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시장화' 가속화... 밀리면 도태 분위기 팽배
2000년 의약분업을 신호탄으로 의료계는 변혁이란 이름의 급행열차에 올라탔다. 지난 5년이 정부와 직능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은 시기였다면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전혀 새로운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시장개방과 영리법인, 소비자들의 거센 도전, 의료인력 과잉공급 가속화, 저출산 고령화 사회 등 위협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미리 대비하고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경고음도 점점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이런 목소리를 다섯 차례에 걸쳐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 본다.<편집자 주>
<<<변혁의 시대 미래를 준비하자>>>
1. 의료시장 틀이 바뀐다.
2. 소비자들의 도전
3. 의대졸업=의사 공식 무너진다
4.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대비하라
5. 의사단체 구태를 벗어라
--------------------------------------------
부자 의사, 가난한 의사
강남구에서 치질전문 의원을 운영하는 40대의 신선우 원장(가명)은 월요일 아침이 됐건만 출근이 늦다. 환자치료의 대부분을 동업자인 정명훈 원장(가명)이 맡기 때문이다.
한때는 치질을 잘 고친다고 소문이 나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왔다고 자랑하는 그지만, 이제 그의 주 업무는 진료보다는 마케팅. 신 원장을 만난 그날도 그는 병원 홍보용 만화책을 만들어 대대적인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법상에는 의료광고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그는 법을 피해가는 나름의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신 원장은 “지금 시대는 환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면서 “투자한 만큼 환자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수익을 취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부산에서 공동개원 중인 40대 의사인 강진우(가명) 원장과 김선우 원장(가명)은 전형적인 평범한 의사 스타일. 하루종일 진료실에 앉아 오는 환자들 보기에 여념이 없다. 환자수는 신원장과 비슷한 정도.
이들은 비만클리닉 등 약간의 비급여 진료도 하고 있다. 환자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강 원장은 "병원 자리가 좋아 환자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면서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이 보건의료 틀 바꾼다
의료의 산업화 즉 시장이 활성회되면 이 두 의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어떤 의사에게는 희망의 등불을 어떤 의사에게는 좌절을 안겨줄 시장이 보건의료분야 입성을 노리고 있다.
시장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하는 정책은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 대체형을 포함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폐지, 의료시장 개방 등이다.
가깝게는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의료광고 범위를 늘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시장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은 어떨까. 연세대보건행정학과 이해종 교수의 설문조사에서 의료공급자의 80%가 영리법인 병원을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상당수가 우호적인 입장이다.
한 의사 누리꾼의 글은 영리법인을 바라보는 많은 의사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리법인의 폐해를 몰라서 의사 회원이 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어차피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 될 바에는 그런 거라도 해서 내가 거대 자본의 종이 되더라도 한 만큼이나 받자라는 생각과 이 기회에 아예 내가 '시장'에 뛰어들자라는 생각에서 찬성하는 겁니다."
의료계가 변화를 대비했다기 보다는 정부의 통제아래서 의료계의 불만이 시장성을 강조하는 정책방향을 찬성하는 것으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약계가 약국영리법인화에 펄쩍 뛰었던 것과는 남다른 반응이다.
그러나 의료계도 이 누리꾼의 말처럼 '자본의 종'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프랜차이즈·특화병원, 발빠른 움직임
이런 기대와 우려를 뒤로 하고, 영리법인 허용을 염두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예네트워크와 우리들병원.
54개 프랜차이즈 병원이 연계된 예네트워크는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지주회사형 병원 기업’ 설립을 목표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들병원은 '헬스케어 분야 기업그룹'의 꿈을 안고 영리법인 전환시 투자자금을 확보해 병원을 추가 확보하고, 해외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고운세상 피부과,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이지함 피부과 등도 영리법인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의료보험에 있어서는 생명보험사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특히 오는 8월부터 허용되는 실손형 보험에 관심이 지대하다.
