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조정은 첫 삽일뿐, 넘어야할 산 많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9-03-04 07:10:30
  • 위험도 문제 등 현안문제 지적 "외과계 비전 제시해야"

[긴급진단] 흉부외과·외과 수가인상과 과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외과와 흉부외과 행위료 수가를 각각 30%, 10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이들 전문과목은 필수의료 분야이면서도 저수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전공의 기피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이번 수가 인상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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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기피과 전락한 외과계, 기사회생하나
(하) 수가는 시발점, 대수술해야 미래 있다
학회부터 국회의원까지 각계의 요구가 이어지자 정부가 나서 외과와 흉부외과의 수가를 오는 7월부터 각각 30%, 100%씩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들 과목들의 리더들은 아직 축포는 이르다고 말한다. 단순히 수가인상만으로는 전공의 기피문제는 물론, 외과계열의 몰락을 막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의료사고 위험도 해결 등 과제 산더미"

그렇다면 이들이 바라보는 전공의 기피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학회 관계자들은 물론, 일선 개원의들은 수가인상과 더불어 해결해야할 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한외과학회 문재환 보험이사(한일병원)은 3일 "물론 수가인상이 전공의 기피과 문제에 다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공의들에게 비전을 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외과의사로서 수술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비록 수입이 적더라도 외과의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수술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 이사는 "외과의사는 과거 그레이트 서전이라고 불리는 메이저 과목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수가 등의 왜곡으로 그 위상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과에 들어오는 전공의들은 사실 수술을 하고 싶어 지원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개원의들 중에 수술하는 외과의사는 많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사고에 무한대로 노출되어 있는 불합리한 의료환경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해답을 내기 힘든 문제지만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대한흉부외과학회 정경영 보험위원회 위원장(연세의대)은 "사실 의사가 잘못해서 환자가 죽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하지만 흉부외과 등 외과계열 전문의들은 늘 의료소송에 휘말려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문제도 시급 "대형병원 쏠림현상 큰 문제"

대형병원에 환자가 쏠리고 있는 의료환경도 외과와 흉부외과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로 인해 외과의사들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과학회 박호철 수련이사(경희의대)는 "환자들이 소위 빅5에 몰리면서 나머지 병원들은 외과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면서 "KTX 등의 발전으로 교통이 좋아지면서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외과 전공의 모두를 수련시킬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하지만 빅5에만 환자들이 몰리면서 대다수 병원들은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수술건수조차 채우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진찰료 차등수가제를 수술에 도입하거나 개방병원제를 실시해 외과의사들의 입지를 넓혀주자는 의견도 있다.

박호철 수련이사는 "의사 1인당 수술건수를 정해놓고 이를 초과하면 수가를 차감하는 차등수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의사 1인당 수술건수를 정해놓고 이를 초과할 시 수가를 차감하면 수술을 위해 전문의를 채용해야 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문재환 보험이사는 "미국과 같이 개방병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용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외래를 접고 수술을 하게 되면 손실이 큰 만큼 개원의들이 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본다"고 밝혔다.

전공의 기피문제 국가적 재앙 "함께 비전 만들어야"

하지만 이들도 이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었다. 이미 망가질때로 망가진 지금의 상황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경영 보험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외과계열 전문과목들이 닥친 문제들은 하루아침에 해답이 도출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며 "의료사고 문제만 보더라도 국가 보상책임제나 보험도입 등이 해결책으로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현실화 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와 학회, 국민 모두가 긴밀한 대화를 통해 지금의 문제를 인식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재환 보험이사는 "전공의들이 외과계열에 지원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며 "외과의사로서의 자긍심이 점점 더 떨어지고 경제성마저 없는 상황이니 전공의들이 외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학회가 긴밀한 대화를 통해 비전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다행히 최근 정부가 개혁적 사고와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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