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분열을 넘어 핵융합으로 -2.11 궐기대회 참가 소고-

양염승
발행날짜: 2007-02-12 09:51:40
  • 양염승 굿모닝서울가정의학과 의원장

2월 1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최하는 ‘의료법 개악 저지 전국회원 궐기대회’가 열렸다.

대회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한국의사회(대표 박정하) 소속 회원 10여명이 중앙무대 옆으로 나와 발언권을 요구했으나 묵살되자 확성기로 장동익 회장에게 의료법 개정 협상에서 우왕좌왕 ‘갈지자’ 행보로 하나로 결집돼야 할 투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하며, 장 회장의 2선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의 재구성을 강력히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의 술수에 말려들어 밀실협상을 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원들의 정당한 의사표현마저 방해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어느 인터넷 매체의 표현대로 ‘궐기대회 도중 또 다른 궐기대회’ 가 열린 셈이다.

바야흐로 의료계의 핵분열이 시작되었다. 장동익 의협 회장과 의료법개정특별위원회 경만호 전 위원장의 무능과 무대책으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현 시점에서, 회원들이 자신들의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의협 집행부와 대립되는 양상으로 자구책을 찾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2.8독립선언이 먼저 낭독되고, 이어진 거국적인 3.1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듯이, 11일의 전국대회에 앞서 개최된 2월 6일의 서울·인천 지역 의사들의 집회에서 좌훈정 회원이 자신의 배를 메스로 할복하여 전국 회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촉매작용을 했다.

즉, 이번 전국궐기대회의 성공은 의협 집행부의 전략과 노력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의료계의 핵분열로 야기된 각개전투의 승리라고 본다.

보건복지부와 보건복지부를 추동하여 사회주의의료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세력들은 의사의 조제권을 위임하는 형식이 아닌 의와 약이 분리된다는 개념의 ‘의약분업’이라는 미명아래 이를 강제로 침탈하였고(그런 연유로 이들은 의료법 개정시안에서 의료행위의 정의 조항에 ‘투약’이라는 단어를 기필코 넣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는 ‘간호진단’, ‘사이비의료행위’(‘유사의료’라는 용어는 ‘사이비의료’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의 양성화 내지는 합법화를 통하여 의사의 진단과 치료의 일부 권한을 간호사와 사이비의료업자에게 배급해 주려고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이러한 의료법 개정시안은 종국에는 현행 의료체계를 파괴하고, 의사들의 위상을 초토화시키는 엄청난 후폭풍을 동반하는 핵폭탄이라 할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이번 궐기대회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 안성모 회장은 2만 3900여명의 치과의사들도 의료법 개정에 반대, 의협 투쟁에 동참키로 했다고 연대사를 하였고, 투쟁성금까지 전달하였다. 대한한의사협회 또한 한의사협회 전국 시도지부회장단 긴급 회의를 개최하고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며, 의협의 투쟁을 전폭 지지해 나가기로 결의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를 비롯하여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회 등 모든 직역이 참가했다.

이렇듯 의료법 전면개정이라는 정부의 핵인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의료계도 핵무장이 필요하다.

핵을 갖는데는 먼저 핵분열이 필요하다. 의사협회 또한 이러한 핵분열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핵분열은 중성자 같은 입자가 우라늄 원자의 핵을 때려서 2개의 핵분열 토막으로 갈라지도록 하면서 일어난다. 이러한 일련의 핵분열은 연쇄반응을 만들어내며, 그 결과 핵 에너지가 연속적으로 공급된다. 즉, 의협이라는 조직이 활력을 되찾고 에너지가 충만하려면 핵분열이 필요하고 우라늄 원자에 달려드는 중성자 같은 입자가 필요하다.

의료와 사회 포럼, 민주의사회, 한국의사회, 자유의사회, 뉴라이트의사연합, 의료개혁국민연대 등 각종 자생단체의 중성자와 같은 역할과 역동성을 기대해 보는 것이다. 의사면허번호가 8만번째를 넘어섰고, 의협은 노쇠했고, 의협 집행부의 행색은 너무나도 초라하며 무기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 미국의 연구원들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D)와 삼중수소(T)의 혼합물 속에서 핵융합 반응을 유발함으로써 수소폭탄을 만들었는데, 이 반응은 원자폭탄의 핵분열 반응에서 생성된 대단히 높은 온도를 이용하여 점화된다. 즉, 핵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점화되어 핵융합을 유발하고 수소폭탄이라는 가공할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대한의사협회도 핵분열은 하되, 핵분열이 방사능 누출로 이어져 생태계를 파괴하듯 의료계를 파괴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고, 수소폭탄 속의 원자탄처럼, 수소원자를 충돌시키기 위해 미리 예열하는 작용으로 뜨겁게 불타올라 핵융합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핵분열을 거친 후의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핵융합의 창출을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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