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급여 신설, 실손보험 강제전환 등이 병의원에 미치게 될 영향
- 당신의 실손이 사라진다 ‘관리급여’ 쇼크와 의료현장에 닥칠 후폭풍
2025년 보건당국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실손의료보험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일부 비급여 치료를 새로운 ‘관리급여’ 범주로 편입하고, 실손보험 보장 구조를 중증 환자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다.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해오던 민간보험사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언론을 통해 많이 다루어진 개편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개편안의 법률적 의미에 대해 병·의원과 환자의 관점에서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관리급여 신설
관리급여란 정부가 새롭게 도입하려는 건강보험상의 급여 분류로, 민간보험사가 적자를 보고 있던 일부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체계 내로 편입하되,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게(90~95%) 적용하는 제도이다. 결국, 국가가 보장은 해주지 않으면서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아래 표는 세 가지 범주의 주요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구분 | 건강보험 적용 여부 | 환자 본인부담률 | 진료비 가격 관리 | 실손보험 보장 여부 |
급여 | O (요양급여) | 통상 5~60% (본인부담률: 항목별 상이)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가 고시·관리 | 과거 실손보험(1~4세대)은 급여부분 일부 보장 (본인부담금 보장) |
비급여 | X (비급여: 건강보험 미적용) | 100% (환자 전액 부담) | 의료기관 자유 책정 |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특약으로 보장 (1~4세대 및 4세대까지 해당) |
관리급여 | △ (건보 일부 적용 – 선별급여 형태) | 90~95% (환자 부담, 건보 5~10% 지원) | 정부가 가격·진료기준 설정 | 신규 실손(5세대)은 보장 제외 또는 축소 기존 실손(1~4세대)은 급여로 간주되어 일부 보장 |
표: 급여 vs. 비급여 vs. 관리급여 비교
어떤 비급여 진료들이 관리급여로 지정될지 논란이 많은데,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상 목록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발표된 개혁안과 업계 논의를 통해 몇 가지 유력 후보가 거론된다. 주로 환자 이용량이 많고 비용 편차가 큰 비급여항목들(민간보험사들이 꾸준히 지적해온 비급여항목들)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피로회복이나 면역력 증강 목적으로 사용되는 각종 영양주사, 비급여 MRI, 증식치료(프롤로테라피) 주사나, 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면역 관련 치료 등이 주로 언급된다.
문제는,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점이다. 새로 출시될 5세대 실손보험에선 이 관리급여 항목들을 비급여 특약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최소한으로만 보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부담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불필요하거나 과잉 이용 우려가 큰 비급여 치료” 라고 일반하고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실한 치료일 수도 있다.
실손보험 강제 전환이 가능할까?
더욱 놀라운 대목은 ‘1·2세대 실손보험’(총 1,582만 건)에 대해 정부가 계약 자체를 강제로 손질하는 방안을 공식석상에서 거론했다는 사실이다. 의료개혁특위는 “재매입 프로그램을 우선 추진하되, 참여율이 낮으면 법 개정을 통해 약관을 일괄 변경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상은 두 갈래다.
- 보험사가 일정 금액을 보상하고 기존 계약을 해지한 뒤 신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재매입’ 방식,
- 계약자 동의 없이 낡은 약관을 최신 약관으로 소급 변경하는 강제 전환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법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보험업법상 보험약관은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돼 있고, 임의 해지·변경권이 약관에 없다면 보험사는 이를 행사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약관규제법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므로 무효”라고 못 박고 있다. 무엇보다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쌍방 합의 없이는 수정·종료될 수 없다.
만약 입법으로까지 강제 전환을 추진한다면, 곧바로 헌법 제23조 재산권 보장 및 제37조 제2항 과잉금지원칙 위반 논란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학계에서는 “약관 변경을 소급 적용하면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과거 퇴직연금 전환처럼 장기계약을 새 제도로 옮긴 사례도 당사자 동의를 대원칙으로 삼았고, 해외에서도 민영보험 권리를 일괄 박탈한 선례를 찾기 어렵다.
결국 현행 법·헌법 체계 안에서 구(舊) 실손보험 계약을 강제로 재매입·변경한다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면, 소비자의 기득권을 인정한 상태에서 유인책을 통한 자발적 전환을 설계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며 법적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 광고 전면 금지
개편안에는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해 의료기관의 ‘실손보험 적용 가능’ 등을 내세운 광고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급여 진료비를 오인하지 않도록 실손보험 관련 광고 금지 규정을 구체화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그동안의 관행을 뿌리부터 바꾸는 결정이다. 수많은 의료기관이 비급여 시술 광고에 “실손보험으로 처리 가능” 같은 문구를 넣어 환자를 유치해 왔고, 상담 과정에서도 “보험으로 비용 부담이 적다”며 치료를 권유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의료진이 환자 편의를 위해 사실에 근거한 보험 안내를 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해석이 우세했고, 사전심의 미대상 영역에서는 실손보험을 앞세운 홍보가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졌다.
개편안은 이러한 ‘보험 마케팅’에 따른 반사이익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물론 일부 브로커와 의료기관이 “전액 보험 처리”를 미끼로 불필요한 고가 시술을 권유하고, 허위 영수증을 발급해 보험사기를 벌인 사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기존 법령으로도 처벌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제도 개선이 정보 제공까지 과도하게 제한해 환자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메디헬퍼” 같은 사전 조회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으면 환자 스스로는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보장 범위를 파악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보험 약관을 확인하기도, 예상 보전액을 계산하기도 만만치 않다 보니 치료 계획을 세우다 망설이거나, 결국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맺음말
제도를 촘촘히 바꿔도 환자와 의료진, 보험사 간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실손보험 개혁은 알맹이를 잃는다. 법과 정책이 지향해야 할 지점은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신뢰의 회복이다. 그 출발점은 ‘과잉도 편법도 없는 진료’와 ‘알권리를 존중한 투명한 정보 공개’에서 찾아야 한다.
이번 개편안과 그에 대한 논의가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새 제도가 실제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넓히고 의료현장의 왜곡을 줄이는지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 로비력이 있는 특정 주체의 이익보다 환자를 우선하는 후속 평가와 보완 작업이 뒤따를 때, 개편안은 비로소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