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병원 노사, 임단협 시작도 못한채 극한대립
“위법이라도 해고자 복직시키지 않겠다(?)”
병원 노사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2002년 파업 당시 해고된 4명의 노조간부에 대한 복직 문제다. 이들 4명은 4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다.[사진참조]
이것이 단순한 노사대립을 넘어서 법정싸움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이들에 대한 복직명령에 이어, 지난달 5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이중 3인을 복직시키라는 재심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병원측은 중노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곧 이에 대해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측은 “2002년 파업투쟁 과정에서 분명 홍종숙 원장수녀가 구두를 통해 ‘징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수차례 공고를 통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선처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면서도 이를 뒤집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파업 후 원장수녀는 노조간부 4명을 해고하는 것은 물론 간부 7인에게 5억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임금 50%를 가압류하는 등 오히려 더욱 가혹한 징계조치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노위와 중노위의 복직명령을 어긴 것은 엄연한 단체협약 위반으로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는 것이다. 단체협약 35조는 해고가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부당해고로 반명되었을 시 병원은 바로 징계를 무효처분 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노조측은 이와 관련해 원장수녀가 “법을 어겨서라도 해고자들을 복직시킬 수 없다”, “그들의 행동에 따른 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86조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은 행정소송의 제기에 의하여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작년 파업 당시 노조간부를 징계 않겠다는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진술이 엇갈린다. 이때 양측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노위의 재심결정에 대해서도 병원측은 해고자 복직문제를 노사갈등 문제가 아닌 개인간의 문제로 좁혀서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아직 임단협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 문제를 빌미로 노사관계가 갈등국면으로 치닫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병원측의 입장이다.
현재 병원 지하 식당입구에서 단식투쟁 중인 이들 해고자들에 대해 퇴거명령을 내리고 직원식당의 출입을 저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이미 병원과 개인(해고자) 쌍방간의 법률적 다툼이므로 병원측은 해고자 복직문제에 대해 해명에 나설 이유가 없으며 모든 게 법정에서 판가름 날 문제”라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미루고 있다.
병원 “컨설팅 끝나야 임단협 가능하다”
노조 “일방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현재 노사양측은 한 차례 상견례를 가졌을 뿐, 병원측에서 협상테이블에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그 이유는 9월말로 예정된 경영진단 컨설팅 결과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2002년도에 병원이 40억원의 적자를 기록, 경영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에 경영진단을 의뢰한 상태”라며 “이 결과가 나와야 구체적으로 병원이 직원들에게 어떤 복리후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는 “해고자복직 문제뿐 아니라 병원이 단 한 차례 교섭에도 응하지 않는 등의 일련의 사태는 병원측이 노조를 압박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하기 위한 의도”라고 이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영상태가 안 좋아서 한다지만 결국 경영컨설팅이란 것은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가기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하다”면서 “최근 임단협을 거부하고 선출된 지부장 직무대행을 인정하지 않는 등 노조자체를 부정하려는 강경한 태도들은 대대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병원은 경영악화를 주장하지만 병상가동률이 98%를 웃돌고 있고 외래환자가 넘쳐 항상 일손이 항상 딸리는 상황”이라면서 “지난 달 개원식 때 백민우 의무원장도 ‘이제 병원 경영이 정상화 됐으니 안심하라’고 말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이런 입장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9월중에 컨설팅이 끝나면 임금협상에 나설 것인데 노조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과학적인 컨설팅 결과에 기초해서 협상을 하자는 것뿐 협상 시기를 고의로 늦추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홍 원장은 2일 발송한 공문에서도 “노조가 병원의 합리적 요청에는 아랑곳 없이 계속하여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인 교섭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병원이 당장 교섭에 응할 수 없는 약점을 이용하여 교섭횟수를 늘린 후 파업에 들어가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노조에 입장을 전달했다.
또 병원 관계자는 “실제로 작년도 파업으로 인한 손실 등으로 병원의 경영상태는 매우 어려운 상태로서 인근에 순천향대학병원이 들어선 후 병상 수도 백 여 병상 줄였으며 외래환자도 급속히 줄었다”고 전한다.
병원 측이 단체협상에 응하고 해고자를 모두 복직시킬 때까지 단식농성을 비롯한 강경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노조의 강경한 태도와 지난 해 파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병원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전향적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사태해결의 가닥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