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심장 및 폐이식학회에서 차세대 기술 공유
다양한 '기계 관류 장치' 통해 20시간 이상 보존
장기 이식을 위한 보존 시스템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마침내 대륙간 이송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기계 관류(machine perfusion) 장치가 속속 개발되면서 보존 시간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장기는 이미 20시간 이상 보존이 가능해졌다.

현지시각으로 27일부터 30일까지 미국 보스톤에서 진행되는 45회 국제 심장 및 폐 이식학회 연례회의(ISHLT 2025)에서는 장기 보존에 대한 차세대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일단 이번 ISHLT 2025에서는 기증된 폐를 장기 보존하는 산소 공급 기계 관류 시스템을 소개하는 세션이 마련됐다.
연구를 주도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의과대학 지테 제네켄스(Jitte Jennekens) 교수는 "이제 장기 이식의 핵심은 기증자와 수혜자의 거리와 시간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저체온 산소 공급 기계 관류 기술이 나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증된 폐를 보존해 수혜자에게 운반하기 위해 현재 의료진은 체외 폐 관류(EVLP)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폐를 펌프와 인공호흡기에 연결한 뒤 생리학적 유체 역할을 하는 용액을 관류시키며 기능을 보존하는 방식이다.
현재 주로 활용되는 폐 관류 시스템은 기증된 폐를 얼음 위에 운방한 뒤 기능 평가를 위해 정상 체온 프로토콜(nEVLP)를 사용해 섭씨 37도까지 가열하게 된다. 또한 이후 이식이 시작될때까지 폐를 다시 얼음 위에 놓는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저체온 산소 공급 기계 관류(HOPE)은 nEVLP를 시행하는 1시간 동안 폐를 평가하고 시술 전까지 폐를 12도로 보존해 두번째 얼음에 놓는 과정을 없앴다.
HOPE 시스템과 현재 EVLP을 직접 비교한 결과 두 그룹 다 폐 이식이 거부된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폐 이식 후 예후도 같았다.
하지만 HOPE 방식을 활용하면 최대 20시간에 달할 만큼 보존 기간을 크게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테 제네켄스 교수는 "HOPE는 체외에서 폐의 관류 시간을 크게 연장하면서도 과거 방식과 비교해 아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기증된 폐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존하고 이송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ISHLT 2025에서는 폐 외에도 기증된 심장을 더 오래 보존하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호주 세인트 빈센트 의과대학 에밀리 그랜저(Emily Granger)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개발한 차세대 기계 관류 시스템이다.
현재 기증 심장은 휴대용 쿨러에 담아 운반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식팀이 심장을 보존할 수 있는 시간은 6시간 정도로 장거리 이송에는 한계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송 중 혈액과 유사한 용액을 지속적으로 기증 심장에서 순환시켜주는 기계 관류 기술을 개발해 실제 이식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총 196건의 이식을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결과 차세대 기계 관류 기술은 최대 10시간까지 기증 심장의 기능을 보존할 수 있었다.
또한 과거 휴대용 쿨러를 활용한 보존과 이송과 대비해 이식에 대한 그 어떤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에밀리 그랜저 교수는 "대조 임상 결과 새로운 기계 관류 기술과 휴대용 쿨러 사용에 따른 그 어떤 차이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오로지 보존 기간을 더 길게하는 효과만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도 이 방식을 이용해 심장을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륙간 이송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