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돈 인식 잘못 깨달아"

이창진
발행날짜: 2008-04-03 07:40:23
  • 경제성 연구 디딤돌 마련…"과감한 도전이 승부수"

[기획] 제약의사 릴레이 인터뷰 ⑧얀센 이대희 이사(사업개발, 보건정책, 시장조사)

‘제약의사’라고 하면 출시된 제품을 홍보하는 단순 업무로 이해하는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제약의사의 업무는 단순한 학술과 홍보 뿐 아니라 신약개발부터 제품구매를 위한 비니지스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져 있다. 의과대학과 전공의 등 10년의 생활을 거친 많은 의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걸맞는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는 형국이다. 제약의학회(회장 이일섭, GSK 부사장)의 협조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약 10회에 걸쳐 학술과 마케팅, 제품개발, 약가 등에서 자신의 꿈을 일궈나가는 제약의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BM의 산물인 경제성 평가는 이대희 이사에게 '제약'이라는 세상을 만나게 했다.
“과거 제약사들이 의약품 판매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질환 중심으로 학술에 입각한 근거중심의학(EBM)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얀센 이대희 이사(40, 연세의대 94년졸)는 급변하고 있는 업체의 패턴변화를 이같이 밝히고 제품개발에서 발매까지 전 과정에 녹아있는 경제성 연구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이대희 이사가 맡고 있는 업무는 아직 제약사에 생소한 보건정책을 비롯한 사업개발과 시장조사 등 매출과 직결되는 종합적인 설계사이다.

연세의대 졸업 후 낯선 제약과의 만남은 공보의 시절부터이다.

이대희 이사는 “공보의로 근무하면서 국내의 보건의료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라면서 “임상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나 잘못된 정책을 개선하려면 예방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라며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를 피력했다.

이런 그에게 대학과 연구실이 아닌 생동감 있는 제약사의 진출은 거시적인 학문과 부합되는 도전이었다.

이대희 이사는 2003년 사노피-아벤티스로 입사한 후 2005년 한독약품 사업개발부를 거쳐 지난해 9월 얀센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이 이사는 “사노피 입사 후 ‘보건경제실’을 오픈해 담당하면서 경제성 평가와 근거중심 계획을 정립해 나갔죠”라며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근거중심의 선진화된 트랜드를 실감하며 ‘제약=돈’이라는 저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죠”라고 말했다.

"보건경제적 관점에서 매출액 산출“


다방면에 걸쳐 있는 그의 업무 중 핵심은 ‘보건경제’와 ‘시장조사’ 분야이다.

의료적 측면의 보건정책과 큰 맥락은 같으나 제품 판매가 주목적인 업체 입장에서는 약가와 보험기준 등 다양한 범위를 포괄하고 있다.

이대희 이사는 “제품 개발 후 시장조사를 거쳐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이에 따른 약의 가격과 급여 범위를 정해 정부와의 협상에 임하죠”라고 전하고 “시장 조사에서도 고객만족도와 경쟁품 등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에 입각해 매출액이 책정된다”며 데이터를 통한 접점찾기의 묘수를 귀띔했다.

제약에 근무하는 그가 느낀 동료의사들에 대한 아쉬움은 ‘소통’이라는 부분이다.

이 이사는 “대부분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체적인 정화노력이 미흡한 것 같다”면서 “진료실이 아닌 곳으로도 눈을 돌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조직화된 모습을 보인다면 의사의 권위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사회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대희 이사는 이어 “학회들도 내부적인 학문연구에 국한하지 말고 질병을 알리는 노력과 환우회와의 연결고리를 갖는다면 의사들이 원하는 바른 치료로 상호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고 덧붙였다.

#i3#"의사 역할 한국 위상 재정립 좌우“


그는 “병원과 비교해 제약업체는 의사결정이나 목표의식이 빠르고 분명한 역동적인 조직”이라고 전제하고 “제약에 대한 의사들의 진출로 전문성이 십분 활용된다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한국의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약계 의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이사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도전하라’는 것이다.

이대희 이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역동성과 팀워크에 도전할 수 있는 의사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며 “사람 관리와 리더십을 배양한다면 리더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제약업의 비전은 앞으로도 커질 수밖에 없죠”라면서 “근거중심의학에 기반을 둔 전문성을 토대로 매진할 수 있다면 의사를 위한 길은 더욱 넓어진다”며 몸으로 부딪치는 과감한 승부수를 주문했다.

연세대 경영학부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이수중인 그의 꿈은 삼성 반도체와 같은 굴지의 기업으로 제약업을 도약시키는 것이다.

이 이사는 “20년대 국내 제약업계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며 “현재 얀센에서 일하고 있으나 모든 성과는 국내 업계에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숲을 보는 거시적 안목에서 제약에 열정을 던진 이대희 이사는 업계에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설파함과 동시에 마케팅과 영업에 영향을 미치는 젊은 고수다운 숨가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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