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과잉처방 사례의 이면

박경철
발행날짜: 2005-02-21 07:03:52
  •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국민건강 보험법 개정안을 앞두고 열린 우리당 유시민 의원실에서 발표한 의사의 처방오류에 대한 자료에는 의약품 처방 중 허가된 효능·효과 범위 초과하거나, 용법·용량·투약일수 초과, 같은 효능약을 여러종 처방, 전액 본인부담 대상을 보험급여 대상으로 처방하거나 비급여 대상을 급여로 처방하는 경우 등으로 적시하고 있다. 물론 이 자료는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바탕하고 있다.

또 이 자료가 적시한 사례를 보면 전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다른 사례들은 모두 차치하고 우선 눈에 띄는 것만 살펴보더라도 ..

"A의원은 66세 남자 환자 A모에게 ‘설사를 동반한 자극성 장증후군’ 진단으로 2일간 진료를 하면서 여성환자의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제인 젤막정을 1일 2정 7일간 처방하다 심사조정을 받았다" 는 것과,

"골다공증 치료제를 저배통에 장기처방- 여자 66세 환자에 대하여 저배통 진단 하에 4일간 재진 진찰을 하면서 칼슘치료제인 헬스칼정 1일 3정, 소화제인 다제스캅셀 1일 3정을 각각 37일간 처방과 골다공치료제인 엘시토신주 20IU 1일 1앰플을 32일간 처방하였습니다.- 이는 골다공증 치료제로 허가받은 엘시토신주를 저배통에 장기처방한 것입니다" 등이 있다.

우선 이 둘의 사례를 먼저 살펴보면, 누가보더라도 처방을 시행한 의사가 청구 작업 혹은 진료중에 전자의 경우 청구코드 k580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분류하여야함에도 청구과정에서 마지막 단위의 오자가 발생하였고, 후자의 경우에는 골다공증에 대한 청구코드가 누락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자료를 제출한 심평원과 심평원에서 자료를 취한 국회의원은 특정 입법안을 관철하려는 목적을 위해 의사의 과잉, 허위, 부당청구로 분위기를 몰아가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더우기 이러한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아니다.

지난 의약분쟁의 과정에서 모 중앙방송국의 메인 뉴스시간에 등을 돌리고 인터뷰를 했던 심평원 직원이 의사의 허위부당진료의 사례로 들었던 "기관지염을 진단명으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한 의사의 과잉처방 사례"에서 보는 악의성처럼, 진료상의 하자가 아닌 청구작업상의 단순오류가 분명한 사례마져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실로 개탄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심평원은 어디까지나 계약자와 피계약자 사이의 계약행위에서 적절한 조정자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기구이다.

이것은 심평원이 공단의 보험재정을 절감하기위한 전위기구도 아니며. 의사에게 군림하고 의사와 국민을 이간질 시키는 기구는 더더욱 아니며, 그들은 어디까지나 의사와 의료소비자라는 두 단체가 존재함으로서 존재의 당위성을 가질 수 있는 기구인 것이다.

따라서 심평원 입장에서는 의사와 피보험자 모두 똑같은 마음으로 소중하게 대해야 할 민원인인 것이다.

그럼에도 심평원이라는 기관이 마치 의료기관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거나, 혹은 국회의원실이나 언론에 보내지는 자료들을 이용해서 의사들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거나, 혹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의사들에게 불리한 입법이 이루어지는데 영향을 미치려 하는것으로 오해를 받을만한 일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실 그 점에서는 국회의원실도 마찬가지다,

의료는 고도로 전문화된 특수영역이다, 의료는 약사출신의 국회의원 한명이 자신이 마치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듯이 마구잡의로 질의하거나 발의 할 수도, 의료인이 아닌 국회의원이 임의로 제출된 자료만보고 흑과 백을 나누듯 양단 할 수도 없는 특수분야이다.

물론 필자도 실제로 청구나 기타 자동차보험등과 관련해 일부 의사의 고의적인 잘못도 존재하고. 진료상에서도 명백한 오진이 발생하거나, 혹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일을 쉽게 행하는 의사들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모집단을 기준으로 표준편차의 범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부의사의 배덕한 행위나,오진,실수등을 마치 모집단 전체의 일인양 확대해석 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뿐 아니라 ,약사.교사,법관,경찰,군인,기자들도 모두 부도덕한 악덕집단으로 지탄을 받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 법안도 실제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일부 의사들의 행태를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기위한 방향으로 진행된 사안이라면 오히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의사들이 기꺼이 수용해야 할 사안이지만, 그것을 빌미로 의사 전체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혹은 길들이고 매도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제 의사와 -환자간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라도 지난 몇 년간 의사들에게 무조건 돌팔매를 던지는 사회적 분위기는 서서히 전환되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심평원이나, 기타 관련 기관들도 이제는 정당한 일에는 의사들의 입장을 변호하고, 사회적 오해도 풀어주려는 입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친구'라는 영화의 유명한 대사중에 이런 대사가 있다.

"인제 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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