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이중심사 잣대, 임의비급여 양산"

안창욱
발행날짜: 2007-07-20 07:16:31
  • 성모병원 사례 폭로.."한쪽은 칼질, 환자 민원엔 보험인정"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하면 삭감하고, 정작 환자가 진료비 확인신청 민원을 제기하면 보험급여로 인정하는 게 우리나라 심사 잣대다”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사태는 전적으로 병원의 부도덕성에 기인하는가, 아니면 요양급여기준과 심평원의 이중 심사잣대가 한 몫을 한 것인가?

최근 백혈병환우회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심평원이 성모병원에 대해 진료비 환급결정을 내리면 성모병원은 이후 환급분을 다시 청구하는 방식으로 환급 결정액의 39~90%를 받아갔다고 폭로했다.

다시 말해 성모병원이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급여항목을 처음부터 심평원에 청구해 수령하지 않고, 삭감의 위험이나 이의신청 등의 절차상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환자에게 관행적으로 불법 임의비급여를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성모병원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병원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삭감하지만 환자가 같은 진료분에 대해 진료비 확인신청 민원을 넣으면 급여로 인정하는 이중 심사잣대가 문제라는 것이다.

의료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자 진료에 들어간 고가의 약제와 치료재료 구입비용마저 삭감해 버리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비용원가라도 청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실제 성모병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의 이중 심사잣대를 의심할 여지가 적지 않다.

성모병원은 지난 2003년 황 모씨와 이 모씨에 대해 DGI(공여자 백혈구 수혈)을 시행하고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한 결과 삭감되자 이의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심평원은 진 모씨와 박 모씨가 각각 2006년과 2007년 진료비 확인신청 민원을 제기하자 급여로 인정했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19일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본원에서 DGI를 시행해 청구한 결과 전액삭감 됐는데 보편타당한 진료방법이 아니라는 것 등이 이유였다”면서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의료적 비급여를 시행해 왔다”고 밝혔다.

성모병원은 진 모씨와 박 모씨에 대해서도 DGI를 시행했지만 과거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심평원의 결정에 따라 비급여 했다.

하지만 이들이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하자 심평원은 DGI를 급여로 인정한다며 성모병원에 진료비를 환급해 주라는 결정을 내렸다.

항악성종양제인 칸시다스주 역시 유사 사례로 꼽힌다.

병원은 2004년 서 모씨의 진균성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스포라녹스를 투여하던 중 폐렴과 함께 발열이 재발되자 칸시다스로 교체 투여했고 환자는 회복됐다.

성모병원은 칸시다스주 투여분에 대해 심평원에 급여를 청구했지만 전액 삭감되자 역시 이의신청을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병원은 또다른 환자인 진 모씨에게 2005년 21일간 훈기존을 투여했지만 다시 열이 나고 당시 임상시험 검사인 혈중 아스페르길러스 항원 강양성으로 전신진균감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속적 호중구 감소증 상태가 아니어서 비급여했다고 한다.

심평원은 이후 진 씨가 민원을 제기하자 급여 결정 통보를 했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병원의 삭감 사례와 환자가 민원을 넣을 때 인정 여부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장기이식을 위해 공여적합성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 간이식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간조직의 이상소견으로 이식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심사기준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HLA(조직 적합 항원검사) 심사기준은 장기가 공여된 경우 수혜자와 그가 속한 보험자가 부담하고, 불가피한 상황(건강 악화, 사망 등)이 발생해 장기이식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보험급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성모병원은 형제 HLA(조직적합항원검사)에서 3명 모두 유전자 불일치로 판명된 진 모씨에 대해서는 타인이식을 한 후 검사비용을 비급여했다.

또 가족 HLA 검사에서 5명이 유전자 불일치 판명이 난데다 환자 이식을 거부한 박 모씨에 대해서도 심사기준에 따라 비급여 처리했다는 게 병원의 설명이다.

이들 역시 민원을 제기했고, 심평원은 모두 보험급여 대상이라며 검사비 일체를 환자에게 돌려주라고 병원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 관계자는 “모호한 요양급여기준을 만들어놓고 한쪽에서는 삭감하고, 또 한쪽에서는 급여로 인정하는 것은 제도적 모순을 병원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병원의 또다른 관계자도 “본원으로 오는 전원환자 대부분은 다른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 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우리가 이들에게 다른 병원과 동일하게 진료한다면 굳이 올 이유가 없고, 이런 점에서 보험급여기준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성모병원의 모교수 역시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집을 팔아서라도 치료해 달라고 하는데 민원을 우려해 보험심사기준대로 진료하는 게 옳은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의사들의 정당한 진료권을 인정하지 않고 삭감을 밥 먹듯이 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불가피하게 임의비급여한 것만 부도덕하다고 매도하면 어떻게 진료하고, 어떻게 병원이 운영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심평원 관계자는 “진료비 확인신청 민원이 제기되면 의료기관의 의무기록 등과 대조해 임의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이런 절차는 심사부서의 확인방법과 다르지 않다”며 이중잣대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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