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후 4년간 8,648억원 삭감 칼날에 잘려나가
[현장르포] 붕괴직전의 개원가 현장을 가다
개원가가 사상최악의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환자수는 급격히 감소한채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각종 정책으로 개원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돌파구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1차의료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차 의료의 위기는 의사인력의 과잉배출에 따른 과당경쟁도 한몫 거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www.medigatenews.com)는 현장르포를 통해 개원가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제1부>환자감소와 과당경쟁에 신음
<제2부>불황 부추기는 정부 정책
<제3부>과다한 투자, 빚에 쪼들리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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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직후부터 건강보험재정은 부도 일보직적의 벼랑끝에 몰렸다. 급하게 은행빚을 내 하루 하루 간신히 연명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정부는 2001년 7월 보험재정안정화대책을 내놓으며 재정절감에 나섰다. 차등수가제, 야간가산율 적용시간대 조정, 진찰료 인하 등 이때 나온 '정부의 대책'들은 개원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무자비하게 삭감하면서 기준은 알려주지도 않아"
25일 늦은 오후. 인천 구월동에서 만난 B정형외과 A원장은 분위기가 좋던 남동구지역 개원가가 매달 10 여개가 개폐업을 반복하는 살벌한 생존경쟁의 무대가 됐다고 한탄했다.
"내가 개원한 88년도만 해도 남동구에는 80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40개로 세 배나 늘어났어. 어찌 되겠어.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병원은 늘어나지 배겨날 재간이 없는거야. 이웃끼리 경쟁도 심해졌고…."
이곳에서 15년 동안 환자를 진료해 왔다는 A 원장의 경우도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많아야 60~70명 선으로 30% 이상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이에 따라 청구액도 20% 가량 줄었다.
하지만, A원장은 환자와 청구액이 줄어든 것보다 더 맥빠지게 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삭감이라고 말했다.
B외과에서 20m쯤 떨어진 S의원의 Y원장은 "몸살감기와 요통,관절통 환자에게 routine 처방으로 료마주 1.5ml(피록시캄30mg)을 쓰고 있는데 관절강내천자는 삭감 대상이고, 기타부위천자는 제외된다"며 모르면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성남에서 내과 진료를 보고 있는 H 원장은 또 “청구 하고 4~5개월이 지나야 삭감 통보를 받게 돼. 그렇다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이 못주겠다는데, 어쩌겠어. 소송을 내는 일도 이제는 지쳤어. 혼자 당하는 일도 아닌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삭감대상이 아니었던 오구멘틴시럽이 전액 삭감됐다는 통보가 왔어. 나중에 심평원에 전화로 확인해보니 기준이 바뀌었다는 거야…."
H 원장은 멋대로 기준을 바꾸고 고지도 않는 심평원의 횡포에 할말을 잃었다고 했다.
심평원의 삭감기준중 상당부분은 개원의들을 제대로된 진료보다는 삭감을 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처지로 내몰았다.
최근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여동안 심평원이 삭감한 급여비는 총 8,648억원으로 1조억원에 육박한다.
하향평준화 부르는 차등수가제
개원가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차등수가제가 꼽힌다. 복지부는 30분 대기 1분 진료의 부실 진료를 예방하고 한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복지부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연간 1,081억원의 재정절감효과를 얻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개원가에는 그 이상의 고통을 안겨줬다.
내과, 안과 등 보험환자가 많은 진료과의 경우 환자를 진료하느라 녹초가 되지만, 밀려드는 환자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부근의 B내과 원장은 "차등수가제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청구액으로 2,00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며 임대료와 인건비, 세금 등 매출에서 빠지는 것만 1,500만원에 은행이자로 내야 할 돈까지 합치면 순이익은 '제로'"라고 말했다.