대한생명은 지난 2003년 10월부터 `민영의료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선진국의 사례와 운용형태 및 국내 시장전망에 대한 검토해왔으며 삼성생명은 실손의료보험 태스포스팀 운영을 통해 상품개발을 거의 확정한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가 아닌 경영자 혹은 피고용자로 살기
그러나 상당수 중소병원이나 의원급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가 쉽지않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영리법인 도입 문제와 관련 찬성주장도 있지만 중소병원이 도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민간의료보험이나 영리법인에 있어 중소병원과 의원급이 약자가 될 가능성은 크다. 삼성의료경영연구소 강성욱 연구원은 "대형병원은 다른지만 중소병원은 민간보험사가 힘의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주의대 이상이 교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보험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면서 “보험사들은 암 등 건강보험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중대 질환에 대해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간의료보험의 혜택이 의원급에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병의원 사이의 빈부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많은 병의원들이 프랜차이즈 병원에 합류하거나 혹은 배제되는 경향도 발생할 것이다.
의사들 상당수는 피고용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는 주도적인 경영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기회와 좌절의 땅. 경쟁에서 밀려나면 도태
사례 1
내과 전문의인 강인호 씨(가명)는 오늘 A보험사로부터 삭감 통보를 받고 난감하다. 보험사는 현재의 진료패턴을 고수할 경우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만약 해지되면 국민건강보험 진료만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민간보험에 가입한 국민이 전체의 80%는 되니, 계약 해지로 나머지 80% 국민들만 찾아올 것이다. 비급여까지 민간보험사에서 통제를 하니 이것 참 죽을 맛이다. 이제와 보니 단일보험자 시대가 편했던 것 같다.
사례 2
400병상 규모 병원의 원장인 이인수 씨(가명)는 요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B보험사의 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 환자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으나 민간보험사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된 탓에 예전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졌다. 이제는 보험사와 계약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만 남은 것 같다.
시장 지향의 정책들은 결국 경쟁을 통해 승자를 겨뤄야 한다. 평등의 개념은 없고 자본의 힘과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
신원장과 강원장이 사례 1, 2 중 어디에 해당될지 지켜 볼 일이다.
<<<변혁의 시대 미래를 준비하자>>>
1. 의료시장 틀이 바뀐다.
2. 소비자들의 도전
3. 의대졸업=의사 공식 무너진다
4. 저출산 고령화사회에 대비하라
5. 의사단체 구태를 벗어라
--------------------------------------------
부자 의사, 가난한 의사
강남구에서 치질전문 의원을 운영하는 40대의 신선우 원장(가명)은 월요일 아침이 됐건만 출근이 늦다. 환자치료의 대부분을 동업자인 정명훈 원장(가명)이 맡기 때문이다.
한때는 치질을 잘 고친다고 소문이 나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왔다고 자랑하는 그지만, 이제 그의 주 업무는 진료보다는 마케팅. 신 원장을 만난 그날도 그는 병원 홍보용 만화책을 만들어 대대적인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법상에는 의료광고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그는 법을 피해가는 나름의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 신 원장은 “지금 시대는 환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면서 “투자한 만큼 환자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수익을 취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재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부산에서 공동개원 중인 40대 의사인 강진우(가명) 원장과 김선우 원장(가명)은 전형적인 평범한 의사 스타일. 하루종일 진료실에 앉아 오는 환자들 보기에 여념이 없다. 환자수는 신원장과 비슷한 정도.
이들은 비만클리닉 등 약간의 비급여 진료도 하고 있다. 환자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강 원장은 "병원 자리가 좋아 환자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면서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장'이 보건의료 틀 바꾼다
의료의 산업화 즉 시장이 활성회되면 이 두 의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어떤 의사에게는 희망의 등불을 어떤 의사에게는 좌절을 안겨줄 시장이 보건의료분야 입성을 노리고 있다.
