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분업평가위 만들자"<4>

특별취재팀
발행날짜: 2003-07-03 07:30:55
  • 의료계, 전면재검토 한 목소리...민-약-정, 반대입장

|기획특집| 의약분업 3년 이대론 안된다

의약분업이 시행 3년을 맞았다. 도입 여부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제도는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항생제 오•남용이 줄어드는 등 일정부분 성과를 얻었으며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실패한 분업으로 단정짓고 전면 철폐 및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 3주년을 평가하고, 제도의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5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 글 싣는 순서 >>----------------------
제1탄: 끊이지 않는 논란
제2탄: 기대효과는 달성됐나
제3탄: 분업후 나타난 부작용들
제4탄: 각계의 분업 평가
제5탄: 새로운 길을 찾아서
--------------------------------------------------------

복지부 - 국민의 알 권리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당초 분업의 취지였던 의약품 오남용 감소나 항생제 감소 등은 비록 의미있는 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은 어떠한 경우라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분업 이후 3년 의약계 전반이 각각의 불만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분업이 정착되어가고 있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곧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 10월에 분업의 효과를 평가할 만한 의미있는 자료가 나오는 시점에는 사안별 평가와 개선방향 제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복지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신장하는 차원에서 처방전이 공개됐고, 이에 의사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 스스로가 복용하는 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비교검색이 가능해 진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또한 70% 수준의 처방전 집중률만을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의료기관과 제약사간 답합의 소지는 여전한 것으로 진단해, 이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로 삼았다.

의협 - 대통령 직속 '의약분업평가위원회' 만들자

“(의약분업) 당시에 이미 의료계는 정부 측에 ‘선보완, 후시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분업 시행 이전에 4조원 이상의 추가재정을 확보해야 건보재정의 파탄을 막을 수 있다고 분명히 경고했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의료계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으며 의약분업을 시행한 지 3년을 맞은 시점에서 파탄난 건보재정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현재 은행에서만 2조 6천억원 규모를 빌어다 쓰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대한의사협회 김세곤 부회장은 의약분업의 실패가 이미 3년 전에 예고된 것이었으며 현재의 의약분업은 의사들만이 의약분업에 참여하고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는 김대중 정권의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한다.

약사들은 임의ㆍ대체조제를 계속하고 있고 약물 오남용 감소 등에 대한 정책목표들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엄청난 재원을 들여가며 복약지도료나 약국관리료를 신설해 약사들에게 지불되고 있지만 조제내역서 내지는 판매내역서가 발행되지 않아 알 권리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지적하며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의협은 현재의 왜곡된 의약분업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대통령 직속으로 ‘의약분업 평가위원회’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의약계 관련 전문가와 국민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 의약분업 시행 3년여 동안 나타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 평가한 후 개선ㆍ보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협은 건보재정 파탄에 대한 책임을 의사들에게만 떠넘기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다.

대안으로서는 건보재정의 전체 파이를 늘리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일본식 의약분업(선택분업) 제도를 실시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병협 - '선택적 의약분업 제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현재 많은 병원들이 경영악화로 익사상태에 처해있지만, 복지부는 행정편의주의에 빠져 이를 돌보지 않고 있다. 의약분업을 통해 국민의 편의를 신장시키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병원은 바닥까지 떨어진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부의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정책에 활로를 찾을 수가 없다.”

대한병원협회 백성길 정책이사는 준비 없이 시작한 의약분업의 여파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낮은 수가가 책정되는 등 병원이 제 기능과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낮은 수가 때문에 1,2차 병원간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중소병원의 도산도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의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의 약가 실거래가상한제를 ‘고시가’로 전환하고, 원내 약사의 조제가 가능한 ‘선택적 의약분업’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 병협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병협은 환자의 알 권리 신장과 국민건강수준의 향상을 위해서 현재의 ‘기관분업’을 ‘직능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결국 보험재정 확충과 대국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병원이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병협은 궁극적으로 건보재정의 안정과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 보건의료정책의 중심에 병원의 목소리가 더욱 반영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의약분업의 허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회 - 분업효과 섣부른 기대 금물...장기적 관점에서 접근

“의약분업은 결국 수십년간 우리 의료계 전반에 제기돼 왔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발점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래서 3년이라는 시간은 의사나 약사 혹은 국민에게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의 성과를 가져다주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 온고지신의 지혜가 더욱 필요할 때다.”

대한약사회 신현창 사무총장은 의사와 약사라는 전문직 단체가 가장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를 잃고 서로 등을 돌리게 된 것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분업이 가져다 준 ‘得’과 ‘失’은 과정상의 문제일 뿐인데,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립양상으로 번져간 것은 스스로도 시정을 해나가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분업의 정착 시기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각 단체의 집행부는 그 나름대로 역할을 해나가고 회원 역시 이에 적극적인 보조를 맞추어야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약사회의 주장이다.

또한 분업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의약계 인력양성에 대한 적절한 대처나 의료기관과 약국의 분포를 조정하는 등의 역할은 앞으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약사회는 무엇보다 의약계 현안의 당사자인 의사와 약사 혹은 이를 대표하는 단체가 스스로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보다 빨리 분업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 국민 건강권을 위한 의료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의약분업은 정작 국민에게 편의보다는 불편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보건의료제도를 변화시키는 대규모 개혁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만큼은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현재진행형’의 과제라는 관점에서 계속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분업에 대한 ‘평가’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인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항생제, 스테로이드 제제, 주사제 등의 오남용을 막고 이로 인한 의료비 낭비와 국민의 알 권리를 신장하고자 했던 의약분업의 효과가 모두 드러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의약분업 이전 약국에서 행해지던 ‘임의조제’가 대부분 사라진 것이나, 항생제 등의 전문의약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잘못된 행태로 인한 약품 남용이 상당한 수준으로 근절됐다고 지적한다.

또 그동안 ‘비밀’로만 유지됐던 의사의 처방전이 공개돼 환자의 알 권리가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계기가 마련됐고, 제약회사와 병원간의 답합을 근절하기 위한 약품 원가 및 실거래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데 의의를 두었다.

무엇보다 시민단체는 성분명 처방과 이를 위한 약효동등성에 기초한 대체조제를 실현하지 못한 것이나 주사제가 의약분업에서 제외돼 반쪽짜리 의약분업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보였다.

결국 성분명 처방 실시, 주사제 포함, 항생제 오남용 대책 수립, 약가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약가 조사 실시 등 핵심적인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만 의약분업의 효과를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5탄에서 계속>

관련기사

정책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