그는 "적자가 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직원과 주사 약값을 줄였어. 낮에 전기불끄고 에어콘 전기도 아끼고 털레비젼도 끄고 철 지날때까지 철저히 아껴야 간신히 현상유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안과를 개원하고 있는 K원장도 차등수가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복지부 주장대로 차등수가제를 시행하려면 환자 수를 40에서 깎던지 50에서 자르든지 엄격하게 하고, 대신 환자 수가 적은 의원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차등수가제로 어부지리를 얻은 의사들도 있다. 소아과 의사는 차등수가제 시행 이후 오히려 몸값이 올랐다고 한다. 소아과 특성상 환자 수가 많은데, 차등수가로 진찰료가 깎이느니 의사를 더 채용해서 환자에게 제대로 진료해주고 환자 수 적정선에서 청구하는 것이 경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환자 비위 맞추며 예, 예 하며 장사꾼처럼 살아"
현재 개원의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환자 진료에 매달리고 있다. 일주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속칭 '점방'에 틀어박혀 환자 진료에 매달리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성남 O소아과 K원장은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개원의는 아무도 없어. 김성순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환자 진료하는 시간을 한 사람당 20분으로 잡고 8시간 근무한다면 우린 굶어죽고 말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신세계 백화점이 길 건너에 있는 K내과의원장은 15년 동안 대학병원에서 내과 봉직으로 근무하다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에 개원한 경우다.
K원장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개원가 환경에 적응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월급쟁이 의사로 근무한 습관을 버리지 못한 탓도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적응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굶어 죽어. 그래서 환자가 요구하는대로 ‘예, 예’하며 장사꾼처럼 사는거야…."
K 원장은 심평원의 삭감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예전에는 고가약만 깎았지만, 지금은 몇 십원짜리 약도 죄다 삭감해. 개원 하면서 또 이전에 내가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전문의가 되기까지 나라가 돈 보태준 것이 없는데, 대한민국 의사를 모두 월급쟁이로 만들려나봐…."
실제로 의약분업 전에는 고혈압을 처방하면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7,000원에서 8,0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텅 빈 병원에 환자가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서자 K 원장은 토해내듯 한마디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결론은 사기 안 치면 어렵다는 거야. 어차피 우리나라는 편법으로 살아야 잘먹고 잘살잖아 …."
개원가가 사상최악의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환자수는 급격히 감소한채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각종 정책으로 개원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돌파구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1차의료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차 의료의 위기는 의사인력의 과잉배출에 따른 과당경쟁도 한몫 거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www.medigatenews.com)는 현장르포를 통해 개원가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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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환자감소와 과당경쟁에 신음
<제2부>불황 부추기는 정부 정책
<제3부>과다한 투자, 빚에 쪼들리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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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직후부터 건강보험재정은 부도 일보직적의 벼랑끝에 몰렸다. 급하게 은행빚을 내 하루 하루 간신히 연명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정부는 2001년 7월 보험재정안정화대책을 내놓으며 재정절감에 나섰다. 차등수가제, 야간가산율 적용시간대 조정, 진찰료 인하 등 이때 나온 '정부의 대책'들은 개원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무자비하게 삭감하면서 기준은 알려주지도 않아"
25일 늦은 오후. 인천 구월동에서 만난 B정형외과 A원장은 분위기가 좋던 남동구지역 개원가가 매달 10 여개가 개폐업을 반복하는 살벌한 생존경쟁의 무대가 됐다고 한탄했다.
"내가 개원한 88년도만 해도 남동구에는 80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40개로 세 배나 늘어났어. 어찌 되겠어. 파이는 정해져 있는데, 병원은 늘어나지 배겨날 재간이 없는거야. 이웃끼리 경쟁도 심해졌고…."
이곳에서 15년 동안 환자를 진료해 왔다는 A 원장의 경우도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많아야 60~70명 선으로 30% 이상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이에 따라 청구액도 20% 가량 줄었다.
하지만, A원장은 환자와 청구액이 줄어든 것보다 더 맥빠지게 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삭감이라고 말했다.