시장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하는 정책은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 대체형을 포함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요양기관당연지정제 폐지, 의료시장 개방 등이다.
가깝게는 의료기관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의료광고 범위를 늘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시장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은 어떨까. 연세대보건행정학과 이해종 교수의 설문조사에서 의료공급자의 80%가 영리법인 병원을 인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상당수가 우호적인 입장이다.
한 의사 누리꾼의 글은 영리법인을 바라보는 많은 의사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리법인의 폐해를 몰라서 의사 회원이 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어차피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 될 바에는 그런 거라도 해서 내가 거대 자본의 종이 되더라도 한 만큼이나 받자라는 생각과 이 기회에 아예 내가 '시장'에 뛰어들자라는 생각에서 찬성하는 겁니다."
의료계가 변화를 대비했다기 보다는 정부의 통제아래서 의료계의 불만이 시장성을 강조하는 정책방향을 찬성하는 것으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약계가 약국영리법인화에 펄쩍 뛰었던 것과는 남다른 반응이다.
그러나 의료계도 이 누리꾼의 말처럼 '자본의 종'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프랜차이즈·특화병원, 발빠른 움직임
이런 기대와 우려를 뒤로 하고, 영리법인 허용을 염두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예네트워크와 우리들병원.
54개 프랜차이즈 병원이 연계된 예네트워크는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지주회사형 병원 기업’ 설립을 목표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들병원은 '헬스케어 분야 기업그룹'의 꿈을 안고 영리법인 전환시 투자자금을 확보해 병원을 추가 확보하고, 해외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고운세상 피부과,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 이지함 피부과 등도 영리법인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의료보험에 있어서는 생명보험사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특히 오는 8월부터 허용되는 실손형 보험에 관심이 지대하다.
대한생명은 지난 2003년 10월부터 `민영의료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선진국의 사례와 운용형태 및 국내 시장전망에 대한 검토해왔으며 삼성생명은 실손의료보험 태스포스팀 운영을 통해 상품개발을 거의 확정한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가 아닌 경영자 혹은 피고용자로 살기
그러나 상당수 중소병원이나 의원급은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가 쉽지않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영리법인 도입 문제와 관련 찬성주장도 있지만 중소병원이 도산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민간의료보험이나 영리법인에 있어 중소병원과 의원급이 약자가 될 가능성은 크다. 삼성의료경영연구소 강성욱 연구원은 "대형병원은 다른지만 중소병원은 민간보험사가 힘의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주의대 이상이 교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보험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면서 “보험사들은 암 등 건강보험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중대 질환에 대해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간의료보험의 혜택이 의원급에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병의원 사이의 빈부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많은 병의원들이 프랜차이즈 병원에 합류하거나 혹은 배제되는 경향도 발생할 것이다.
의사들 상당수는 피고용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는 주도적인 경영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기회와 좌절의 땅. 경쟁에서 밀려나면 도태
사례 1
내과 전문의인 강인호 씨(가명)는 오늘 A보험사로부터 삭감 통보를 받고 난감하다. 보험사는 현재의 진료패턴을 고수할 경우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만약 해지되면 국민건강보험 진료만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민간보험에 가입한 국민이 전체의 80%는 되니, 계약 해지로 나머지 80% 국민들만 찾아올 것이다. 비급여까지 민간보험사에서 통제를 하니 이것 참 죽을 맛이다. 이제와 보니 단일보험자 시대가 편했던 것 같다.
사례 2
400병상 규모 병원의 원장인 이인수 씨(가명)는 요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다. B보험사의 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 환자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했으나 민간보험사 네트워크에서 새로운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된 탓에 예전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졌다. 이제는 보험사와 계약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만 남은 것 같다.
시장 지향의 정책들은 결국 경쟁을 통해 승자를 겨뤄야 한다. 평등의 개념은 없고 자본의 힘과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
신원장과 강원장이 사례 1, 2 중 어디에 해당될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