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마이크로'-진료 '매크로'...혼돈 가속

이창진
발행날짜: 2006-12-28 06:50:00
  • 세부전문의·비급여 등 현안...소아과 개명문제 의료윤리 '오점'

[굿바이 2006년] 의학계

올해도 의학계는 보이지 않은 세 싸움을 위한 영역파괴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매년 확산되고 있는 학문적 혼돈은 이제 생존을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귀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올 한해 의학계는 세부전문의 제도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표적인 학회는 외과학회로 몇 해 전부터 제기되던 세부전문의제도를 구체화시켜 이를 조만간 관철시킨다는 방침을 수립한 상태이다.

여기에는 외과학회와 내분비외과, 내시경복강경외과, 대장학문, 소아외과, 위암, 임상종양, 혈관외과, 간담체외과, 유방암 등 외과를 세분화시킨 학문으로 구성돼 학문적 전문성을 토대로 진료의 질 제고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다른 진료과와 같이 개원의협의회의 반대가 적지 않다는데 있다.

외과개원의협의회는 세부전문의제도는 개원가의 진료영역을 스스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과학회의 세부전문의제도는 그나마 힘든 의료 여건속에서 제기된 고민이라는 점에서 일부의 설득력도 제기되고 있으나, 일부 학회의 회세 확대와 수익창출을 위한 세부전문의와 인정의 제도에 대해서는 학계 내부의 비판이 매섭게 제기되고 있다.

올해 추계학회에서 의학회 김성덕 세부전문의제도인증위원장은 학계를 대표한 각 학회 초청강연을 통해 세부전문의와 인정의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처벌 방향을 가감없이 표출하며 일부 학회들의 방향선회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아직 이렇다할 개선노력이 보이지 않다는 견해이다.

김성덕 위원장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의학회가 회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으므로 지속적인 권고와 계도에도 불구하고 관련 학회들의 개선 움직임이 없다면 이를 방지하는 신중한 검토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며 유사 자격증 남발 학회에 대한 제재조치를 예고했다.

개원가의 고행 지속...신 영역찾기

학회들의 이같은 일그러진 자화상에는 저수가 체제의 현 의료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 잠재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저출산 문제로 수가와 전공의 수급 등 모든 의료환경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산부인과는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비급여를 찾아 개원가의 고행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11월 열린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추계학회에서는 ‘성인 예방접종’ ‘두피관리’ ‘미용침, 비만침, 이침’, ‘보톡스와 필러’ 등 산과와 관련 없는 주제에 수백 명이 몰려 신생아에 마음이 떠나고 있는 산부인과 원장들의 심정을 반영했다.

이같은 진료영역 파괴에 대해 대학교수들은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은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교수들은 “의학계에서 발생하는 영역파괴 문제는 정해진 파이에 놓고 벌이는 다툼에 불과해 시간이 지나도 정답을 찾을 수 없다”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해 동안 많은 의학계 현안이 제기되어 왔으나 모든 학회 회원들의 관심이 끈 것은 ‘소아과 개명’ 문제이다.

소아과 개명을 둘러싼 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의 낙마위기와 구사일생 등 소아과학회와 의협간 극과 극을 오고간 올 한해는 해당 학회로선 가슴 아픈 나날의 연속이었다.

영상의학회는 진단방사선과에서 명칭을 개명하는 작업을 성공리에 맞춰 내년도 부푼 꿈을 안고 새해를 맞이하는 반면, 소아과학회는 내과학회의 거센 반대에 이어 의협 집행부의 말장난과 안면몰수식 행동으로 처절한 배신감을 맞봐야 했다.

이밖에 의학계은 학회별 진료지침 마련, 저수가로 인한 일부 학회의 추락, 비급여 분야 창출 등 희노애락의 긴 여정으로 일 년을 보냈다.

과거 안주해온 학계의 고행은 이제 회원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살을 돋게 하는 유기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면에서 내년에도 계속돼야 하고,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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