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공단·심평원 만들려하나…인증거부" 반발

고신정
발행날짜: 2009-05-22 06:26:59
  • 의료계, 복지부 의료기관 평가기구 구상에 거세게 항의

의료기관평가 인증제 전환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초반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평가를 담당할 독립기구의 설치를 두고 양측이 극명한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사업 진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은 21일 가톨릭대학교 의과학연구원 대강당에서 '의료기관평가 인증제 도입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 인증제 전환을 위한 정책 청사진을 제시했다. 인증제 운영방식과 대상병원, 평가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들고 나온 것.

복지부에 따르면 일단 인증제의 운영은 3년 단위 의료기관의 서비스 수준 평가를 통해 일정기준을 충족할 경우 기관별로 인증(평가결과 80점 이상), 조건부 인증(60점 이상, 1년 후 재평가), 불인증(60점 미만) 판정을 내주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아울러 평가는 기본적으로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평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신청 평가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다만 공공병원(40개소), 응급의료기관(455개소) 등은 정부지원과 공공성을 감안해 의무평가기관으로 두고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의 경우에도 환자자기결정능력 부재, 질적 수준향상 필요성을 고려해 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인증제 대상병원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로 2010년 하반기 자율신청을 받아 평가 후 인증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며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그 특성을 반영해 별도의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평가결과에 대해서는 평가기구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되 평가결과 전면공개시 의료기관의 부담과 서열화, 과열경쟁 등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의료기관선택시 유용한 정보를 별도로 추출해 비교대상군의 평가점수 분포화 함께 공개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평가전담기구에 대해서는 평가의 대외공신력 확보를 위해 의료공급자와 소비자 등 관련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독립적 공공법인의 형태(민법상 비영리재단법인)를 택하기로 했다.

다만 전담기구 설립을 위한 의료법 개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현재 의료기관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진흥원에서 인증제 도입을 위한 작업을 수행하기로 했다.

의료계 "말 뿐인 독립평가기구…공단·심평원과 다를 게 뭐냐"

이에 대해 의료계는 "사실상 국가허가제로 가자는 것 아니냐"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병협 이왕준 정책이사는 "(복지부의 계획대로라면) 선진국형 인증제로 가는게 아니라, 기존의 의료기관 평가보다 휠씬 후퇴한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인증제, 국가허가제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참여를 보장한다지만 공공병원과 응급의료기관,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에 대해서는 강제평가를 하겠다는 얘기"라면서 "이대로라면 정부의 강제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 종전 350개소에서 1000여곳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꼬집었다.

또 독립적 평가기구 설립과 관련해서도 "비영리공공법인의 형태라지만 정부의 재원을 받게 되므로 결국 준정부기관과 마찬가지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형태로는 평가기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평가기구 설립이전 사전 준비를 진흥원에 맡기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전담요원양성 등 기초작업을 모두 진흥원에서 하게 된다는 이야기 인데, 진흥원이 하면 공무원이지 객관적인 전담인력이 꾸려지겠느냐"고 비판했다.

한국의료QA학회 신의철 학술이사(가톨릭의대 예방의학 교수) 또한 정부주도의 또 다른 평가제도로 사업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그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민간주도로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참여를 보장하며, 서비스 이용료를 주 재원으로 한다는 것이 평가의 기본원칙"이라면서 "이들은 경험상 정부정책의 일관적이지 못할 때 제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면서 평가제도가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신 학술이사는 평가기구의 객관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민법상 비영리재단법인의 행태지만 재원의 100% 정부가 출원하는 사실상 정부기관"이라면서 "이는 또 다른 공단, 또 다른 심평원 만들겠다는 의도로, 원점부터 재논의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정부가 시급히 정책방향을 정해 요양기관들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의대 김윤(의료관리학) 교수는 "정부가 명확한 비젼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보니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결과가 어떻게 할용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명확하고 예측가능한 형태로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혼란만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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