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원하는것에 대한 배려"

강성욱
발행날짜: 2004-03-15 06:49:45
14일 피부과개원의협의회 주최의 심포지엄에 참석해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주제 자체가 각종 치료시술에 대한 디테일 대신 '병원경영과 의료환경'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기에 펜을 움켜쥔 손에 땀이 배일 정도의 묘한 기대감이 일었다.

전반적인 의료환경 모색에서부터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에 나섰던 일선 개원의들, 그리고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세한 지도까지 참석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내용들이 가득차 있었다는 것 자체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일요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내 중심으로 나온 참석 개원의들 또한 시종일관 심포지엄에 거는 기대를 두 눈에 가득 담고 있었다.

하지만 장장 9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은 말그대로 '수박겉핥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만이 행사장을 나오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과연 어떠한 한 주제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30분이라는 시간으로 가능하겠는가? 하는 것이 시종 드는 의문이였다.

연자당 최장 30분에 제한된 강의시간. 그나마 개원의들이 소중히 준비한 의원경영 합리화 방안에 대한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는 행사지연이라는 중차대한 이유로 5분이라는 제한에 거리고 말았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다름아닌 한 유명 공인회계사의 의료환경변화 후 개원가 대응전략을 주제로 하는 시간이였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였으나 그도 20분으로 제한되었고 그가 준비했던 강의자료들은 허울좋은 '시간관계상'이라는 명목으로 휙휙 지나가버렸다.

강의 이전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던 그는 열강 도중 좌장으로부터의 한마디, "시간이 없으니 짧게 끝내주십시요"라는 말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는 곧 수박겉핥기를 종용하게 됐다.

물론 진행상 시간안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주최측의 그러한 노고를 모를리 없는 회원들의 마음속 한켠에는 흥미있고 알찬 강의를 듣고 싶어하지는 않았을까?

구색맞추기용 연수강좌나 치료시술 강의를 과감히 버리고 병원경영 심포지엄답게 경영 노하우를 배운다는 입장에서 깊게 배울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진정 참석자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물론 경영에 도움이 되는 치료시술에 대한 강의 또한 중요하겠지만 거시적인 안목에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너무나 쉽게 미뤄버렸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차라리 약 20여명의 연자들의 무더기 출연 대신 깊이있는 세 연자의 강의가 낫지는 않았을지. 작금의 의료현실에 대한 냉철한 시각과 대안의 제시 대신 보톡스와 프라센타주사의 효능·효과 소개가 그리 중요한지. 혹시 시간안배에 대한 조그마한 생각이라도 있었는지.

아니..과연 회원들이 진정 듣고 싶어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이였는지. 주최측은 생각했을까?

연자로 나선 박개성 공인회계사가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의료시장이 개방되냐. 안되냐를 따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공부못하는 사람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그에 대해 준비해야만 한다"고 말이다.

자꾸만 연자가 말한 그 '공부못하는 사람들'과 행사장의 그들이 희미하게 겹쳐보이는 아침이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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