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배상보험 손해율 '100% 웃돌아'<2>

전경수
발행날짜: 2004-03-31 06:34:20
  • 가입율 18% 불과…"가입자 늘어나야 보험료도 인하"

|기획|의료사고 리스크 관리방안을 모색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의료사고분쟁 조정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것이 벌써 1994년이니, 기간으로만 10년이고 회기로는 14대부터 16대까지 3대를 거치도록 이 법안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곧 16대 회기가 끝나면 이원형 의원이 제출했던 법안도 자동폐기된다. 국가 차원의 의료사고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들이 그나마 자구책으로서 의존하고 있는 의협 공제와 민간보험사의 의료배상책임보험이 지닌 문제점들을 진단해 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제1부|외면받는 의협공제...배상보험 선호

|제2부|의료배상 책임보험의 허실(虛實)

|제3부|의료사고 리스크 관리의 새로운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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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의사들이 의료사고 발생시 닥쳐오는 위험으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의료사고 배상보험의 정확한 가입률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보험업계의 잠정적인 집계에 따르면 2003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병의원 중 의사배상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8~19%에 불과하다.

의협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약 25%정도가 의협에서 운영하는 공제회에 가입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비현실적인 보장한도액에 비춰본다면 우리나라 의사중 열에 여덟은 인명과 관련한 의료사고의 치명적인 피해를 비껴갈 수 있는 비상구를 거의 마련해 놓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일단 가입률 자체가 낮다보니 축적된 보험금 액수가 적어서 보험사의 입장에서도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지급액이 더 많아서 손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국내의 의사배상책임보험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등은 이같은 높은 손해율을 부담하기 위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에 재보험을 가입해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리안리 특종보험부 김준식 대리는
"2000년 당시만 해도 손해율이 170%에
달했었고, 그후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계속 보험료를 높이고 있다"?
보험개발원에서도 의사배상보험의 정확한 손해율은 파악하고 있지 못하지만, 전체 업계의 상품을 관리하고 있는 코리안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00%를 웃도는 손해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험료 대 지급액의 비율인 손해율이 100%면 부가되는 서비스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로 인한 적자폭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동안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계속해서 보험요율을 높여서 손해율을 낮춘 것이고 2000년 당시만 해도 손해율이 170%에 달했었다”고 코리안리 특종보험부 김준식 대리는 이야기한다.

이처럼 의사배상책임보험의 가입률이 저조한 원인으로는 의원급보다 높은 대형 종합병원의 높은 의료사고 발생건수와 손해율을 보전하기 위한 높은 보험료 책정 등이 지적되고 있다.

삼성화재보험에 따르면 현재 의사배상책임보험의 보험료는 의협의 단체협약을 통해 할인을 받는다해도, 리스크가 큰 산부인과의 경우 지급액 2억원을 한도로 할 때 최고 월 1천만원에서 1백만원 선, 가장 가입자가 많은 내과의 경우 70만원에서 130만원선이라고 한다.

적은 부담액은 아니다. 더구나 2000년과 비교해 보험료는 평균 150% 정도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해상 김윤래 대리는 “미국에서
의원을 하던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보험료가 낮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보험료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높다고만은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 특종보험팀 김윤래 대리는 “미국에서 의원을 하다가 국내로 돌아온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의사배상보험료가 낮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공되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감안하면 결코 높은 부담이 아니다”고 말한다.

“오히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의료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확산되고 가입자가 늘었을 때를 대비해 어느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서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의료기관들은 지금 적극적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렇다 해도 일단 가입자인 의료기관의 입장에서 높은 보험료가 그에 대한 적절한 리스크 관리비용이라고 느낀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오랜 관행상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환자들이 쉽게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왔고 의료기관들이 아직까지 이같은 인식때문에 의료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급증하는 의료사고 관련 소송건수와 사회인식의 변화는 이같은 인식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매년 의사배상보험의 가입자는 5~10% 증가한 데 비해, 의료사고 관련 소송건수는 2000년 738백 여건에서 2003년 1천여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의사 100명당 13건의 의료소송이 발생한다는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의사들이 1년 365일 의료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들도 더 이상 의료사고로 인한 리스크 관리비용을 아깝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결국 지금보다 가입자가 대폭 늘어나서 시장을 확대시키는 것이 보험사로서는 손해율을 낮추고 의료기관은 보험료를 적게 내고 보장성도 높이는 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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