B외과에서 20m쯤 떨어진 S의원의 Y원장은 "몸살감기와 요통,관절통 환자에게 routine 처방으로 료마주 1.5ml(피록시캄30mg)을 쓰고 있는데 관절강내천자는 삭감 대상이고, 기타부위천자는 제외된다"며 모르면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성남에서 내과 진료를 보고 있는 H 원장은 또 “청구 하고 4~5개월이 지나야 삭감 통보를 받게 돼. 그렇다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이 못주겠다는데, 어쩌겠어. 소송을 내는 일도 이제는 지쳤어. 혼자 당하는 일도 아닌데"라며 손사래를 쳤다.
"삭감대상이 아니었던 오구멘틴시럽이 전액 삭감됐다는 통보가 왔어. 나중에 심평원에 전화로 확인해보니 기준이 바뀌었다는 거야…."
H 원장은 멋대로 기준을 바꾸고 고지도 않는 심평원의 횡포에 할말을 잃었다고 했다.
심평원의 삭감기준중 상당부분은 개원의들을 제대로된 진료보다는 삭감을 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처지로 내몰았다.
최근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여동안 심평원이 삭감한 급여비는 총 8,648억원으로 1조억원에 육박한다.
하향평준화 부르는 차등수가제
개원가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차등수가제가 꼽힌다. 복지부는 30분 대기 1분 진료의 부실 진료를 예방하고 한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복지부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연간 1,081억원의 재정절감효과를 얻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개원가에는 그 이상의 고통을 안겨줬다.
내과, 안과 등 보험환자가 많은 진료과의 경우 환자를 진료하느라 녹초가 되지만, 밀려드는 환자들이 반갑지만은 않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천 송도부근의 B내과 원장은 "차등수가제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청구액으로 2,00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며 임대료와 인건비, 세금 등 매출에서 빠지는 것만 1,500만원에 은행이자로 내야 할 돈까지 합치면 순이익은 '제로'"라고 말했다.
그는 "적자가 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직원과 주사 약값을 줄였어. 낮에 전기불끄고 에어콘 전기도 아끼고 털레비젼도 끄고 철 지날때까지 철저히 아껴야 간신히 현상유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안과를 개원하고 있는 K원장도 차등수가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복지부 주장대로 차등수가제를 시행하려면 환자 수를 40에서 깎던지 50에서 자르든지 엄격하게 하고, 대신 환자 수가 적은 의원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차등수가제로 어부지리를 얻은 의사들도 있다. 소아과 의사는 차등수가제 시행 이후 오히려 몸값이 올랐다고 한다. 소아과 특성상 환자 수가 많은데, 차등수가로 진찰료가 깎이느니 의사를 더 채용해서 환자에게 제대로 진료해주고 환자 수 적정선에서 청구하는 것이 경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환자 비위 맞추며 예, 예 하며 장사꾼처럼 살아"
현재 개원의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환자 진료에 매달리고 있다. 일주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속칭 '점방'에 틀어박혀 환자 진료에 매달리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성남 O소아과 K원장은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개원의는 아무도 없어. 김성순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환자 진료하는 시간을 한 사람당 20분으로 잡고 8시간 근무한다면 우린 굶어죽고 말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신세계 백화점이 길 건너에 있는 K내과의원장은 15년 동안 대학병원에서 내과 봉직으로 근무하다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에 개원한 경우다.
K원장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개원가 환경에 적응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월급쟁이 의사로 근무한 습관을 버리지 못한 탓도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적응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굶어 죽어. 그래서 환자가 요구하는대로 ‘예, 예’하며 장사꾼처럼 사는거야…."
K 원장은 심평원의 삭감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예전에는 고가약만 깎았지만, 지금은 몇 십원짜리 약도 죄다 삭감해. 개원 하면서 또 이전에 내가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전문의가 되기까지 나라가 돈 보태준 것이 없는데, 대한민국 의사를 모두 월급쟁이로 만들려나봐…."
실제로 의약분업 전에는 고혈압을 처방하면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7,000원에서 8,0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텅 빈 병원에 환자가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서자 K 원장은 토해내듯 한마디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결론은 사기 안 치면 어렵다는 거야. 어차피 우리나라는 편법으로 살아야 잘먹고 잘살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