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혈당관리실' 도입 본격화...관리 사각지대 해소 기대

발행날짜: 2025-09-26 12:07:47 수정: 2025-09-26 17:11:12
  • "해외선 표준화된 전담 서비스, 국내도 다학제 관리체계 필요성"
    대한당뇨병학회, 중증 당뇨병 개념 정립 및 관리실 구축 동시 추진

대한당뇨병학회가 ICDM2025를 통해 혈당관리실 도입 및 중증 당뇨병 개념 정립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나섰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병원 내 당뇨병 환자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혈당관리실' 도입에 주창하고 나섰다.

고령화와 비만 증가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실제 국내 병원 입원 환자의 30~40%가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스트레스성 고혈당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체계가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

26일 대한당뇨병학회는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 ICDM 2025를 개최하고 혈당관리실 도입 및 중증 당뇨병 개념 정립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나섰다.

혈당관리실은 병원 안에서 입원 환자의 혈당을 전담해서 관리하는 조직이나 팀을 말한다.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Inpatient Diabetes Management Service' 또는 'Glycemic Control Team'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는데, 감염관리실처럼 독립된 기능을 가지면서 다학제 전문가들이 참여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이미 이런 체계가 보편화돼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전담팀이 개입하면 수술 후 합병증이 줄고 입원 기간과 의료비가 감소하며 사망률도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용호 총무이사

학회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정착된 전담 당뇨병 관리 서비스 사례, 그리고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감염관리실 모델을 벤치마킹해 다학제 전문 인력이 참여하는 혈당관리실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용호 총무이사는 "입원 환자의 고혈당은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예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감염 위험과 수술 합병증 가능성을 높이고, 입원 기간 연장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명확한 근거들이 보고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저혈당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데, 특히 치매 환자나 심혈관 질환 환자에서 흔하게 발생한다"며 "응급실 이송이나 타인의 즉각적 도움이 필요한 수준의 중증 저혈당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혈당 이상은 고혈당과 저혈당 어느 쪽이든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지만 국내 병원 현실은 아직 이를 전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

학회가 추진하는 혈당관리실 모델은 단순히 환자의 혈당을 체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별 특성과 병태생리에 맞춘 적극적이고 개별화된 중재를 시행하고, 병원 차원의 진료 지침과 정책을 수립하며,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해 병원 문화 자체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외의 경우 내분비·당뇨병 전문의, 당뇨병 전문 간호사, 영양사, 약사 등이 팀을 이뤄 입원 환자의 혈당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개별 환자에 맞춘 인슐린 용량 조정이나 약제 변경을 즉시 시행한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환자 개별 혈당 조절에만 그치지 않고, 병원 차원에서 통합적인 관리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해 응급 상황에서 저혈당이나 고혈당을 표준화된 프로토콜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이 이사는 "국립보건원과 협력해 다기관 전향적 임상 연구를 설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혈당관리실이 환자 예후 향상에 미치는 효과와 비용 대비 효율성을 검증해 제도화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감염관리실이 전국 병원에 안착해 감염 관리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혈당관리실도 독립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중증 당뇨병'이라는 새로운 개념 정의 작업도 진행된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중증 당뇨병을 별도로 정의하거나 임상 현장에서 활용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학회가 선도적으로 틀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학회는 환자의 병력, 혈액검사, 합병증 검사 등 종합적 평가를 바탕으로 병태생리적 지표와 합병증 상태를 두 축으로 삼아 환자의 중증도를 수치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병태생리 축에서는 인슐린 저항성과 분비 기능을 비롯해 췌도 기능을 평가하고, 합병증 축에서는 심혈관질환, 심부전, 신장질환, 망막병증, 신경병증 등 주요 합병증을 단계별로 구분해 스테이징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이사는 "다섯 가지 핵심 항목을 기준으로 간소화된 중증 당뇨병 판별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며 "고혈당 여부, 급성·만성 합병증, 응급실 방문이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 저혈당 과거력, 다회 인슐린 투여 필요성, 췌도 부전으로 인한 인슐린 분비 장애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당 관리가 어렵거나 합병증 진행이 빠른 환자들은 조기에 선별해 경험이 많은 당뇨병 전문의에게 의뢰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며 "중증 당뇨병 개념은 환자 치료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초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오는 12월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열어 중증 당뇨병 개념 정립의 세부안을 공개하고, 혈당관리실 구축 모델과 함께 학회 차원의 정책 제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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