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약 도입 빨라진다…홍승권표 심평원 '청사진'

발행날짜: 2026-07-22 05:30:00
  • 취임 첫 출장서 HDH 협약…신속등재 후 사후평가 체계 구축
    "제도 수립은 정부 몫…데이터·수가로 현장 구현할 것"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고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의 급여 등재 과정에 실제 임상근거(Real-World Evidence, RWE) 적용을 본격화한다. 동시에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데이터·수가 지원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심평원 홍승권 원장은 21일 원주 혁신도시 본원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추진 중인 약제 평가 제도 개선안과 일차의료 강화 방안 등 핵심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홍승권 원장이 21일 원주 혁신도시 본원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가 신약 'RWE 사후평가' 속도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최근 진행된 홍승권 원장의 프랑스 출장 성과와 약제 제도 개편 방향이었다.

홍 원장은 취임 후 프랑스 빅데이터 관리 전담 기관인 '헬스 데이터 허브(Health Data Hub)'를 방문해 양 기관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초고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신속등재'와 'RWE 생성 체계'의 구축이다.

현재 심평원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을 추진 중으로, 오는 8월까지 접수를 마감하고 9월 심의를 거쳐 대상 약제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신속등재를 통해 환자 접근성을 우선 확보하되, 등재 이후에는 RWE를 활용한 사후 평가와 위험분담제(Risk Sharing)를 연계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겠다는 복안이다.

홍 원장은 "임상시험(RCT)을 거치기 어려운 희귀난치성 질환 약제의 경우 실제 진료 현장에서 수집된 RWD(실제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RWE를 생성해 정밀하게 평가해야 한다"며 "프랑스의 선진화된 데이터 관리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재정 건전성과 치료 접근성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지난 6월 '약제 성과평가를 위한 실제근거 생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국가 단위 레지스트리 구축 연구를 진행하는 등 조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심평원의 'RWE 기반 사후평가' 추진을 바라보는 다국적 제약업계의 시선에는 우려도 공존한다.

희귀질환 특성상 국내 환자 수가 극히 적어 의미 있는 RWD 수집 자체가 어려운데다, 심평원이 제시하는 데이터 생성 기준이나 레지스트리가 글로벌 본사의 임상 평가 가이드라인과 이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국내 진료 환경의 특이성이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글로벌 표준과의 격차로 인해 약가 재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간담회에서도 약제 평가 및 심의 절차의 투명성 논란이 화두에 올랐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암질환심의위원회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 홍 원장은 "암질심 등은 최종 결과 전 단계의 과정인 만큼 절차적 책임성이 중요하다"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제약업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서생의 감각에서 상인의 실행력으로"

약제 분야의 RWE 도입과 함께 홍 원장이 제시한 또 다른 한 축은 '일차의료 전달체계 개편'이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홍 원장은 프랑스 출장 기간 중 현지 다학제 진료소와 보건기관을 방문해 '프랑스형 주치의제'의 운영 형태를 직접 살폈다.

홍 원장은 "영국이나 미국과 다른 유럽 대륙형 주치의제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눈으로 확인했다"며 "의료계와 환자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일차의료 중심 전달체계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홍 원장은 학자 시절 및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심평원장으로서의 역할관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홍 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책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거창한 그림을 그렸지만 집행 프로세스를 모르는 '서생'에 불과했다"며 "서생의 감각은 현실 파악에 유용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현장을 파악하고 집행하는 것은 '상인'의 몫이며 심평원장은 상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와 정책은 정부와 국회가 만드는 것이며, 심평원의 역할은 객관적인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정책 실행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과 지역·필수의료 보상 확대, 일차의료 지원 등 동네 의원 중심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수가 및 평가 체계를 정밀하게 설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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