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가협상, 약사회 탁월-의협 실리 놓쳐"

고신정
발행날짜: 2008-01-08 07:36:24
  • 서울대 김진현 교수, 2008년 유형별 수가계약 평가

"공단은 치밀한 사전준비와 탁월한 협상력을 발휘했고, 약사회 지도부의 리더쉽은 타 단체의 모범이라 할만했다.

반면 의협은 평균이상의 수가인상률을 공단으로부터 제시받았음에도 계약을 결렬, 실리를 놓쳤다"

공단의 환산지수 연구를 맡았던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7일 공개된 '2008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보고서'에서 올 수가계약 결과를 이 같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먼저 올 수가계약에 대해 "2008년 환산지수 계약은 유형별로 이루어진 최초의 계약으로 건강보험 30년 역사에서 관리운영체계의 통합, 의약분업과 더불어 3대 개혁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복지부의 일관된 정책개혁의지, 공단의 치밀한 준비, 가입자 단체의 적극적 지지, 대다수 공급자 단체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우러져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는 것.

그는 특히 이번 계약이 공급자의 계약 자율권을 확대하고, 요양기관 유형간 경영수지 차이를 반영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과거 단일 환산지수 계약에서는 5개 단체가 각자의 경영상황이나 입장에 상관없이 항상 공동계약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표현이 불가능했으나 유형별 계약제에서는 각 단체의 상황에 따라 계약의 수용여부가 결정되므로, 개별 단체의 자율권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6개 단체 중 4개 단체가 계약되었다는 점이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면서 "만약 단일 환산지수 계약이었다면 4개 단체의 계약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유형별 특징의 반영은, 정부의 정책수단을 다양화하는 기회가 됐으며 또한 의-병협 등 자율계약 결렬 단체에 대한 '패널티'는 공급자에게 각성의 효과를 갖게 했다고 김 교수는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수단이 6개 단체별로 각기 다르게 작동할 수 있으므로, 각 단체의 실태에 적합한 정책의 집행이 가능해진다"면서 "수가협상과정에서 각 단체의 제도개선 요구사항을 수렴하거나 정부의 정책적 요구사항을 각 단체에 제시해 상호 정책적 수용성을 제고하는 기전이 확보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미계약 환산지수에 대한 건정심 표결에서 공단이 제시한 최종수치보다 더 낮은 수치로 결정함에 따라 '밑져야 본전' 이라는 공급자의 관행을 깨는데 성공했으며, 이러한 경험은 학습효과로 작용해 향후 원만한 수가계약 체결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공단 탁월, 약사회 모범, 의협 실리 놓쳐"

한편 김 교수는 협상의 당사자인 공단과 약사회, 의협 등 각 단체들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먼저 그는 공단과 관련해 "공단 수가협상팀은 치밀한 사전 준비로 탁월한 협상력을 발휘했다"면서 "공단은 이번 유형별 수가계약을 통해 실질적인 수가계약의 주체로 등장하게 됐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아울러 약사회에 대해서도 "평균 수가인상률 이하인 1.7% 수준에서 수가계약을 성사시킨 약사회 지도부의 정치적 리더쉽은 민주적 리더쉽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이익단체에서 모범이라 할만하다"고 극찬했다.

그는 특히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평균 인상률 이하에서 이익단체의 집행부가 회원을 설득하고 결과를 수용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임에도, 약사회 대표는 이를 무리없이 처리했다"면서 "이는 건강보험제도 내에서 이익단체의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의협에 대해서는 "계약을 결렬시켜 결과적으로 실리는 놓쳤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의사협회는 평균 이상의 수가인상률을 공단으로부터 제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결렬시키고 건정심으로 이동했다"면서 "이에 결과적으로 더 낮은 수가조정률을 적용받게 되어 실리를 놓치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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