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청산 1순위 "족보·성적순 전공의 선발"

안창욱
발행날짜: 2006-03-24 07:25:19
  • 연세의대 의학교육과 10주년 심포지엄..."의학계 책임"

의대의 소위 '족보' 중심의 시험출제 방식과 성적순으로 전공의를 선발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의학교육의 본질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연세의대는 23일 의학교육학과 설립 10주년을 맞아 '의학교육, 그 본질과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기념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연세의대 전우택 의학교육학과장은 '의대생 학습 및 생활지도의 새로운 모색'이란 주제발표에서 “전국 의대의 중도탈락률이 2000년 9%, 2002년 9.8%에 달하지만 그간 이를 의대 공부가 어렵다는 증거로 바라봤을 뿐 교육적 측면에서 심각하게 생각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환기시켰다.

전 학과장은 2005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1년간 의학교육학과에서 시행한 학생 대상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의대 학습 및 생활지도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전 학과장에 따르면 이 기간 44명의 학생이 104건을 상담했으며, 상담 내용은 성적 부진 32%(18명), 진로 28%(16명), 학습 지도 7%(4명), 학생 연구 관련 7%(4명), 학생 활동 7%(4명), 인간관계 5%(3명) 등이었으며, 상담을 받은 학생 가운데 정신의학적 지원이 필요했던 학생은 23%(10명)로 집계됐다.

학습과 관련된 상담 사례를 보면 “모든 친구들이 다 적으로만 보이고,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면 더 긴장이 된다(본과 1학년)”거나 “도서관에 앉아 다른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면 더욱 불안해진다(본과 1학년)” 등이었다.

전우택 학과장은 불완전한 교육과 극단적 내부 경쟁이 이런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천편일률적인 족보나 국가고시 위주의 교육만을 시킨다면 내부에서의 극단적인 경쟁은 많은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95% 이상이 다 붙는 의사국시를 통과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내부 경쟁이란 처음부터 있을 필요가 없지만 전공 선택이라는 이유 때문에 학생들은 경쟁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전공의 선발에 있어 각 교실들이 학생들의 성적과 등수만을 유일한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서 이런 경쟁이 단순 성적 경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 학과장은 '족보'와 관련 “치열한 경쟁을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최소한의 타협이 의대생들의 독특하고 유일한 학습 문화가 될 때 의학교육은 심각한 문제를 가진다고 할 수 있고, 이런 풍토에서 창의적인 학습 능력 배양이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학과장은 상담 학생들이 학습 문제 외에도 열등감과 정신건강의 문제, 자기개발과 자기실현의 불안, 삶의 다양한 문제와 가치관 형성의 어려움 등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 학과장은 의대생 학습 및 생활지도를 할 때 공부하는 방법을 교육하고, 새로운 의대 학습 문화의 창출 지원, 전공의 선발시 다면적 평가 시스템 도입, 상담을 담당할 교수와 멘토(mentor) 필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 학과장은 “의료인의 근본적인 지적 능력과 가치관 함양이 아닌, 단편적 지식의 축적 정도를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학교와 그것에 철저하게 순응하고 그 안에서 더 피상적인 무한경쟁을 하는 학생들이 본질적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전 학과장은 “이런 피상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향후 우리나라의 의학 발전에 큰 저해 요소가 될 것이며, 최고 지도자적인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우리 의학교육계에 큰 책임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런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라는 구체적인 도전이 있을 때 의학교육은 국가와 인류에게 다른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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