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한편 안쓰는 의대교수 태반이 넘는다"

발행날짜: 2009-07-07 06:50:21
  • 일부 의대 자격론 불붙어 "전임교원 기준 강화 필요"

[창간 6주년 특집] 의대 교원 1만명 시대…수술대 오르다

전국 41개 의대 전임교원이 1만명에 육박하면서 교수당 학생수가 1명인 시대가 임박해지고 있다. 이처럼 양적 증가가 두드러지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전임교원 수술에 들어갔고, 일부 의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다 일부 병원들이 전임교수를 우수인력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의학계 내부에서조차 진입장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창간 6주년을 맞아 의대 전임교수제도의 문제점과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전임교원 남발…의대 없는 병원만 서럽다
(중)논문 1편 안쓰고, 교육 등한시해도 교수님
(하)진입장벽 없는 학생교육병원 수술 시급하다
전국적으로 전임교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연구, 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채 진료만 하는 교수들이 많아지면서 과연 이들에게 교수라는 명예와 함께 국민의 세금으로 사학연금 등을 지원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단순히 임상경력으로 교수라는 타이틀을 주기보다는 연구와 교육 비중을 감안해 전임교수직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1년에 논문 한편 안쓰는 교수들 태반 "연구활성화 대책 시급"

메디칼타임즈가 일부 학회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현황을 조사한 결과 논문이 일부 의대에 심각하게 집중되고 있었다.

특히 일부 의대는 단 한 편의 논문도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대학별 학회지 논문투고 건수
외과학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포스터포함, 공동저술 건수 편입)을 대학별로 분류한 결과 서울의대, 연세의대 등 상위권 의대의 논문 비중이 타 의대를 압도했다.

서울의대가 57편, 울산의대가 56편, 가톨릭의대가 48편, 연세의대가 47편, 성균관의대가 44건을 발표했다. 흔히 말하는 빅5가 발표한 논문이 252편에 달한 것.

당시 외과학회에 제출된 논문 총 627건 가운데 이들 5개 의대가 절반 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연구 인프라가 잘 구축된 이들 의대가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일부 의대의 경우 논문건수가 불과 수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한 편의 논문도 내지 않은 의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방의 S의대는 단 한 편의 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Y의대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서울의 K의대와 지방의 J의대는 논문 발표건수가 1편에 불과했으며 D의대와 J의대, 또다른 D의대, G의대 등도 3편을 넘지 못했다.

비뇨기과학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세의대가 64편을 발표한 것은 물론, 서울의대(46편), 울산의대(48편), 가톨릭의대(41편), 성균관의대(35편)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지방에 위치한 S의대는 비뇨기과학회에서도 논문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K의대, J의대, D의대 등 외과학회에 3편 미만으로 논문을 발표했던 의대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과학회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서울의대(58편), 연세의대(49편), 가톨릭의대(47편) 등 주요의대의 비중은 여전히 높았지만 앞서 보았던 S의대, K의대, J의대 등 타 학회에 발표 실적이 낮았던 의대들은 단 한건의 논문도 발표하지 않았다.

지방 S의대 교수들은 외과학회, 비뇨기과학회, 안과학회에 논문은 고사하고 포스터 하나도 내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 포스터는 논문에 앞서 간단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장으로 전공의들의 투고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해당 의대의 교수는 물론, 전공의들조차 연구를 등한시 하고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이 의대는 의평원이 실시하는 의대인정평가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대 존속의 이유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SCI 논문을 보더라도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공식집계한 SCI논문 발표현황을 보면 일부 의대의 연구부실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의대는 2008년 기준 SCI논문이 408편에 달했고, 성균관의대도 368편을 냈지만 앞서 살펴본 S의대는 0.9편에 불과하다.

교과부는 제1교신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면 1편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교수 중 단 한명도 1저자로 논문을 내지 못했다는 말이다.

특히 이 의대는 국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도 2편에 불과했고 D대 역시 3편에도 못미치는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집계돼 심각성을 더했다.

대학별 대내외 연구비 수혜건수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연구비 수혜현황에서도 절실히 드러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08년 서울의대는 총 390억원의 연구비를 받았다.

이와 달리 지방의 S의대, K의대, W의대는 교내외를 합친 연구비가 0원 이었다.

비뇨기과학회 천준 학술이사는 "신설의대나 부속병원 등 인프라가 부족한 일부 의대는 논문보다 임상에 집중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러한 대학과 병원측의 압박이 연구부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을지의대 백태경 학장은 "신설의대 학장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병원의 경영논리에 연구와 교육의 중요성이 묻힌다는 것"이라며 "교과부 등이 강제해서라도 이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외과학회 손승국 학술이사는 "연구편차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일부 상위권 의대에 연구과제가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진료만 하는 교수들 "전임교원 지위 의문"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연구 능력이 부족한 상당수 교수들이 교육마저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임교원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임교원은 정부의 보조를 받아 사학연금 수혜를 받는다.

'연구+교육+임상' 이라는 의대교수의 특성 중 임상을 제외한 타 부문에 손을 놓고 있는 교수들이 많다는 지적. 대다수 의대에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 교수들이 많다는 것은 오랜기간 지적돼온 문제지만 뚜렷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제의대 이병두 부학장은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이 교수들에게 임상능력만을 강요하면서 연구와 교육이 부실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진료인센티브, 연구인센티브는 있지만 교육인센티브는 없는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전임교원이라면 임상 50%에 교육 20%, 연구 30%까지는 분배해야 한다고 본다"며 "필요하다면 국가에서 교육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병원에서 임상만 하는 교수들에 대해서는 전임교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 교과부가 검토중인 의대 협력병원 교원 인정 강화 움직임도 이같은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 의대 부속병원 혹은 협력병원의 교수들은 임상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다수의 병원을 가지고 있는 의대일수록 이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S의대가 대표적. S의대는 총 3개의 교육병원을 가지고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본원 교수가 대부분이다.

8개의 부속병원을 가지고 있는 K의대도 마찬가지. 최근 설립된 신축병원 교수들이 학생 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나머지 병원 교수들은 아예 교육에 손을 놓고 있다.

이는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수의 병원을 가지고 있는 의대라면 대부분 본원 교수들 중 일부만이 교육에 참가할 뿐 지방에 흩어져 있는 병원의 교수들은 학생들을 구경할 기회가 드물다.

교수 정원만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더욱 확연하다. 서울의대에 재학중인 학생수는 총 695명. 재직중인 교수는 406명이다.

협력병원 형태로 운영중인 S의대는 교수수가 457명으로 서울의대보다 많다. 하지만 학생수는 고작 205여명에 불과하다.

결국 학생 수는 3분의 1에 불과함에도 교수 수는 더욱 많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교수들이 태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생 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교수직의 타당성을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수당 학생수가 많아지는 부작용이 올 수 있으며 전공의를 교육하는 것도 의대 교수로서 가지는 의무 중 하나라는 것.

성균관의대 어환 학장은 "전임교원 등 교수직을 줄이면 교원당 학생수가 많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과연 그렇게 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질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 교수들은 진료에 매진해 교육에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며, 의전원 전환 등으로 교육시간이 짧아지면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교수의 수가 줄어든 것"이라며 "또한 대다수 교수들이 전공의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 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교수지위를 논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무상 원장도 "의학교육의 핵심은 전공의 수련교육"이라며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면 이는 당연히 교수라 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문제는 학생 교육병원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며 "논문도 내지 않으면서 사학연금 등 국민의 세금을 빼먹는 것은 막아야 겠지만 교육부가 오직 학생 교육에만 초점을 맞춰 전공의를 수련하는 의료법인 교수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곤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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