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 항생제 처방 공개 무슨의미 있나

발행날짜: 2006-02-10 11:53:24
  • 개원가, 환경·환자 특성 등 변수 고려않고 상대평가

"항생제 처방률 공개 무의미하다."(항생제 처방 0% 00의원) "항생제 처방 안했을 때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느냐."(98.6% 00의원)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홈페이지를 통해 9일 발표한 의료기관 항생제 처방률 공개에 따른 개원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이는 항생제 처방률이 상위 25%인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하위 25% 의료기관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항생제 처방률 하위 개원가, "처방률 낮은 것 무의미"
항생제 처방률 0%로 집계된 부산 부산사상구의 김덕근내과의원 김덕근(62) 원장은 “사실 나 또한 항생제를 전혀 안쓰지 않는다”며 “다만 분기별 조사 당시 사용하지 않아 그렇게 조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개원 23년째를 맞이한 김 원장은 “이번 발표는 모집단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한 무의미한 조사”라며 “만약 시골 의원에서 환자 한명에게 항생제를 썼다면 100%이고 안썼다면 0%가 되는 것인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항생제를 많이 써야하는 의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며 항생제 처방 99%에 이른 의원들은 지역적으로 주변 환경에 의해 항생제 처방 환자가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생제 처방률 0.37%를 기록한 대전 중구의 김정현가정의학과의원 김정현(66) 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모순덩어리”라며 “조사에서 말하는 ‘감기’는 기침, 콧물, 편도선염 등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감기의 모든 범주를 놓고 조사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알러지 때문에 기침, 콧물 증세를 보인 환자가 대부분인 의원에서는 당연히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을텐데 정부는 이를 감기로 보고 항생제 처방률이 낮은 의원을 꼽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원 26년째인 김 원장은 “흔히 몸살감기라고 하는 편도선염 등으로 인한 감기에 대해서는 반드시 항생제를 써야한다”며 “조사 전에 감기에 대해 보다 세분화하는 노력이 있어야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음을 우려했다. 보통의 환자들 사이에서 항생제 처방이 높은 의원은 나쁜 의원이라는 편견이 생겨 소신진료를 했던 개원의들이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항생제 처방률이 1.8%로 이비인후과 중 두 번째로 낮은 구승룡이비인후과의원은 이번 조사에 대해 “글쎄...”하는 표정을 지었다.

축농증이 심해졌을때만 항생제를 처방한다는 구승룡(55) 원장은 “간혹 항생제 처방을 안해 환자들의 항의가 있을 때도 있지만 나름의 소신을 지키려고 한다”며 “그러나 90%이상 처방률을 보인 의원이 무작정 항생제를 처방한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원 14년차인 구 원장은 “직접 환자를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방을 목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한 것 같다”며 “유독 증세가 심한 환자가 많은 의원이라면 항생제 처방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항생제 처방률 상위 개원가, "우리도 할말 많다"
항생제 처방률 98.29%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푸른내과의원은 내과 중 처방률이 두번 째로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푸른내과 최태영(42) 원장은 "우리 병원은 다른 곳에서 진료를 받은 뒤 낫지 않은 환자들이 오는 곳으로 대부분 중한 감기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환자에게 항생제 처방을 안했을 경우 발생할 수 의료사고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최 원장은 "2차 세균감염이 발생했을 땐 항생제를 처방해야한다는 것은 교과서에도 명시된 기본적인 지식으로 그대로 했는데 이에 대해 왜 문제제기 하느냐"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항생제 처방률 98.73%인 정택환소아과의원 정택환(71) 원장은 의학적인 지식도 없이 이런 결과를 발표한 정부가 한심스럽다고 했다.

개원 34년째인 정 원장은 "어린이들은 감기에서 심해지면 폐렴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당연히 감기 증세가 심해지면 항생제를 써야한다"며 "의학적 전문성이 없는 시민단체가 섣불리 나서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다른 병원에서 6, 7가지 약을 섞어 처방하는 대신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대부분의 환자에게 항생제와 해열제 등으로 필요한 만큼의 처방만 하고 있는데 이런 조사 결과가 발표되니 황당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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