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으면 도태' 영역 파괴바람 거세<2>

박진규
발행날짜: 2004-11-09 07:36:42
  • 건식 비만 노인병등 비보험분야 진출 잇따라

|특별기획|동네의원 집단붕괴 위기

가공할 저수가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로 소아과를 비롯한 내과 가정의학과 등 이른바 급여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진료과들이 집단 붕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질수록 비보험 분야로 영역 확장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선 가릴게 없다’는 인식이 의사들 사이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요지부동 돈보따리만 움켜쥔다. 지원은 고사하고 통제만 강화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3차례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①마이너스통장 '필수품'
②"살아남자"영역없는 생존경쟁
③재정안정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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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동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던 장순섭 원장. 그는 올해 초 14년간 내걸었던 병원 간판을 '00의원'으로 바꿔 달았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지는 않았지만 출생률 감소의 여파와 주변에 의원이 속속 개설되면서 예전보다 환자가 20~30% 줄었기 때문이다.

장원장은 "지난 14년간 서울지역에서 진료실적 상위를 유지할 만큼 탄탄하게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간판을 바꿔 달때 매우 섭섭했지만 종전보다 환자가 20%가량 늘어나는등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간판을 바꾼후 소아과를 주 진료과를 하고 이외에 비만, 당뇨, 고혈압등 내과분야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장 원장은 저녁시간이나 휴일을 이용해 각 분야의 특강이나 연수강좌를 빼놓지 않고 챙긴다.

그는 "경영난을 극복하려면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점을 동료나 선후배 의사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소아과 의원에서 경영난 타개를 위해 81%가 내과등 타과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 비만클리닉 운영, 건강식품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심지어 대체의학을 시술하고 있는 곳도 1.4%에 달했다.

대전에서 S 진단검사의학과는 진단검사와 영양의학을 접목해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의 S원장은 지난해까지 척추치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경기불황으로 환자가 줄자 병원 간판을 내리고 미국에서 배워온 영양치료를 자신의 전공인 진단검사 분야와 접목을 시도한 것이다.

영양치료로 월 500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려 직원들의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다.

S원장은 "아직까지 실제 영양제를 구입하기 보다는 상담에 치중하고 있지만 저변이 더 넓어지고 좀 더 노력하면 보다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영양치료의 필요성을 환자들에게 인식키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원가의 불황으로 영역파괴 열풍이 불고 있다. 환자가 없거나 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특정과목의 진료를 포기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진료영역 확대 추세는 내과, 산부인과, 피부과, 성형외과 영역에서 활발하다. 주사바늘을 사용해 치료약물을 피부층에 투여하는 메조테라피, 비만, 레이저시술, 노인의학, 노화방지술 건식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학회나 진료과의 영역을 떠나 비급여 위주 학회를 창립하고 인정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의료계의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았다.

비급여 부문중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분야는 건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건강식품 시장규모는 지난 2002년 1조5000억원을 돌파했고 매년 23%씩 급성장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창립된 대한임상건강의학회에는 3000여명의 의사들이 몰려 건식의 관심과 인기도를 실감케 했다.

대한임상건강의학회 장동익 회장은 "개원의들이 건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만큼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증거"라며 "예방차원의 건강추세에 발맞추어 비전문가들에 의해 난립되고 있는 부분들을 검증하고 인정의 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영역파괴나 비보험분야의 개척은 의료계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한 관계자는 "실제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등 일부과에서 진료과목 명칭 개정을 둘러싸고 의-의 갈등을 겪고 있고 건식 등 비보험분야의 확대는 안팎에서 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자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나온다.

의협 권용진 대변인은 "건식과 비만치료를 돈문제로만 결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건강의 개념이 필요의 개념에서 관리의 개념으로 다시 웰빙개념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의사의 위상도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웰빙을 도와주는 역할로 재정립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진료영역의 파괴 현상에 대해서도 "1차 의료의 개념정립 부재로 종전부터 존재했던 문제여서 지금와서 개원가의 불황과 결부해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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