발로 시작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전문간호사가 골반을 바늘로 찔러 골수 혈액과 조직을 채취하는 '골막 천자'를 시행한 것이 무면허 의료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골막 천자를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고 명시한 규정이 없는 데다 의사의 지시·위임을 받은 간호사들의 행위는 무면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반면 2심은 간호사의 골막 천자 수행은 진료 보조가 아닌 진료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골수검사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골수검사는 자질과 숙련도가 있는 간호사라면 시행할 수 있는 의료 행위며 비교적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사람마다 해부학적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검사자의 재량이 적용될 여지도 적다는 것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에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주수호 후보는 성명을 내고 의료인 면허체계 및 전문성 훼손으로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한의사에 초음파 진단기기 등 의과 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해주는 등 대한민국 필수의료 붕괴의 주범이라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주 후보는 "현재 정부의 의료농단으로 인해 실시간으로 의료가 무너지는 현실을 보면서도, 대법원의 의료 파괴 행위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의료를 포퓰리즘으로 악용하는 법안들이 지금도 하루가 멀다하고 발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권위를 잃은 정부는 끝까지 의료농단 악행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며 "법원은 의료가 지탱하고 있던 마지막 법이라는 울타리마저 무너뜨리는 황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 최안나 후보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판결로 전공의 복귀가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존에도 진료지원간호사가 합법화되면서 전공의들의 수련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업무 범위까지 넓어지면서 관련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와 관련 최 후보는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 말할 염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전시상황에서 고참 병사나 부사관 등이 갓 임관한 소위보다 일시적으로 유능할 수 있다고 해 사관학교를 없애는 꼴"이라며 "교육과 수련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마치 강우없이 가뭄이 해갈되기를 기다리는 격"이라고도 꼬집었다.
이어 "수련기관에서 값싼 전공의라는 노동력을 이용하는 편익은 누리면서도, 수련을 시키는 본래의 의무는 등한시한다"며 "수련병원의 역할과 그 정체성에 대해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제기한 병원의사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갑자기 공개 변론으로 진행한 것은 2심 판결을 뒤집기 위한 명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렇게 술기에서 중요한 것이 면허가 아닌 숙련도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수술, 국소마취제 주사, 봉합, 정맥 주사 등에 대한 업무 범위도 모호해지면서 의료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와 관련 협의회는 "만약 대법원에서 간호사가 골막천자를 할 수 있다고 판결해버리면 골막천자는 모두 제대로 숙련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는 간호사가 하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발생할 심각한 의료사고와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대법원은 골막 천자라는 매우 침습적인 의료 행위를 간호사에 허용하고도 앞으로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무고한 희생들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든 대법원의 오판을 규탄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잘못된 판결로 이 나라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킨 핵심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부위의 안정성, 단순 숙달 등을 이유로 면허된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또 이 같은 대법원 판단이 지난 8월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따른 정치적 결정이라고 의심했다. 이와 함께 '간호사 불법진료신고센터'를 통해 간호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발 등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지난 8월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의료전문지식이 없는 법원에서 의학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음을 극히 우려하고 있었다. 이 판결 또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에도 이러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에서 운영 중인 '간호사 불법진료신고센터'를 통해 간호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발 등의 조치를 통해 보건의료체계 붕괴로 인한 국민피해를 방지할 것"이라며 "의료인 간 면허 범위의 근간을 해치는 불법 무면허 의료 행위가 자행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