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자중지란, 대승적 판단 필요

박경철
발행날짜: 2004-08-16 06:41:44
  •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고정칼럼 집필자 소개>
인터넷에서 필명'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외과전문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애널리스트로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제나라가 세력을 잃은 후 전국시대의 양강은 진나라와 초나라 였다.

대륙의 서쪽을 평정하고 강력한 힘을 비축하였던 진 나라는 중원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함곡관을 넘지 못하고, 대륙의 동쪽에 자리 한 6국은 함곡관을 사수함으로서 진나라의 대륙 통일을 저지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때문에 당시의 정치외교는 합종과 연횡의 계략만이 난무하였다.

진나라를 중심으로 한 유세가들은 진을 중심으로 6국을 따로 연결하여 6국의 단결을 깨트려야 했고, 6국의 유세객들은 어떻게던지 6국의 연합으로 진나라의 강성한 힘을 제어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춘신군 황헐은 초나라 사람이다, 그는 진나라가 한과 위를 차례로 공격하여 차례로 굴복 시킨다음, 초나라를 공격하려 하자, 초나라 경양왕의 부탁을 받고 진나라 소왕을 찾아가서 이렇게 말한다.

"천하에는 진과 초보다 강한 나라는 없습니다, 지금 들리는 말로는 대왕께서 초를 치려고 한다는데, 이것은 호랑이 두마리가 서로 싸우는 것과 같습니다, 호랑이 두마리가 싸우면 힘이 약한개가 그 기회를 틈타 이익을 차지 할 것 입니다"

"신이 이유를 설명드리면, 사물은 한쪽 끝까지가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겨울과 여름은 서로 바뀌기 마련입니다. 쌓인 것이 극에 달하면 위태롭고 장기말을 쌓아 올리면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지금 왕께서 그동안 쌓아올린 공과 위엄을 지키시면서 공격하여 빼앗으려는 야심을 버리고 인의의 마음을 살찌워 뒷날의 근심이 없도록 한다면 삼왕의 업적도 따를 수 없을 것이지만, 왕께서 상대의 약점을 믿고 위세나 무력으로 천하를 가지려 한다면 반드시 뒤탈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시경에 시작이 없는 것은 없으나 끝이 좋기란 드문일이라 했고 역경에는 여우가 물을 건너 가려면 꼬리를 물에 적시게 마련이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시작은 쉽지만 끝맺음은 어렵다는 것을 말합니다,만약 왕께서 초를 치신다면 반드시 한과 위가 두나라의 싸움을 기다려 두나라에 대항하려 할 것 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진의 소왕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초와 치르려던 전쟁을 중단하고, 초와 화평한 후 힘을 기름으로서 훗날 진이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게 된다. 이점에서 춘신군은 어쩌면 초나라의 당장의 전화를 막은 영웅일 수 있으나, 후에 본의 아니게 진이 중국통일을 하게 만든 장본인도 되었으니 길게보면 역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인물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여기서 자중지란에 대한 교훈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일들은 첩첩산중이며, 주변 환경은 대단히 비우호적이다. 정치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우리에게 닥친 여건은 향후 전도가 대단히 불투명하며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범 의료계를 압박하는 정치 사회적 압력 등은 결국 머지않아 범 의료 종사자들의 생존문제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것임에도, 의료종사자들끼리도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이전투구를 서슴치 않고 있다.

(간호법 개정으로 간호조무사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간호사가 우선 한평의 입지를 더 확보 한 것 같지만, 그 결과 병의원들이 병실을 구조조정함으로서 조만간 그보다 몇배의 가혹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음을 모르는 것과 같다)

이렇게 주변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우리는 어디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인가?

지금 의협의 내부적 문제점들에 대해 외부에서 몇차례 문제를 제기하고, 결국에는 사답법인체인 의사협회의 회계문제를 모 인사가 검찰에 고발하려는 기상천외한 사단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는 있다, 한쪽은 관행상의 실수 일 뿐 법적인 잘못은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한쪽은 상당한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필자는 어느쪽의 주장이 옳고 그러고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우리 내부에서 이 문제가 진실로 문제라고 여겨지고 그것이 공론화가 된다면 후임 집행부가 그것을 공약으로 내걸고 철저히 조사하면 될 문제이고, 만약 실제로 문제가 있다면 그 이전에 현 집행부가 물러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둘중 하나의 진실게임이 계속되고 이전투구와 적전분열이 계속 된다면 그것은 양측이 모두 자리욕심으로 기름이 번지르르한 추한 전쟁의 당사자가 될 뿐이다.

더우기 지금이 어떤 때인가, 약사와 의사의 영역분쟁으로 의약분업의 대의가 흔들리고, 정부의 정책은 하루가 다르게 사회주의화하고 있으며 관료들은 의사들을 길들이기 위해, 심평원,복지부,공단, 보건소를 총동원하여 의사의 자존심을 짓밟고 굴욕적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양측의 지저분한 싸움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적전분열이요, 자중지란이다, 이것은 적이 아버지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데. 형제간에 유산싸움을 벌이는 추악한 헤게모니의 쟁투이며 이 싸움의 결과는 결국 범이 싸워서 사냥개에게 뒷다리를 물리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현재 우리들이 당면한 현안은 어느누가 어떤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개혁이 필요하다면 우리 스스로 이루어 내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어떤식으로든 우리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자고로 외부의 힘을 끌어들여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려던 자 중에 나라 말아먹지 않은자가 없고, 있어서 안될 자리에서 물러날 줄 모르는자 역시 나라를 거덜내지 않은자가 없음은 역사의 교훈이 아니던가..?

이제 이쯤에서 양측모두 사리사욕을 버리고 전체를 위한 대승적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이 일로 인해 모두가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지 모를 일이다.

당사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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