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 시기적절한가

조현주
발행날짜: 2003-08-04 02:34:18
최근 의료기관평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의료기관평가제는 "보건복지부장관은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보건의료기본법 제52조 근거한 것으로, 평가대상에 들어가는 종합병원 및 300병상 이상 병원은 3년마다 한번씩 복지부의 칼날같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의료기관평가제 평가기준 또한 ▲환자의 권리와 편의에 대한 만족도 ▲의료인의 업무수행과정및성과 ▲의료기관의 운영실태에 관한 사항 등으로 사실상 의료기관에 대한 모든 내용을 총 망라했다.

복지부측은 이 제도를 통해 환자들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기관의 평가결과가 병원서열화를 부추겨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병원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야 병원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공식적인 결과를 통해 비교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사실상 평가대상에 들어가는 중소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 모두 심각한 적자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 제도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 이외에는 디스크는 A병원, 당뇨병은 B병원이 좋다는 등 이미 특정 질환치료에 전문적인 곳을 입소문을 통해 알고 찾아간다.

병원 또한 환자에게 이름난 우수한 의료진을 영입하는 것을 병원의 사활로 여기고 이에 충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기관평가를 받아야 하는 병원은 대부분 수련병원으로 병원신임평가를 겸해야 하는 입장에서 두 가지 평가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등 행정비용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아 보인다.

또한 복지부는 최근 대한병원협회(회장 김광태)가 병원신임평가 업무와 더불어 의료기관평가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나서자 "병원이 병원을 평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결국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것은 제3자가 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인데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 등 의료계 관련 단체를 제외하고 다른 조직을 새로이 구성하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 할 수 있는가.

의료기관평가에 앞서 복지부가 과연 병원운영의 전문성이나 특수성을 고려해 보았는지도 묻고 싶다.

물론 의료서비스의 수혜자인 모든 국민을 위한 선택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향상은 공급자인 의료기관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이들의 사정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병원경영이나 예방의학 등 학계 전문가 또한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나 실제 평가는 민간 자율에 맡겨 병원 스스로 의료질 향상과 서비스 개선에 노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병원도산율이 10%를 넘나드는 이때 복지부는 다시한번 의료기관평가 시행이 시기적절한 지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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