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시절 나는 항상 미술과목에서 "수"를 받았다.
어릴쩍부터 만화, 그림을 잘 그렸던 형 덕분이었다.
대개 미술시간은 그림한장 완성하기에 짧았다.
수업 시간에는 대충 시간을 때우다가 집에가서 형에게 도급을 줘서 완성하는 '그림'이었다.
그러니 "수"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들은 풍월이 있어 미술이론도 '빠꼼이'였다.
형은 애저녁에 재능이 발굴되어 중학교시절부터 미술부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다.
미술실에 가면 늘 형이 있었고 친구들도 모두 그림그리는 사람들이었다.
대학,대학원에서 전공도 조각이었다.
여러번 국전,민전에 참가해서 대상 등을 수상했다.
학자들이 논문쓰듯이 매년? 전시회를 열었다.
칠순이 지난 지금도 매일 오전 일찍 작업실에 나가고 저녁에 돌아오는 생활의 반복이다.
꼭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한다.
꼭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내듯이 작품이 만든다.
구상조각부문에서 그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작품값도 오르고 있다.
형이 들으면 섭섭한 얘기겠지만 형이 죽으면 작품값은 더 오른다고 한다.
이런 형을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자기 좋아하는 것을 하고'
주위분들에게 "그림 참 잘 그리는 구나"라고 칭찬받고
커서는 그것으로 돈도 벌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형작품만 구입하는 매니아 콜렉터들이 있으니 참 부럽다.
제일 부러운 것은 '자기시간에 대한 요리'였다
형은 교직생활한 몇년을 빼면 시간에 얽매이지 않은 삶이었다.
작업실에 가면 한장짜리 연간달력이 벽에 부쳐있다.
언제가 당신 전시회고 언제가 누구의 전시계획 등이었다.
베리 심플했다.
나는 지금까지 [꽉찬회사시간편성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회사시간표가 꽉차지 않으면 불안하다.
행복의 반대말은? '비교'다란 말을 되뇌이면서도 부럽다.
형은 행복한 직업을 가진것 같다.
나는 어떤가?
행복한 직업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에 확 띤 달란트talent는 없었나?
있었는데 찾지 못했을까?
직업을 오래 연구하는 사람으로서의 눈으로 나를 봐도 찾기어렵다.
각종 '나를 파악하는 도구들 -Big5 MBTI DISC PI Strengths finder....' 등을 다 해봐도 명확치 않다.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한 다중 지능 이론(多重知能理論)의 서로 다른 6~8가지 유형에도 특출난 지능이 나타나지 않는다.
성격, 지능 등의 검사로 본인을 좀 알 수는 있다.
그러나 '돈'과 '경험'과 '사회적인정' 등 복합적인 요소로 구성된 직업과 성격, 지능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군생활도 직장생활도 인사관련업무를 해왔다.
군대도 끌려가지 않고 병과를 선택했고
회사업무도 내가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느라 [꽉찬회사시간편성표] 소화하고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 능구(能久)했다.
사십년이 넘게 이 일을 하게되니 일이 내게 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나도 행복한 직업을 가진것 같다.
형과 차이는 형은 어렸을 때 자기의 달란트를 발견한 것이고
나는 긴 시간을 지나고 보니까 그 직업이 좋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도 답답하다. 그런 긴시간을 어떻게 기다린다는 말인가?
1) 긍정 심리학의 선구자인 마틴 셀리그먼은 행복은 PERMA model로 5가지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1. Positive emotions
2. Engagement
3. Relationships
4. Meaning
5. Accomplishment
2) <일에서 행복의 비결>의 저자 트레이시 브라우어 박사는 포브스 기고 글에서 6가지를 제시했다.
1. Look for Culture
2. Look for Your People
3. Look for Growth
4. Look for Leadership
5. Look for Alignment
6. Look for Work that Matters
3) 인터넷에 떠 돌고 김영기박사에 의해 소개된 행복한 직업의 기준, CART model은 다음 4가지를 갖추면 행복한 직업이라고 판단한다.
1. 이타적인가? (Contributing) - 타인을 이롭게 하는 공헌이 있는가?
2. 신바람이 나는가? (Animated) - 일 자체에 재미와 신바람이 나는가?
3. 현실적인가? (Realistic) -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 수익이 발생하는가?
4. 잘하는 분야인가? (Talent) - 타인보다 잘 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가?
각각의 모델에 나오는 구성요소를 다 만족하는 직업을 찾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택도 없다.
달란트가 있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나 가능하지 일반인들에게 불가능하다.
나와 같은 대다수의 사람은 직업선택에서 위 조건들을 다 채우고 출발하지 않는다.
내 경우는 먹고 살아야 한다에서 출발해서 그 일을 쉽게 잘 하고 싶어 역량을 높이고
그러다 보니 남들이 잘한다고 하고, 결과적으로 회사에도 사회에도 공헌하게 되었다.
이제 뒤를 돌아보니 위 조건들을 어느 정도 갖췄고 내게 행복한 직업이 되어 있었다.
행복한 직업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만드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