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처방료 인정해야" 경실련 "공단이 구매자 돼야"
복지부발 리베이트 척결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연세대의료법윤리학연구소와 서울대 경쟁법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차 보건산업 발전 토론회-리베이트 관행 개선방향' 가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다.
의료계, 제약계, 법조계, 시민단체, 정부 쪽 관계자가 토론자로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리베이트 근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되, 그 방법에서 서로간 입장차는 뚜렷했다.
의사협회 쪽의 조남현 이사는 '배고픈 고양이론'을 들며 의사의 처방료 별도인정을 리베이트 근절 방안으로 제시했다. 조 이사는 "리베이트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고 처벌만 강화한다면 더욱 음성화할 뿐이다"라며 "배고픈 고양이 앞에 생선을 놓고 이걸 먹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구조"라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리베이트가 없어지면 의사들이 신약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시간을 별도로 배정할 이유가 없다. 이익이 없다면 시간을 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약의 시장진입에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며 "리베이트의 순기능적 요소는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협회는 실거래가상환제의 개선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송 정책위원장은 "리베이트는 약가결정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고 "약가결정에 시장성을 도입해서 의약품 품목수를 줄이고 약가를 조절해 거품을 빼면 음성적 리베이트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실거래가 제도를 개선해 약가차액을 양성화하면 리베이트는 없어질 것"이라며 "약제비 절감으로 남는 재정은 의료수가와 보장성강화에 투입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반면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은 "국내 제약산업은 전체 제약시장의 70%를 차지하며 제약 주권을 지켜나가고 있다"라며 "정책을 시행할 때는 국내 제약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제네릭이 매우 많다. 전체 처방의 55%를 차지한다. 미국 민간보험회사에서는 오리지널을 많이 처방하는 의료기관을 통제하고 심지어는 계약을 파기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국적제약산업협회 이규황 부회장은 "의사회, 병원협회, 약사회, 제약계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리베이트를 주지도 받지도 말자고 약속하고 포지티브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 가운데서도 리베이트가 오가면 처벌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양혁승 정책위원장은 "리베이트 수수 현상을 소비자 관점에서 볼 때 의료기관과 제약사가 국민을 상대로 결합이윤을 극대화하는 게임"이라고 지적하며 "그 안에 소비자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행 실거래가 제도는 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이 구매자가 되어 가격경쟁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해야 하며 의료원가 문제는 모든 지표가 객관적으로 검증된 상태에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연세대의료법윤리학연구소와 서울대 경쟁법센터 이번 1차 토론회에 이어 앞으로 4~5차례 같은 주제의 토론회를 더 열어 리베이트 관행 개선방향을 도출할 계획이다.