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싸움닭'이 필요하다

조형철
발행날짜: 2004-09-14 10:02:41
최근 손해보험사들의 고발사태로 자보환자를 진료하는 일선 병의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병협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S손보사는 경찰출신들로 SI(특수수사대)요원을 조직해 의료기관에 규정 미준수 등 혐의(?)를 잡아 고발하겠다며 위협하는 수법을 통해 삭감에 대한 이의제기를 무마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14개 병의원이 이 회사 SI요원들의 협박과 호통에 못이겨 고발을 취하하는 댓가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손보사들의 횡포를 지적했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 병원 원장은 "경찰 출신이라서 그런지 거칠고 집요하다"며 "한번은 삭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이쯤되면 막가자는 것'이라면서 여지껏 적발된 모든 사항을 고발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발되면 일단 귀찮고 의료현실에 이해가 부족한 검찰에서도 이들의 말만 들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의제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의협 산하 자동차보험협의회(회장 경만호)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이 미등록특수의료장비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청구액을 삭감하고 CTㆍMRI 촬영 전 소견서가 없다는 이유로 급여지급을 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법원판결시 사소한 규정 미준수로 위법행위가 성립돼기 어려우며 미등록 특수의료기기에 대한 급여청구도 복지부와 심평원의 업무에 하자가 있었으므로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나 처벌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잘못된 규정이라면 법원에서 무고를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 경만호 회장의 주장대로 사소한 규정위반이라면 기껏해야 과태료 처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이 SI직원들의 고발 협박에 맞서지 못하고 알아서 기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손보사는 '이렇게 하면 즉효더라'라는 인식이 팽배하게 돼 횡포는 더욱 더 늘어만 갈 것이다.

요새 SI직원들을 상대하는 병원협회 정 모 대리의 별명은 '자칭 싸움닭'이란다. "싸움닭에게는 같은 싸움닭으로 대처해야 한다"라는 그의 지론이 떠오른다.

불합리한 처사에 반발해서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라면 한번쯤 정의로운 싸움닭이 돼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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