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보석' 산부인과 전공의

황종윤
발행날짜: 2008-04-21 07:30:59
  • 황종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오랜만에 만난 어릴 때 친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나에게 크게 2 번을 놀란다.

첫 번째는 전라도 산골 아이가 의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좋아하면서 한번 놀라고 두 번째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말에 걱정 어린 시선으로 저출산 시대에 먹고 살기 힘들겠다고 다시 한번 놀란다.

의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 녀석에게 되레 의사가 되었다는 부러움보다는 산부인과를 선택해서 너무 힘들겠다는 위안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지만 오히려 나는 활기찬 목소리로 괜찮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산부인과를 선택하게 된 그 순간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이론으로만 의학을 접하다가 본과 3학년 때 임상실습을 참여하게 된 첫 번째 과가 산부인과였다.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의대생 시절에 특히 난생 처음 분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끼는 산부인과는 어려운 산통을 겪으면서도 곧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고 힘든 진통을 참아내는 모성의 위대함을 느끼는 곳, 좁은 산도를 통과하면서도 힘들어 하지 않고 태어나자 마자 크게 울어 젖히는 아이의 생명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역동감이 살아 숨 쉬는 과였다.

이 후 다른 과의 임상 실습을 마치고 4학년이 되어 막연하게 나의 진로를 그려보았을 때 산부인과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다른 임상 과와는 다르게 환자가 병원에 기쁜 마음으로 방문하여 귀중한 생명을 얻어 가족을 늘려서 퇴원하는 과는 유일하게 산부인과 밖에 없었고 이런 매력이 나를 산부인과로 이끌었다.

내가 전공을 선택했을 당시에는 산부인과는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매우 인기 있는 과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힘든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었을 때는 산부인과는 저 출산 시대에 직격탄을 맞아 다른 과보다 당직이 많고, 응급상황도 많아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다른 의사보다 항상 가난한 (Duty, Dangerous, Deficiency ), 그래서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3D과’가 되었다.

이것은 전공의 지원 현황에서도 알 수 있다.

2004년도 180명에 육박하던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가 2007년에는 96명, 2008년에는 92명으로 반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산부인과 의사수의 지속적인 감소는 지방 시·군의 분만병원의 감소와 직결되기에 의료계 및 정부에서는 산부인과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고 되레 ‘3D’ 현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에 힘든 환경에서도 산부인과를 지원 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한 전공의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가족 및 친구를 먼저 설득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하지만 나는 “진정한 보석은 어둠 속에서 빛난다”는 옛 격언을 떠올리면서 소신 지원한 우리 92명의 산부인과 후배 전공의들을 이 사회를 빛내는 진정한 보석이라고 부르고 싶다.

누구나 힘든 길인 줄 알고 누구나 가기를 꺼려해 쉽사리 들어서려고 하지 않는 길을 생명에 대한 경외감에 매료되어 사명감 및 환자에 대한 사랑으로 동참하였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모두는 큰 박수를 보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석을 더욱더 빛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은 우리 선배의사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여 나는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

아울러 사랑하는 후배의사들에게도 바라는 게 있다면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이 의사가 환자의 곁을 떠나서는 존재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비록 지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여러분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는 한 항상 환자 옆을 지키는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갈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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