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병원의 비극적인 현실

현두륜 변호사
발행날짜: 2006-12-26 10:36:50
  •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얼마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산모가 장애아의 출산가능성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결국 ‘척추근위축증’이라는 유전적 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은 사례에서, 산전 검사 소홀과 다른 검사방법을 설명하지 않은 과실 2가지를 인정하여 의사의 책임을 70%나 인정하였다. 그 금액은 자그마치 1억 6,000여만원에 달했다.

지난 2005년, 산부인과 병원들이 6인실 이상의 일반병실을 50%이상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산모들에게 상급병실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업무정지처분과 과징금처분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관련 규정이 산부인과 병원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서 이를 근거로 하여 산부인과 의료기관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이 때 승소판결을 받은 산부인과 병원들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최근에 예전 처분의 절반씩을 감경하여 다시 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외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산부인과 병원에 대해서는 다시 원래의 기준대로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 외에도, 작년에 있었던 무통분만 사태에서, 산모들에게 무통분만 시술료를 임의비급여로 하여 받은 산부인과 병원에 대해서도 역시 부당청구로 환수 및 업무정지(또는 과징금)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필자가 아는 어느 산부인과 의사는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환자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고 있다.

의사의 의료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니까, 그 의사가 태아성감별을 하였다는 것을 경찰이나 보건복지부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태아성감별로 유죄판결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 또 다른 산부인과 의사는 모자보건법상의 임신중절수술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절수술을 해 주었다가, 산모의 아버지로부터 낙태죄로 고발을 당하여 거액을 배상하고 합의를 한 적이 있다. 위 산모는 고등학생이었고, 상대방 남자는 대학생이었다.

산부인과 의사회가 최근 분만수가의 현실화와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들의 책임 제한에 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이제 실망과 분노를 넘어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호소하는 의사들을 자주 본다.

그 때문인지,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2006년 59.9%에 이어 2007년도 모집에서는 49.5%로 추락하였다. 얼마 전 인터넷 사이트에서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의사가 결국 그 부모들의 반대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을 보았다.

기존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분만을 포기하고, 성형이나 지방흡입 등 소위 비급여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의 지속된다면, 살아남을 산부인과 의사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산부인과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산부인과의 위기는 곧 우리 사회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단결과 정부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최재혁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상담 전화: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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