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특권폐지=타 국립대병원 기회?

안창욱
발행날짜: 2005-07-11 12:50:21
  • 정부 지원 목적사업 외 전무...공공성과 수익성 충돌 외면

|특별기획| 서울대병원설치법 폐지 타당한가

국회 교육위원회 구논회(열린우리당) 의원이 서울대병원설치법 폐지안을 발의하면서 서울대병원 특권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구 의원은 서울대병원이 정부 예산 지원면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공의료서비스나 임상연구, R&D 분야 등에서 다른 국립대병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논리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에 걸맞게 오히려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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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울대병원은 예산만 축내는 하마인가
2.공공병원의 원죄와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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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의원은 서울대병원설치법 폐지의 당위성으로 2001년과 2002년 분당병원을 건립하면서 교육부의 전체 12개 국립대병원 재정지원액 중 80.7%, 73.6%를 집중 지원받았다며 특권론을 폈다.

뿐만 아니라 이후 3년간에도 이전, 신축하는 국립대학병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병원에 비해 열배 이상의 재정지원이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구 의원은 서울대병원이 다른 국립대병원과 비교할 때 병원장 임명권자와 당연직 이사 구성을 제외하고는 차이점이 없으며, 공공의료, 교육, 연구 등에서도 역할이 다르지 않다며 서울대병원설치법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구의원은 “특별한 법률적 지위를 부여 받고 집중적인 재정지원을 받는다면 국민을 위해 무엇인가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하지만 특혜만큼 다른 국립대학병원과 차별화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못박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정부지원금을 분석한 결과 2002년 교육부의 국립대병원 총예산 971억원 가운데 서울대병원은 763억원을 지원받아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이는 2004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서울대병원 예산은 208억원으로 2002년보다 크게 낮아졌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다른 국립대병원 전체 예산은 77억원에 불과하다며 편중지원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대병원의 의견은 다르다.

2004년을 기준으로 직원 1인당 정부지원금은 서울대병원이 391만원이었지만 강원대가 2662만원, 부산대가 1184만원 등으로 오히려 많았고, 병상당 지원액에서도 893만원으로 제주대 3866만원, 부산대는 1682만원 등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특히 겉으로 보기에는 국립대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 정책 사업, 예를 들면 분당서울대병원 건립이나 어린이병원 증축 등을 빼고 나면 실제 가용예산은 전무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2002년도 서울대병원 예산 가운데 분당병원 건립비 441억원, 재정융자금 217억원, 차관원리금상환 65억원, 소아과병동 개보수비 25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2004년에도 분당병원 건립비 63억원, 차관 원리금 상환 61억원, 치과병원 분리 지원 14억원 등이 전부다.

구 의원 주장과 달리 연구분야에서는 다른 국립대병원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의대학장협의회가 펴낸 2004~2005년도 의대 교육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3년을 기준으로 서울의대가 국제과학기술논문색인(SCI)에 등재된 외국 과학잡지에 실은 논문은 845건으로 전국 의대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국립의대인 전남의대 276건, 부산의대 129건, 전북의대 96건, 경북의대 87건, 충북의대 82건, 경상의대 41건, 충남의대 17건 등과 비교하면 최소 3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서울대병원설치법을 폐지하면 다른 국립대병원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느냐다.

2002년 전남대병원은 서울대병원보다 크게 적은 140억원을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았지만 화순병원 건립비 98억원, 재정융자금 42억원 등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다른 국립대병원들도 응급의료센터를 건립하거나 의료기자재 확충, 노후병동 개보수 등 특별한 용도에 한해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마저도 매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적으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의 역할은 국가 의료시스템상 의료의 공공성 강화, 교육 및 연구, 진료를 통한 의학 발전 도모, 독립채산제 시행을 통한 재정적 독립 추구 등이다.

이는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서로 다른 요구가 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저소득층 진료를 포함한 공익성 서비스, 예를 들면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이나 연구소 운영 등이 적자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독립채산제에 묶여 정부로부터 한푼도 비용을 보상받지 못한 채 병원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 특권 폐지 논의보다 전체 국립대병원 경영을 어떻게 정상화하면서 공공의료 기반을 마련할 것인가가 보다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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