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지정제 논란은 당분간 지속…MSA도입 여부 변수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공식 출범했다. 메디칼타임즈는 급변하는 대내외적 상황속에서 의료사회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전문가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갈망하는 의료계의 기대속에서 탄생하는 새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의 주요 내용과 과제, 의료인들이 바라는 정책 개선방향 등을 조망하는 특집을 싣는다. [편집자 주]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보건의료 부문에 있어서 사회보험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옵션을 가진 선택과 집중의 의료시스템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글 싣는 순서>-------------
(상) 이명박 당선자의 보건의료정책
(중) '무엇이 얼마나 바뀔까' 전문가 진단
(하) 의사 100인이 말하는 "새 정부에 바란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는 의료의 산업화를 ‘6대 정책’에 포함시킬 만큼 높은 비중을 두고 있어 어떤식으로든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의료의 산업화는 영리법인과 민영보험의 활성화 정책으로 이어진다. 현재 영리법인과 민간보험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 직후 가장 먼저 이슈로 불거져 나온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 문제는 단시간에 결론이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당선자의 보건의료정책 공약 작업에 참여했던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는 "공약을 마련할 때 당연지정제 논의가 있었지만 일류비전위원회 쪽에서 현재 단계에서 당장 추진할 수 없으니 논의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와 제외됐다"며 "지금 당장 추진할 수 없는 상황"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공급이 넘치는 대도시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지만, 의사협회보다는 보험자가 더 유리하다"며 의사협회가 균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당연지정제 폐지는 매우 타당한 정책이다. 대만에서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공단이 좋은 병원만 골라 계약하면 수준 이하의 병원을 축출할 수 있다. 의료계의 숙원사업을 들어준다는 면에서도 해야 한다"며 선별계약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는 "경쟁력이 있는 의료기관은 문제가 없겠지만 경쟁력이 약한 쪽은 아무래도 문제가 될 것"이라며 "방향 자체는 옳지만 여러 가지 보완책이 마련된 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새 정부 이후 건보 당연지정제가 폐지될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끈다. 당연지정제를 폐지해야만 민영의료보험 확대 등 의료시장 자유화를 쉽게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노무현 정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의료산업화가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보건의료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의료산업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따라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의료의 산업화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병원간 인수합병 허용 △민간보험사와 개별의료기관 간 비급여진료 가격계약 허용 △병원 부대사업 및 수익사업 허용 △비전속진료(프리랜서 의사제) 허용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행위 허용 등이 그것이다.
'의료기관 채권발행에 관한 법률'도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 1월 국회로 넘어갈 예정이다.
경희대 정기택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의료산업화의 방향은 맞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도 대통령직속으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두어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이유는 규제개혁이 안됐기 때문"이라며 "의료법 등 관련법에 기본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료산업화가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좌파들의 논리"라고 일축하고 "의료서비스와 의료기기 제약을 분리하지 않고 같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의료산업화의 성공 열쇠"라고 말했다.
민영보험 활성화와 관련해서 당선자 쪽은 실손형 보험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행 건강보험의 틀을 유지하면서 의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옵션을 두겠다는 것이다. 윤석준 교수는 "사회보험 골격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본 골격은 유지되면서 변화와 다양한 옵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행위별수가제인 지불제도의 개선 가능성도 높다. 당선자 쪽은 공급자나 소비자에게 모두 불편을 주는 행위별 수가제를 개편해야 한다는데 방향을 잡고 경증질환 외래에 대해 MSA(의료저축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우진 교수는 "MSA는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비용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확대하려는 제도"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적으로 전국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고 서울이나 수도권 등 의료이용량이 많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의료이용을 억제하는 것이어서 의료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및 약가 인하 기조는 향후에도 지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진현 교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너무 허약하다. 역대 정권에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제도가 보장성 강화이다. 성장이 중심이라면 보완장치로 보장성 문제가 오히려 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준 교수는 "기존 의료제도가 경직된 시스템이었다면 새 정부는 다양한 옵션을 가진 선택과 집중의 의료시스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산업화를 활성화시키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장성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새정부가 보건의료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경제살리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우진 교수는 "인수위에서 보건복지 영역이 분화되어있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놀랐다"며 "아무리 경제분야와 교육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보건복지영역을 슬그머니 빼놓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준 교수는 "당선자 쪽에서 의료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 같다. 인수위가 발표한 8대 아젠다에도 보육 및 노인복지 대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복지정책 쪽에 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