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학술지에 이름만 올리면 SCI 논문?

안창욱
발행날짜: 2006-08-29 07:15:58
  • 원저 외 레터까지 논문건수 산입...업적평가에선 제외

[긴급점검] SCI 논문 뻥튀기<하>

SCI급 학술지에 이름을 올리기만 하면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인정한다?

대학병원들이 SCI급 논문을 늘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논문수를 뻥튀기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수 학술지 게재건수에는 원저뿐 아니라 증례, 레터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SCI급 논문이라고 한다면 원저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병원에서는 대개 증례보고도 인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대학병원은 매년 SCI급 학술지에 게재된 병원 소속 연구자의 논문수를 집계하면서 원저와 증례 외에도 레터도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레터는 특정 연구결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500자 정도로 간략하게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이 대학병원이 2005년도에 SCI급 논문을 100편 발표했다고 한다면 이중 상당수는 증례보고나 레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다른 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SCI 저널에 실린 것이면 증례나 레터도 SCI 논문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병원들은 대외적으로 SCI 논문 게재건수를 발표할 때에는 증례나 레터 등을 합산하지만 우수 연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에는 이들을 제외한 제1저자와 책임저자로 한정하는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다시 말해 외부에 SCI 논문수를 공개할 때에는 가급적 후한 기준을, 내부적으로 업적을 평가할 때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셈이다.

과연 특정 기관의 1년간 SCI 논문이 몇 편이냐는 논란은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일어나긴 마찬가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5년도 SCI 논문이 2만3515편으로 논문 순위가 세계 12위라고 발표했지만 과학기술부는 2만3048편으로 세계 14위라고 결론 내렸다.

과기부는 매년 SCI급 학술지 6300여종의 저널에 게재된 논문 중 풀 페이퍼(Full Paper)만을 대상으로 논문 수와 피인용도 등을 수록한 국가과학지표(NSI) DB를 사용한다.

이와 달리 교육부는 아티클, 리뷰, 레터 등 풀 페이퍼가 아닌 논문도 실린 SCI 씨디롬을 분석하면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의대를 포함한 대학병원의 연구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SCI 논문건수 외에 보다 상세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며, 대학병원들도 양적 경쟁에서 벗어나 질적 경쟁을 벌여야 할 때이다.

관련기사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