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개원의 A씨는 최근 한 제약사로부터 자사 제품을 처방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영업사원은 식약청이 발표한 석면탈크 함유 우려 의약품 목록까지 제시하면서 안전한 일본산 원료를 사용하는 자사 제품으로 바꿔 처방해줄 것을 제의했다.

A씨는 "대체처방을 해주느라 분주한 마당에 남의 불행을 남의 행복인양 영업에 이용하는 제약사의 행태가 얄미웠지만 조건이 괜찮아 생각해보고 며칠 뒤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10일 제약협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석면탈크 약 1122품목에 대한 처방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을 틈타 일부 제약사들이 얌체 영업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는 식약청이 공개한 품목 리스트를 이용해 해당 품목을 자사 제품으로 대체처방하도록 권유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호도하는 등 비윤리적 판촉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제약사는 개원가와 중소병원, 대학병원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이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병원 관계자는 "석면함유 우려품목에 대한 처방코드를 삭제한 이후 여러 제약사에서 찾아와 자사 제품이 안전하고 효과도 더 좋으니 이번 기회에 코드를 신설해달라고 한다"며 "얌체같지만 그쪽으로서는 이번이 좋은 기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는 10일 각 회원사에 비윤리적 영업행위 자제 공문을 내어 "이런 사례가 발각되는 경우 협회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제약기업의 윤리적이고 투명한 영업관행을 위한 공정경쟁풍토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런 행위가 포착될 경우 협회 유통약가팀으로 신고해 줄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